닫힌 창 너머로부터 햇빛이 통과한다. 투명한 창을 넘어 들어오는 태양빛은 한 차례의 여과를 거치고도 뜨거웠다. 공기를 데운다는 것이 무엇인지 피부로 느끼게 해주는 것만 같았다. 바깥에서는 매미가 우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겨우 한 철을 노래하고 가는 작은 생명체는 그 한 철에 존재감을 새기듯 크고 힘찬 소리를 울렸다. 매미 소리는 세이라를 기묘한 기분에 잠기게 했다. 매년 여름 그랬다. 왠지 모르게 매미의 소리를 듣고 있으면 경쟁심 같은 게 피어오르다 푹 꺼지곤 했다.
또 한 차례 상념에 잠기려던 것을 일깨운 건 계절을 착각하게 만드는 손가락이었다. 볕에 노출되지 않은 새하얀, 그리고 섬세한, 또 차가운, 피가 이 끝까진 돌지 않는 게 아닐까 의아한 손가락이 볼을 만져오고 있었다. 손가락 너머 상대와 눈이 마주치자 세이라는 습관처럼 빙그레 웃었다. 두 사람 사이 한 뼘의 거리에 찬바람이 스쳤다. 병동 안은 에어컨 바람으로 무척 쾌적했다. 바깥 날씨를 잊어버릴 만큼.
언제부턴가 이렇게 만져오는 일이 늘었다고 곰곰이 생각하였다. 애정결핍 같은 것이었을까. 잠깐은 멋대로, 실례됨에도 그렇게 추측했다. 노력의 일종이었다. 세탄 세이라에게 오토나시 토오루는 제 짧은 인생경험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은 미지의 대상이었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범주 안에서 그를 이해하려고 했다. 앨리스를 특별하게 여기는 아이, 스스로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 자신의 쓸모를 인정받으려는 아이, 친구들을 좋아하는 아이, 늘 타인을 관찰하고 있는 아이, 한 발짝 너머에서 혼자 있길 좋아하는 아이, 그러나 언제나 아이들과 대화하고 있는 아이, 기묘한…….
이번에는 그녀 쪽에서 손을 뻗었다. 눈을 찌를 것 같은 앞머리를 걷어내면 깨끗한 파란 눈동자가 드러났다. 그의 파랑은 여름보다 겨울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높은 산, 산꼭대기를 덮은 눈, 시리도록 새파란 겨울 하늘, 그런 것들이 연상되었다. 그래서 이렇게 차가운 걸까.
“제 말은 오토나시 군에게 닿고 있나요.”
벌써 두 번째 질문이었다. 처음의 가벼운 의구심을 지나 이번엔 조금 더 그럴지도 모른단 기분이 강해졌다.
오토나시 토오루는 영악하다. 순전히 세이라의 생각이었다. 그는 주려고만 하고 받으려 하지 않았다. 그의 이타심이나 헌신이나 자기희생과 같은 면은 고스란히 그의 만족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너희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해. 그 말이 진실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것뿐이라는 것도.
모두가 그를 좋아한다고 말해도 그는 스스로를 좋아하지 않았다. 모두가 그에게 의미를 찾고 가치를 매겨도 그 스스로는 자신이 내린 평가에서 흔들리는 법이 없었다. 그녀로서는 그에게 어떠한 역할도 할 수 없는 것이 아닌지, 무엇도 되지 못하는 게 아닌지 의문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가 타인에게 베푸는 모든 것들은 그 자신을 위한 것이었으며, 그에게 베풂을 받은 상대는 반대로 아무것도 돌려줄 수 없다. 그가 욕심내지 않고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서운하다 말하는 그녀에게 그는 또 말했다.
「이런 것도 안 돼?」
오토나시 토오루는 영악하다. 이렇게 말해오는 그에게 세이라는 안 된다고 말할 수 없었다. 다만 벽을 느낄 뿐이었다. 제 목소리가 또 닿지 않는 것만 같은 벽을. 새하얀 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