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손은 언제나 아름다운 것을 만들었다. 네가 연주하는 선율이 그랬고, 네 손에 피어오르는 결정이 그랬다. 너란 사람의 미의식이 엿보이는 것 같았다. 네가 피어내는 결정을 좋아했다.
네 능력을 볼 일은 굉장히 많았다. 다른 파트너와 페어를 이루는 특수 미션에서, 매일매일 이어지던 가이드의 단독 미션에서, 일상에서까지도.
정작 내게서 본 기억은 없다. 내게로 피어오르던 투명하게 반짝이던 결정은 아주 작았고 금세 부서졌다. 그보다는 네 손의 온기를 기억하는 일이 더 잦았지.
그게 네 배려임을 알고 있었다. 내 앞에서 필사적으로 ‘내가 아는 율릭 함메르쇼이’로 남으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네가 ‘가이드 율릭 함메르쇼이’로서 어떻게 지내는지도 알고 있었다.
「너는 달라, 이델.」
그 특별함에서 모순된 감정을 느꼈다. 슬펐다. 네게 나는 ‘센티넬’로서 보이지 않는 걸까. 모두와 대등하길 바랐다. 네가 나를 대하는 것처럼 다른 센티넬을 대해주길. 다른 센티넬을 보는 것처럼 날 보아주길.
동시에 기뻤다. 너의 소중함의 범주에 들어가 네 특별한 것이 되어 견고한 신뢰를 사는 것. 나를 믿어주는 널 보는 것.
나는 미치지 않을 거야. 홀로 괜찮을 거야. 그리하여 완전무결하겠지.
정말로?
“너 자체만으로 아름다우니까.”
고집 부려도 돼. 귓가에 속삭이는 불안이 네 목소리로 잠잠해진다.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김이 사라지고 컵 안쪽으로 맺힌 물방울이 더 이상 온기를 주지 못함을 가리켰다. 제게 맺힌 물방을 또한 미지근한 것이었다. 어떤 기쁨도 슬픔도 담겨 있지 않은 다만 잔잔히 넘쳐흐른 것을 엄지로 훑어 지워낸다.
너라면, ……율, 너라면.
“알고 있니, 율. 가이드는 존재만으로도 센티넬에게 영향을 준다고 해.”
그 작은 영향조차 납득하지 않으려 고집을 부렸어. 하지만, 어쩌면 이제껏 홀로 괜찮았다 여긴 모든 것의 뒤에 네가 있진 않았을까. 눈에 보이는 꽃이 아니더라도 네 말에, 네 손에 내가 무사히 꽃을 피웠던지 몰라.
카라, 장미, 겨우살이, 은방울꽃, 카멜리아, 어떤 것으로 장식하더라도 내 본질이 지워지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율. 그리고 무엇이든 해도 돼.”
너라면.
나를 외롭지 않고 두렵지 않게 만들어줄지도 모른다고, 믿고 싶어졌어.
진짜 별 거 아닌데 첫문장에 율 눈색으로 글자 맞춰본 거 소소하게 좋았어요
아무래도 남은 러닝기간이 걸린 만큼 페어 누가 될지 되게 걱정도 되고 고민도 됐는데 소꿉친구가 저를 너무 열렬히 꼬시는 거예요
임시 페어 하면서 이델이 율에게 네 맘대로 하라니까 난 네 욕심을 들어줄 거라고 그러는데 휴.. 정말..(이마탁탁)
지난 로그의 답로그로 받은 것도 한 줄, 한 줄 너무 오졌는데. 거미줄과 눈에 비유하며 예쁘게 봐주는 율이 더 예뻤어요.
그치만 사실 이 때까지도 이델은 율을 다 믿지 못했는데(상대를 믿기 위해서는 상대에게 자기를 온전히 다 주지 않을 수 없는데 그러지 못했다)
율에게 처음으로 '믿을 수 없어. 하지만 믿어보고 싶어. 나를 믿게 해줘.' 하고 생각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