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견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두 문장은 공존할 수 있었다. 비위가 좋진 않지만 그 불쾌를 억누를 만큼 강했다.
그러니까 즉, 촉수를 앞에 두고 질색하는 표정을 지을지언정 훈련을 위해 그 자리를 견뎌낼 수 있단 뜻이었다.
“하지만 정말, 시각적으로 좋지 않구나.”
크리쳐와 대치중인 상대가 센티넬이라 다행이었다. 민간인이라면 여유 부릴 새도 없이 달려가 구조했겠지만 센티넬이라면 잠시 스스로의 비위를 점검하고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 정도는 챙겨도 좋았다.
“저것은 어떤 욕망이 있었기에 저런 기분 나쁜 모습이 되었을까.”
그녀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했는지 녹색의 미끌거리는 촉수 몇 가닥이 그녀를 향해 쏘아졌다. 아인델은 촉수를 자세히 보지 않으려 노력하며 실을 뻗어 촉수들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움켜쥐려 했다.
비극은 늘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런.”
‘미끌거리는’ 촉수였다. 실이 그 촉수를 파고들기 전에 주르륵 미끄러졌다. 강하게 움켜쥐려 했더니 마치 젤리 같은 그것이 싹둑, 잘리고 잘린 채로 달려들었다. 여러 미션들을 앞에 두고도 평정을 지키던 아인델의 얼굴에 드물게 낭패감이 서렸다. 끝부분이 뭉툭해진 촉수가 그녀를 펀치 머신처럼 후려쳤고 깨달았을 땐 촉수에 발목이 잡혀 거꾸로 뒤집힌 채 벽까지 휘둘러지고 있었다.
쾅!
굉음과 함께 벽에 꼭 제 몸뚱이만한 자국이 남았다. 부서지는 돌가루를 뒤집어쓰고 아인델은 몇 번이나 밭은기침을 뱉으며 힘겹게 정신을 손끝에 집중했다. 실뜨기를 하듯 왼손과 오른손 사이로 얼기설기 얽힌 실들이 그대로 촉수를 성둥성둥 자르고 베었다.
그와 동시에 아인델의 몸이 추락해 나뒹굴었다. 낙법을 할 여유도 없었다. 입안에서 드물게 험한 말이 흘렀다. 그녀가 크리쳐의 주의를 끌어왔는데도 불구하고 홀로그램의 센티넬은 촉수에 묶여 꼼짝도 않는 채였다. 아마도 훈련이니 저런 것이겠지. 실전에서도 저렇게 넋을 놓고 있었다면 정말 화가 났을 거다.
이리저리 잘려나간 촉수들이 바닥을 꿈틀거렸다. 제 손발의 길이가 짧아지자 크리쳐는 다시 촉수를 재생해 아인델에게로 쏘아 보냈다. 그러나 두 번 당해서는 트리플에이가 아니지. 평소보다 손속의 우아함을 잃은 실들이 공격적으로 공간을 가로질러 촉수들을 잘라냈다. 자르고 베고 떨어트리고 크리쳐가 재생할 틈을 주지 않고 빠르게 그 손발을 무력화한 아인델은 여전히 두 손 놓고 있는 홀로그램 센티넬을 거칠게 제 옆으로 끌어왔다.
“미션 완료입니다.”
그러니 이 구역질나는 홀로그램을 그만 꺼주세요. 흙먼지과 체액을 뒤집어 쓴 채 아인델의 눈이 카메라를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