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이 가이드가 되어버린 감각은 그저 기묘하다고밖에 할 수 없었다. 가이드가 되었다고 해서 특별히 무엇인가가 달라진 느낌이 곧장 들지 않기도 했다. 아직 능력을 쓰지 않았고, 능력으로 인해 찾아오는 광기가 없었다. 다만 제 손바닥을 펼쳤을 때 은색의 실이 휘감기지 않는 것만이 묘하게 위화감을 자아냈다.
가이드가 되었다는 감각보다도 센티넬이 아니게 되었다는 감각을 느꼈다. 거기에 든 감상은 ‘서운함’. 인간은 이렇게도 모순적이다.
센티넬이 됨으로써 스스로 불완전한 존재가 되었다고 느꼈다. 찾아오는 광기 앞에서 센티넬에겐 가이드가 필요했다. 홀로는 완벽할 수 없음이 나를 구성하는 본질의 일부가 되었다. 완전무결을 꿈꾸는 제겐 맞지 않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센티넬이 된 것은 나의 선택이고 나의 욕망이다. 가이드의 손을 잡는 것은 불완전한 나를 인정하고 나의 선택의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일이었다.
그랬는데 갑자기 센티넬이 아니게 되었다. 더는 의존하지 않아도 되고 불안하지 않아도 되고 홀로 설 수 있게 되었는데, 이렇게 무언가를 잃어버린 감각을 느낄 줄은 몰랐다. 모순되었지. 다만 한 가지 소득이 있던 것은 제법 오랫동안 고민하던 부분에 작은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자기장 안으로 들어와 가장 처음 찾은 베이스캠프는 미개척지의 영역 중에서도 가장 바깥쪽에 있는 덕인지 여러 편의가 잘 갖추어져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지하에 있는 훈련실이다. 막 가이드의 능력을 얻은 참이니 그에 걸맞은 훈련이 필요했다. 훈련으로 향하기 전, 파트너를 찾았다.
어제 깨어난 순간부터 온종일 표정을 풀 줄 모르는 파트너였다. 무엇이 그렇게 불안하고 의심스러운지. 무엇을 그렇게까지 믿지 못하겠는지. 나를 이해시켜주지 않는 파트너. 손을 뻗는 것도 품에 안는 것도 더는 당연하지 않게 되었단 듯 주저하며 물러나던 저의 선택.
나는 내 선택을 철회하겠다는 말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는데. 왜 혼자 선택을 무르려 그러니.
“다녀올게, 율.”
그의 두 손을 모아 잡고 손가락과 손가락을 퍼즐을 맞추듯 깍지 껴 맞물렸다. 눈높이까지 올린 손끝에 부드럽게 입 맞춘다. 네 손이 부디 네 뜻대로 잘 움직여주길.
알고 있을까? 네가 쓸 아라크네는 어떤 형태일지 기대하고 있다는 걸.
오래간 고민하던 것이 있었다. 가이딩과 가이딩이 아닌 경계. 그 고민에 작은 깨달음을 얻었다. 네가 가이드여도 가이드가 아니어도 너는 나의 선택이고, 나는 너를 원할 거야.
그렇지만 나는 너를 위하는 선택일까?
*
"이 자는 폭주하기 직전의 센티넬입니다. 제어하시겠습니까?“
눈앞에는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사람이 있었다. 방송이 들려왔지만 귀 담아 듣지 않았다. 센티넬은 가이드의 책임이다. 입장이 바뀐 것만으로 태도도 손바닥 뒤집듯 바뀌었지만 스스로 부끄럽게 여기진 않았다. 나는 모든 일의 예외가 되어도 괜찮지 않니. 아인델 아스테반이란 그런 것이야.
“제어합니다.”
밤새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그렸다. 점을 찍고 선을 잇고 면을 맞대어 섬세하고 보다 아름답게 형상을 띄운다. 상처 입은 자가 안전하게 쉴 수 있도록 견고하고 보다 편안하게. 형태가 달라져도 입장이 달라져도 할 일은 그대로였다. 누군가를 돕는 것, 나의 능력을 통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