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랑 씨에게 얻어온 꿀을 테리랑 둘이 살짝 맛봤어요. 테리는 물에 잘 녹여서 주었고 저는 우유에 녹여서 마시고, 둘이서 냠냠챱챱 맛을 본 결론은 오옷 이 꿀 엄청나잖아? 였어요. 우리집 꿀이랑 어디가 더 좋은지 굳이 그런 편 가르기는 하지 않을게요.
그렇지만 체리베리 플라워샵의 꿀은 언제나 최상급이니 흥미 있으신 분은 (이하 전화번호, 웹사이트 주소, 택배 안내, 종류와 가격 등이 줄을 이었다. 늘 있는 일이다. 금세 자기 가게 어필을 해버리는 것은.) 이쪽으로 연락해주세요. 디모넵의 이름을 팔면 덤도 얹어 준답니다.
꿀은 요즘 같이 감기가 유행할 적에 특히 몸을 따뜻하고 촉촉하게 만들어주는 일에도 좋고 먹는 건 물론 발라서 미용에 쓰기도 좋다고 하죠. 심지어 꿀은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썩지 않을 만큼 완벽한 물질! 그 자체로 먹어도 좋고 음식에 넣어도 좋고 그 옛날, 먼 옛날에 사탕수수를 재배하지 못하던 과거의 인류에게 극상의 단맛을 제공해주던 아름다운 것이에요.
──갑자기 왜 꿀 홍보냐고 하면 바로 저의 눈앞에 새로운 고객님이 한 분 계시기 때문이에요.
“어때, 루리리. 끌려?”
이렇게 맛있고 위대하고 훌륭한 꿀이, 지금 저를 따라오면 매일 무상제공! 귀여운 너를 위해 매일매일 달콤한 걸 준비해줄게. 마이 스위티.
─저는 페어리 타입 마스터가 되려는 게 아닌데 말이죠. 테루테루가 볼 안에서 정말인가요 휴먼? 하고 쳐다보기에 스을쩍 눈을 돌렸어요.
방심했어요. 아직 본격적으로 추운 땅은 아니라고 아직 괜찮을 거라고 아직 버틸 수 있다고, 아직, 아직은, 아직은 하다가── 디모넵은 감기에 걸려버리고 만 거예요.
“콜록, 콜록, 커헉, 큭.”
당장 피라도 토할 것처럼 기침을 하는 저를 보고 테리는 이 트레이너의 뒷목을 잎날로 쳐서 쓰러트린 뒤에 텐트로 데려가는 게 좋지 않을까 고민을 하면서도 상냥하게 저를 짊어지고 1번 도로변을 걸어가 주었어요. 사실 그렇게까지 필사적일 일은 아니었는데 말이죠. 부지런한 습성이 몸에 밴 걸까요. 꽃가게란, 말 못할 생명을 키우는 일이란, 부지런함과 성실함, 애정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못할 일이니까요!
“큐웅.”
테리가 잘난 척 하지 말고 생각할 힘 있으면 걸으래요. 옆에서 테토는 자기 꼬리가 한 번이라도 구명튜브처럼 이용된 게 충격이었는지 꼬리를 부비부비 닦으며 따라오고 있어요. 미안해, 테토. 물속이라면 네 꼬리가 대 활약이었을 텐데 여긴 땅 위지.
그 때였어요. 저어기 길 건너편에 하얗게 질려서 뒤집어진 무언가를 발견한 건. 서, 설마 쓰러진 포켓몬!? 너도 이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진 거니??
허겁지겁 테리를 보내 살펴보려고 하자 또잉……. 이 녀석, 벌떡 일어나 테리의 잎사귀에 달라붙지 뭐예요. 벌레포켓몬이다. 풀포켓몬의 적! 저는 이대로 토중몬을 해치우려고 했지만 막상 해치우려니 와이 씨의 카스토르가 생각나서 차마 공격할 수가…… 없었던 건 아닌데요. 저는 모를 매력이 이 포켓몬에게 있는 것 같더라고요. 어디선가 간절한 콘스탄틴 씨의 신호를 받은 저는 토중몬을 캠프로 납치해가기로 했어요.
“으흑흑, 아픈 몸을 이끌고…… 이렇게…… 힘내서 너를 구해주러 왔는데, 괜찮아, 토중몬. 그래도 나는…… 조금 상처받고, 마음이 쓰라리지만, 괜찮아. 흑흑. 너만 무사하다면, 아무 문제없어.”
저는 토중몬 앞에서 마치 포켓우드의 배우처럼 가녀리게 쓰러져 보았어요. 제 뒤에서 테리가 은근슬쩍 절 받쳐주었어요. 잘 잡고 있어, 테리. 나 진짜 쓰러질 것 같아.
“하지만 토중몬, 나는 아직도 네가 어디 아프지 않을까 걱정이야. 괜찮으면 나랑 같이 의사에게 가지 않을래?”
콘스탄틴 의사 선생님이 잘 돌봐주실 거야, 토중몬. 저는 몬스터볼을 꺼내 아이에게 흔들어 보였어요.
토중몬을 손에 들고 캠프로 돌아오자 정말 딱, 따악 한 마디 할 기력만 남은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저는 일단 캠프 한가운데 바닥에 누운 채 콘스탄틴 씨가 돌아오기를 기다렸어요. 콘스탄틴 씨도 저랑 비슷하게 캠프를 나갔으니까 비슷하게 돌아오지 않을까요. 돌아오면, 그대로…… ……헛, 잠들면 안 돼. 테리, 내 뺨 좀 쳐줘.
토중몬은 낯선 곳에 오자 아무래도 불안한지 야생이 아닌 인공의 환경에 둘러싸이자 어색한지 볼 안에서 꼼지락거렸어요. 저는 그런 토중몬 볼을 품에 안고 토닥토닥 해주며 토중몬을 도감으로 찾아보았어요. 이 아이는 특이하게 2종류로 진화할 수 있는데요. 하나는 엄청나게 속도가 빠른 아이스크, 하나는 그 아이스크가 남겨둔 껍질몬이에요. 한 포켓몬에서 두 영혼이 생겨나다니 신기하지 않나요. 세포분열, 아니 영혼분열이라도 한 걸까요?
와이 씨에게도 카스토르라는 멋진 토중몬 친구가 있는데요. 와이 씨는 어떻게 진화시킬지 궁금했어요. 어쩌면 그대로 진화시키지 않을 수도 있고요. 콘스탄틴 씨는 역시, 껍질몬일까요? 샬룬도 고스트 타입이니까요.
……우우, 샬룬을 떠올리자 첫 만남의 부끄러운 일도 함께 떠올랐어요. 샬룬은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고오스를 발견한 것만으로 몸이 굳어버려서. 언젠가 꼭 고스트 타입을 극복해내고 샬룬에게도 제대로 인사를 해주어야겠죠. 오필리아 씨의 메시에게도요.
오늘은 일단, 그러니까, 포켓몬 말고 트레이너 쪽에 사과의 마음도 담아서 토중몬을 주도록 할까요.
“콘스탄틴 씨이이……….”
막 캠프로 돌아온 콘스탄틴 씨를 향해 저승에서부터 울려 퍼지는 것 같은─의도한 건 아니에요. 결코 의도하지 않았어요!─죽어가는 목소리로 손을 흔들었어요. 제 손의 토중몬은 ‘저 사람이, 멋지고 훌륭한 콘스탄틴 의사 선생님?’하고 쳐다보네요. 바이바이, 토중몬. 예쁨 받도록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