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트레이너 캠프의 동료인 시타라 씨에 관해서 알고 있는 것을 말해보는 코너예요. 일단 시타라 씨는 키가 큰 편이에요. 물론 제 입장에서는 대부분을 올려다봐야 하지만요. ‘대부분’이 될 수 있는 건 엘리자베스 씨 덕분이에요. 고마워요, 엘리링 씨. 0.3cm를 지켜주세요! ーー제가 이런 말 한 건 비밀이에요?
아무튼 시타라 씨도 제법 장신에 속하는데요. 옷차림새도 꽤 길쭉길쭉하고 몸의 선이 굉장히 얇고 가느다래서 원래 키보다도 더 커 보이는 것 같아요. 덕분에 어딘지 흐릿하고 나른한 인상까지 더해서 굉장히 한들한들 금방 날아가 버릴 것 같은 인상일까요.
그렇지만 시타라 씨의 눈동자는 굉장히 예뻐서ー귀걸이랑도 잘 어울려요ー시타라 씨 특유의 나른한 분위기를 더해서 눈을 보고 대화를 하면 조금 몽환적인 기분이 들기도 해요. 또 대화할 때의 조곤조곤하고 나지막한 음색도 무척이나 듣기 좋아서, 시타라 씨는 노래도 잘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음, 다음으로 시타라 씨는 무대연출가예요. 혜성시티에서 유명한가 봐요. 처음에는 무대연출가가 감독과 어떻게 다른지 몰라서 잠깐 갸우뚱했는데 연출 분야의 총감독 같은 건가 봐요. 무대 이야기나 좋아하는 것에 관해서 이야기 할 때의 시타라 씨는 평소보다 뜨거워져서 그런 차이도 재밌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무대 연출 쪽은 쉬고 있다고 해요. 잠시 본업에서 멀어져서 생애 처음으로 자신의 포켓몬이 된 마루와 트레이너 캠프를 통해서 성장한다고요. 마루는 아마루스인데요. 매번 설명으로만 보던 포켓몬을 직접 봐서 처음에 무척 두근거렸어요. 하지만 부주의하게 마루를 만지다가 목의 보석을 건드리면 동상을 입으니 조심하라고 해요. 경험에서 우러나온 충고였어요.
누군가와 교류를 하고 그 사람에 대해서 이해하고 친밀해져가는 과정은 정말 설레고 들뜨는 일이에요. 저는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게 좋은데, 사람을 사귀는 일이야말로 그 새로운 경험에 들어가잖아요. 그렇다면 친해진 다음에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바로 그 사람의 영역에 초대받는 일이에요!
“아하하……, 그렇게 거창하게 표현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요.”
“아주 거창한 일이에요. 캠프에서 사귄 사람의 집에 처음으로 초대받은걸요!”
쟈키 씨의 경우에는 제 무단침입이었으니까요. 그 점을 그야 잊지 않는답니다.
오늘 시타라 씨 집에 초대받은 건 단순히 친해진 김에~ 란 건 아니었어요. 지난번에 함께 포핀을 만들기로 약속을 했거든요. 그래서 모처럼 시타라 씨의 집 근처까지 왔으니 익숙한 주방에서, 편안하게 재료를 사모아 해보기로 한 거예요.
우리는 번화한 혜성시티 백화점에서 포핀의 재료를 사고ー재료비는 시타라 씨가 내주셨어요. 어른의 여유…!ー소란스런 번화가에서 외곽으로 빠지는 길을 걸어 한 주택 앞에 도착했어요.
“그나저나 재료를 엄청 샀어요. 거품기라거나 계량컵이라거나 이런 것까지 다 사도 괜찮아요?”
“음… 솔직히 집에 뭐가 있는지 잘 기억나지 않아서요. ……있을 줄 알고 빼두었다가 없는 쪽이… 더 곤란하잖아요?”
두 개로 늘어나면 늘어난 대로 쓰면 되니까, 하고 느긋하게 웃는 시타라 씨는 정말 시타라 씨스러웠어요. 주택은 입구 옆에 작은 마당이 단정하게 꾸며져 있는 2층 건물이었는데요. 마침 들어가니까 가족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그야 집에 인사하러 가면 가족 분들이 계시겠지만 포핀 만들기에만 집중했다가 조금 놀라고 말았어요.
이건 시타라 씨도 마찬가지였나 봐요. 마주칠 줄 몰랐다는 반응을 보이자 어머니 쪽에서 어머 얘는 연락도 없이, 하고 어깨를 찰싹 때리며 먼저 인사해주셨어요. 시타라 씨와 다르게 활기가 넘치는 분이셨어요. 시타라 씨의 여동생 분이랑도 인사를 했는데요. 생김새는 닮았는데 분위기는 달라서 신기했어요. 시타라 씨도 스위치가 켜지면 이런 분위기가 되는 걸까요?
가족 분들은 시타라 씨가 연락도 없이 나타난 건 물론이고 포켓몬들도 주렁주렁 데리고 와서 놀란 것 같았어요. 갈 때는 마루 한 마리뿐이었는데 돌아오니 9마리로 식구가 늘어서 그럴 만도 해요. 그래도 저는 오랜만에 만나서 다들 반가워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건강해보이니 다행이구나. 쉬었다 가렴.’ 정도로 산뜻하게 지나가서 신기하기도 했어요.
혹시 사이가 안 좋은 걸까 같은 걱정을 하자 제 표정에 다 보였는지 시타라 씨는 손을 내저으며 원래 이렇다고 해주더라고요. 음, 각자 자기 공간을 소중히 하는 분위기? 우리집이랑은 엄청 달라요.
“그럼 다음엔 디모넵 씨의 집에도 초대해주시겠어요?”
“물론이에요. 시타라 씨가 온다고 하면 손님방 준비도 열심히 해둘 테니까요!”
친구 집에 놀러왔다고 생각하자 들떠서 앨범 구경이며 방 구경이며 해버리고 싶었는데요. 우리의 메인은 포핀 만들기니까 1절만 하고 목적을 향해 가기로 했어요.
둘이서 나란히 앞치마를 하고 시타라 씨는 평소보다도 꼼꼼하게 머리를 묶고 주방에 서자 우리를 힐끔거리며 관심을 갖던 어머니가 또 오셔서 찾는 건 있니 괜찮니 물어보고 가셨어요. 그러다가 시타라 씨가 거품기부터 사온 걸 보고 있는 걸 왜 사왔냐고 한 소리 하기도 했고요. 어디에 뭐가 있는지 우리가 우당탕탕 찾을 때에도 뭔가 되게 말을 걸고 싶은 것처럼 기웃거리셨는데, 시타라 씨는 이런 게 오히려 적응이 안 됐나 봐요. 제게 서먹하게 사과하지 뭐예요.
“괜히 더 불편한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미안해요…….”
“엣, 사과할 거 없는 걸요. 다들 시타라 씨에게 관심이 많구나~ 하고 느껴져서 좋아요.”
시타라 씨의 포켓몬들은 낯선 집보다 포핀에 더 관심이 많았지만요. 저희가 포핀을 만든다는 걸 안 순간부터 버터는 쭉 우리 주위를 맴돌았어요. 재료 하나하나를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테이블에 꺼내둔 오랭열매를 작게 잘라 줬더니 두 손에 쥐고 오물오물 먹는 모습이, 정말 귀여웠어요.
“자 그럼, ……뭐부터 하면 될까요?”
저는 그리고, 정말로 아무것도 몰라요. 1부터 시작해주세요. 라는 듯한 시타라 씨의 맑은 눈을 보며 아무래도 수월하진 않을 것 같은 예감을 느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