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곤란한 일이 아니겠어요. 분명 며칠 전만 해도 눈꽃호수 주위에 빼곡하게 쓰레기가 가득했는데, 어느새 말 그대로 먼지 한 톨 보이지 않을 만큼 깔끔해진 거예요.
심지어 호수 속까지도 아주 투명하게 맑아서 테토가 수영을 하고 싶다고 날뛰는 바람에 저는 허락해주고 말았어요.
“테토, 혹시 남은 쓰레기가 있으면 주워와~”
“먀!”
테토는 꼬리만 둥둥 물 위에 띄운 채 잠수하거나 꼬리도 껴안고 잠수하거나 밑바닥에서 신나게 놀았어요. 테이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말 그대로 눈꽃이 피어날 듯한 호수가 맘에 들었는지 조용히 감상하더라고요. 그런 테이에게 테토는 물을 끼얹기도 했어요.
잠깐, 테토?
갑자기 차가운 물벼락을 맞은 테이가 어리둥절해 하는 사이에 홀라당 테이를 안아 자기 배 위에 올리고 유영도 하고 말이죠. ……자기보다 동생이 생겼다고 나름 예뻐하는 걸까요?
그 사이에 저는 아르바이트 비를 위해 없는 쓰레기도 찾아가며 애를 썼어요.
그 두 번째, 예술극장 경비
저번에 저는 이 일은 무리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그 사이에 저기, 어어…… 우리도 경비원으로 부족하지 않은 친구들이 둘이나 생겨서.
“헉.”
“저, 저기 눈 마주치지 마.”
“헙.”
테루테루와 테마리가 너무 잘 커준 거예요.
저희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 구역 앞을 지키면서 일반인이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일을 맡았는데요. 테루테루는 이래봬도 낯가림이 심해서 우뚝 서 있으면서 내내 축 쳐져서 아래만 쳐다보더라고요. 그런데 테루테루, 그거 알아…? 네 이빨은 위에서 내려다보면 더 무서워. 테루테루 스스로는 주눅이 든 탓에 움츠리고 있는 건데 그게 말이죠. 오히려 그 건달들 특유의, 어깨 힘을 풀고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며 ‘아앙? 코라, 테메.’ 하는 것 같은 느낌으로 킬각을 재는 것 같은 위압감이 있더라고요.
테마리야 뭐 두 말 하면 입 아픈 수준이고요. 자기가 무슨 역할인지 너무나 잘 이해한 테마리는 가끔 이쪽을 보는 사람들 앞에서 일부러 위협적으로 펀치 연습을 하거나 괜히 어슬렁 어슬렁 [출입금지] 팻말 앞을 걸어다니거나 눈이 마주치면 시비를 걸거나, 으악. 테마리, 시비는 걸지 마! 저 사람은 그냥 행인이라고!
……아무튼 둘 덕분에 출입금지 구역은 행인 한 명 얼씬하지 않고 평화로웠어요.
그 세 번째, 소품 정리
“요즘 말이지. 아르바이트생들이 다 빠릿빠릿하고 일을 잘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
“어라, 이 정도는 보통이지 않아요?”
“여기 극장 아르바이트라고 하면 다른 목적으로 지원하는 녀석들이 많아서, 일용직이라도 아무나 뽑지 못하거든. 하지만 너희 트레이너 캠프라면 신원보증이 확실하니까 안심하고 일을 맡길 수 있잖아.”
그래서 고용했더니, 다들 일도 잘하고 말야. 하고 같이 뒷정리를 하는 관리인 분이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그렇구나, 다른 목적. 세이지 씨도 사실은 얼굴 한 번 보기 어려운 분이라고 했죠? 저는 기념사진도 찍었는데.
여기 예술극장도 유명인들이 가득한 곳이다 보니까 팬들이 비뚤어진 욕망을 갖고 지원하는 경우가 있어서 사람 고르기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모양이에요. 트레이너 캠프에 이런 효과가 있을 줄은 몰랐네요. 물론 이렇게 믿어주시는 만큼 캠프의 명예에 먹칠을 하지 않도록 해야겠지만요.
그 점에서, ……어제의 폭력 사태는 소문이 나지 않은 모양이라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하긴, 세이지 씨가 그런 걸 떠들고 다닐 사람으로 보이진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