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논은 오늘도 하루 종일 볼 안에 머물렀다. 디모넵은 테논의 볼을 꺼내서 손에 들고 한참 보다가 테논과 눈을 마주치고 볼을 다시 집어넣길 반복했다.
볼 안의 테논은 무척 얌전했다.
-테논, 볼 밖으로 나올래?
그 말에도 얌전하고 조용했다. 이대로 나오지 않아도 좋다는 듯. 그게 몹시 신경이 쓰여서 디모넵이 슬쩍 볼의 가운데 버튼을 누르면 곧장 볼 안에서 축적한 전기를 뿜었다. 모두의 조언을 받아 테오를 옆에 잘 붙여두었기에 망정이지. 전기를 가득 흡수해 누구보다 빨라진 테오가 재빨리 볼의 버튼을 다시 눌러 테논을 집어넣는 일이 반복, 또 반복이었다.
테논은 내가 싫은 걸까? 고민을 해보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았다. 테논은 누구보다 강렬하게 트레이너를 원했다. 그러나 트레이너의 ‘무엇’을 원하고 바라는지 디모넵은 테논을 정확히 이해할 수 없었다.
테논과 숲길을 산책하고 싶었다. 테갈라와 테논의 사이가 나아지길 바랐다. 둘이 사이가 좋아지면 모두 함께 비행도 해보고 싶었다. 테논에게 무엇보다 주고 싶었던 날개다. 답답한 볼 안이 아니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하지만 테논을 이해할 수가 없다. 이해하지 못하니 다가갈 수도 없다. 처음으로 포켓몬과 인간 사이의 거리를 느꼈다. 그야──, 제 다른 엔트리의 포켓몬들도 온전히 전부 이해한다고 할 수 없었지만 그 사이에도 사소한 차이를 느꼈다.
-테논. 무얼 바라? 나랑 뭘 하고 싶어?
정말 싸우고 싶은 거야? 이대로 누구의 힘이 더 강한지, 누가 위에 있는지 우열을 가리고 싶어? 그걸 가리고 나면 속이 후련해지겠어?
나는 네게 상처주고 싶지 않은데.
“그래도 정말 네가 그걸 바란다면…… 나는 트레이너로서 네 도전을 받아주지 않으면 안 되는 거겠지.”
오늘도 디모넵은 볼 안의 투구뿌논에게 말을 걸었다. 낯설게만 느껴지는 아이에게 많은 말을 속삭이고 또 불어넣은 끝에, 무엇이 되었든 끝장을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