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서 하는 거랑 모르고 하는 거랑 어떤 게 더 나쁜 행동일까요? 저는 단연 전자라고 생각해요. 무지가 면죄부가 될 수는 없지만 그쪽은 뭐라고 여지라도 있거든요. 그런데 알면서 저지르는 것에는 변명의 여지도 없지 않나요?
그리고 저는 알면서도 저지른 쪽이었어요. 아마 이건 앞으로 평생토록 제 마음의 가시처럼 박혀 남아 있겠죠. 누구에게 무슨 말을 듣더라도요.
새벽 같이 포켓몬 센터를 찾아와 아직 아무도 없는 복도에 멈춰선 제 앞으로 불과 며칠 전의 풍경이 지나갔어요.
「어리신 분들께선 연구실로 가지 않으시는 것이……」
「개인의 호기심을 내세울 때가 아니니까요.」
연구실을 가고 싶다고 고집을 부릴 때에 거의 모두가 만류했던 것 같아요. 말리지 않은 건 오드리 씨와 와이뿐이었던가요. 두 사람에게 고마우면서 한편으로는 말리는 사람들의 마음도 이해했어요.
「관련 전문 지식으로 따지자면 제가 나을지도 모르는걸요.」
알고 있으니까, 어떤 게 있을지. 그럼에도 궁금했으니까. 생각만 하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저지른 건 노바 단체 사람들인걸. 나는 가서 ‘보기만 할 뿐’이잖아.
약아빠진 꼬마라고 해도 좋아요. 그렇지만 개인의 호기심이란 말을 부정하지 못하면서, 그 이상을 생각하면서도 저는 그 사람들이 만들어낸 결과가 몹시 흥미로웠어요. 고집을 부려 가려고 했어요. 그 때 제게 더는 아무 말 하지 못하고 돌아서던 니켈 씨와 리브에게 혼자 찔려서 더 주춤했던 건 스스로 떳떳하지 못한 탓이에요.
그리고 고집을 부려서 간 결과가 어땠느냐면, ……아주 끔찍했어요.
후회하지는 않아요. 후회해서는 안 되기도 하고요. 그것을 제 눈으로 보지 못했더라면 저는 제가 안다고 생각한 것이 실은 하나도 모르던 것이라고 깨닫지 못했을 테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강한 척 하기에는, 말이죠.
「모두들 큰일을 겪고 오셨으니까요. 한 번쯤 다녀오시는 걸 권장해 드린답니다.」
상담 안내문을 반복해 읽으면서 고민했어요. 가서 무얼 말하고 올지. “큰일이 있으셨죠. 괜찮으세요?” 그런 질문을 받아봤자 “그럼요.” 하고 웃는 거 말고 무슨 말을 더할지. 갑자기 처음 보는 선생님을 붙잡고 고해성사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그거야말로 웃어버리고 말 일이에요.
그래도 다녀와야 하지 않을까 어떤 의무감처럼 몰래 나와 그 앞에 서놓고 제 손은 한참 문고리를 잡지 못했어요.
“욱.”
끝내 상담실의 문을 여는 대신 화장실 문을 열고 말았죠. 왈칵 쏟아낸 건 감정이었을까요. 울음이었을까요. 두렵고 후회스럽고 미안하고 말로 다 담지 못할 만큼 죄스럽기도 하고, 생각만으로도 그 참극에 가담한 것만 같고 이것을 어떻게 다 삼켜야 할지 혹은 뱉어야 할지 갈피도 잡지 못한 채 하지만 역시 그 문을 열고 들어갈 수도 없어서 저는 결국 차례에 적은 제 이름을 지우고 돌아왔어요.
“다녀오려고 했는데 어어~, 음. 역시 괜찮을 것 같아요. 모처럼 권해주셨는데 죄송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