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것만이 유대의 증명이 아니라고 드레인저 씨는 말했어요. 트레이너의 본분이 배틀은 아니기도 해요. 그렇다면 저는 어째서 체육관 챌린지를, 배지 모으기를 계속하고 있는 걸까요. 스스로에게 물어봤어요. 솔직한 가장 커다란 이유를 한 가지 대자면 「뒤쳐지기 싫어서」일 거예요.
14살의 아이는 그런 것에 신경을 많이 쓴단 말이죠. 그룹에 섞이지 못하는 걸요. 캠프 사람들이 제가 배지를 못 땄다고 해서 뭐라고 할 게 아니라는 걸 의식적으로는 알면서도요. 말하자면 자격지심이에요.
「뭐 어때? 내가 못 쫓아가면 내가 달려가 맞추면 되는 거고, 남이 못 쫓아온다면 그 녀석들의 속도에 맞추어 줄 것 같은걸.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함께 지내는 게 공동체니까.」
「그럼 제가 못 따라가면요?」
그 때 쟈키 씨가 들려준 말이 참 위로가 되었어요. 혼자서 괜히, 모두를 쫓아가지 못할까봐 발을 동동 굴릴 필요가 없다고요.
그럼 그 다음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번엔 아주 단순하게 「재미있어서」일 거예요. 배틀이 즐겁고 재미있으니까. 제 포켓몬들도 배틀을 좋아하고요. 체육관전이란 하나의 스포츠. 우리가 호흡을 맞추고 유대를 키우는 수단의 하나. 그렇게 생각하면 어려울 게 없거든요.
그렇게 넘어가려고 하면 또 한 가지 걸리는 게 생겨요. 배틀에 주로 나가는 메이저 포켓몬과 마이너 포켓몬이라는 것이요.
참 우스운 일이죠. 이럴 때 보면 인간은 정말 제멋대로이고 또 오만하고. 포켓몬을 ‘다룬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게 돼요. 이 아이들이 살아가는 목적은, 자신의 특징에 맞게 진화하는 이유는 결코 배틀을 위해서가 아닌데 모든 걸 배틀 위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요. 그리고 배틀에 나가서 얼마나 활약할 수 있는지 우열을 가리죠.
마이너 포켓몬이라도 활약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던 유우나 상성을 뛰어넘고 포켓몬의 힘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법을 찾는 오드리 씨를 보면서 저는 저렇게까지 포켓몬을 생각하는 배틀은 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어요.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게 나다운 걸까? 난 체육관에 도전하면서 어떤 걸 찾을 수 있을까.”
테리와 마주 보고선 한참을 생각했어요. 그러다 결국 웃고 말았죠. 아직은 마음에 걸리는 게 많아요. 너희에게 ‘명령’을 내린다는 것도. 명령을 거부하지 못하던 포켓몬들의 표정이 아주 오래도록 남을 것 같아요. 그래도 지금은 멈춰 서서 고민하기보다 움직이려고 해요. 여기서 발을 멈췄다가는 그대로 푹, 진탕에 빠지고 말 것 같은 기분이었거든요.
“할 수 있는 말이 없네. 그래도 우리, 이번에도 잔뜩 즐기고 올까? 나는 네가 시합에 나가는 순간이 너무 좋아.”
테리는 맑은 소리로 제게 화답해주었어요. 저는 테리를 한 번 껴안고 테오의 머리를 부비부비 눌렀어요.
“테오. 데리고 나가지 못해서 미안해. 대신에 제일 좋은 자리에서 관장님의 에몽가가 활약하는 걸 지켜봐줘.”
데코 씨의 배틀은 분명 보는 것만으로 신나고 즐거운 시간이 될 거야. 그리고 한 타입의 정점에 오른 그 사람과 부딪치는 것만으로 무언가를 얻을 수 있겠지. 우리는 아직 미숙하고 그만큼 성장해 나가고 있어요. 그게 바로 챌린저니까. 나다움을 찾아가기 위한 것도 이 도전의 의의가 되어줄 거예요.
자, 그만 나갈 준비를 할까?
체육관에서 쌓는 서사라는 걸 살비전에서부터 신경 쓰게 됐는데(목새에서는 친구와의 관계를 체육관을 통해 푼 느낌이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