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에게 웨이터 복장을 지급해 주면서도 의뢰인인 클럽의 스태프는 미안하고 어색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어요. 듣기로는 트레이너 캠프와 데코 씨가 서로 합의한 사항이라고 하지만─많은 경험을 시켜주기 위해서요─, 스태프 분이 보기에는 ‘무려 라이지방을 구한 영웅을! 클럽의 웨이터로!’가 된 모양이지 뭐예요.
우리 주위에 다른 직원들도 누구는 신기한 듯 누구는 대단한 듯 아무튼 정말 일일 웨이터보다는 팬미팅이라도 된 것처럼 쳐다보고 말을 걸어와서 얼굴이 달아오르고 말았어요. 이런 대접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질 것 같지 않은데. 특히 이런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는 리브는 도망가 버리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덤덤한 얼굴로 옷을 받더라고요.
“리브 괜찮아?”
그래서 톡 치며 물어봤더니 리브는 아무것도 안 들린다 아무것도 안 들려 같은 소리를 중얼거리고 있었어요. 아예 귀를 닫아버렸네요. 엘리 씨도 잔뜩 얼어버린 눈을 하고 있었는데요. 지금은 직원들뿐이라고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 클럽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텐데 괜찮으려나 조금 걱정이 되었어요.
게다가 두 사람은 이제 베테랑 트레이너이기까지 하니까. 어제의 멋진 배틀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분명 엄청나게 반응을 던져 오겠죠. 이 아르바이트, 정말로 괜찮은 걸까요?
“이건 2번 테이블, 그리고 이쪽은 5번 테이블.”
“7번에서 호출!”
“얼음 추가 들어왔습니다~”
“셀프 서비스 쪽 보충이……”
세상에! 그러고 보니 오늘은 불타는 금요일 밤이었어요. 게다가 데코 씨가 곧 클럽의 특실에서 경기를 치를 예정이죠. 오늘의 도전자는 무려 라이지방을 구한 ‘영웅들’이라고 하니 이 날을 놓쳐서 되겠어요? 클럽은 입장 제한을 둘 정도로 미어터졌고 쏟아지는 사람들의 파도에 저는 휩쓸려가 버릴 것만 같았어요.
그 와중에 트러블은 또 얼마나 많이 터지는지. 쨍그랑! 소리와 함께 잔이 깨지는 소리가 들리자 마침 그 옆에서 서빙을 하던 리브가 얼른 주위의 사람들을 물리고 유리잔을 정리해갔어요. 손이 미끄러졌다며 잔을 깨트린 취객은 자기도 돕겠다고 휘청거리며 알짱거렸는데 리브가 잘 대처를 하더라고요. 제가 도와주러 갈까? 하고 눈짓을 하면 괜찮다고 뭔가 눈을 찡긋거리던데 설마 안대 눈으로 윙크한 건 아니지, 리브?
엘리 씨 쪽은 가뜩이나 아이가 돌아다니고 있어서인지 유독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어요. 사전에 서빙 교육을 받을 때부터 쟁반을 받치는 법부터 주문 받는 법, 잔을 건네는 법, 테이블 정리,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정보가 한 번에 쏟아지자 당황해서 눈을 굴리는 게 보였는데, 그 모든 것을 손님의 말상대를 해가며 하려니 더더욱 손이 느리더라고요. 잔 하나 건네는 것만도 조심하느라 손끝이 미약하게 떨리는 것 같았는데 사람들의 시선은 부담스럽기만 하고. 그래도 혼자서 하겠다는 듯 다른 직원들의 지원 사인을 모두 받아넘기고 꿋꿋한 엘리 씨를 보면서 더 걱정하지는 않기로 했어요.
저요? 에이, 접객 경력이 몇 년인데 걱정할 거 없죠. 어제 경기를 봤는지 “아주 아까웠어!” 라거나 “그 그랑블루 튼튼하던걸.” 같은 이야기가 들려오면 그 때마다 웃어주느라 바빴지만요.
앗, 그나저나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네요. 저는 허둥지둥 웨이터 복을 갈아입으러 달려갔어요. 곧 제 차례거든요.
“리브, 엘리 씨. 미안해요. 먼저 갈게요!”
더는 승패나 배지에 연연하지 않기로 했지만, 역시 두 사람 옆에 설 때 부족하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한 건 비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