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랏슈. 잘 지내고 있어? 나는 잘 지내. 이곳은 곧 곤돌라 축제가 열린다고 해! 덕분에 강의 양 편으로 곤돌라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 엄청 장관이야. 길쭉한 곤돌라들이 알록달록하게 몸이 뒤집힌 채 햇빛을 받으면 꼭 강 양편으로 화단이 있는 것 같지 뭐야. 난 곤돌라라는 게 이렇게 종류가 많은지도 처음 알았어. 언젠가 랏슈가 놀러오면 내가 직접 운전을 해줄 수 있도록 배워볼까 봐!
지난번에 보내준 차도 잘 마셨어. 에르덴도 좋은 차라고 칭찬해줬어. 아직 나는 차 끓이는 게 서툴러서-내가 끓였다간 찻잎을 쓰레기로 만들 거래-, 으음 차라는 건 심오한 거네. 이럴 줄 알았으면 아카데미에 있을 때 시에나에게 좀 더 배워둘 걸 그랬나봐. 그래도 랏슈 덕분에 관심이 생겨서 카페에 나가서도 차를 시켜보곤 해. 그렇지, 랏슈가 베일에 오면 같이 가고 싶은 카페도 봐두었으니까!
참 맞아. 오늘은 랏슈의 생일이야. 이 편지가 도착할 때쯤엔 이미 생일이 지나 있겠지만~ 그래도? 생일은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날이라고 랏슈가 말해줬으니까. 축하해주고 싶었어. 그러니까 동봉한 건 선물이야♪ 랏슈는 이미 노래를 잘 하니까 괜한 걸지도 모르지만, 가끔 노래하는 것보다 듣고 싶을 때 들어줘. 가운데 있는 파랑새가 꼭 랏슈가 떠올라서 이거구나 했거든.
아카데미에 있을 때 말이지. 내 행복을 바라준다고 한 랏슈의 말, 굉장히 이상하면서도 굉장히 기뻤어. 잘 살라거나 죽지 말라거나, 그런 말은 들어봤지만 행복하라는 말 같은 건 들어본 적이 없었거든. 그 때야 뭐, 당장 행복 이전에 사느냐 죽느냐 하는 기로에 서있었으니까. 하지만 아카데미에서 랏슈나 다른 친구들을 만나면서 행복이란 건 기분이구나 하고 조금 배운 것 같아. 누군가 내 행복을 빌어준다는 게 든든하다는 것도. 그러니까 나도 이곳에서 여전히 랏슈의 행복을 바라고 있다는 뜻의 생일 선물이야. 어라, 뭔가 거창해져버렸나? 아하하.
──랏슈가 그리운 것 같아. ……뭔가 신기한 기분이야. 만나지 못한다고 보고 싶다거나, 그립다거나. 정말 생소한 일투성이네. 윈터가든 령은 지낼 만 해? 그곳은 여름이 찾아와도 여전히 추운 곳이니까. 음~ 디셈버라면 분명 따뜻하게 해둘 것 같지만 여름이 와도 눈이 녹지 않는다는 건 신기한 광경이야. 그래서 말이지. 조만간 나도 그곳을 방문할 것 같아. 디셈버에게 물어볼 것도 있고, 허락은 미리 받아뒀어. 그 땐 랏슈에게 노래해달라고 부탁할래! 아카데미에 있을 땐 결국 한 번도 부탁하지 못했으니까. 랏슈가 주는 행복 충전하러 갈게! 기대해줘.
그럼 또 편지할게.」
편지를 다 쓰고 나서는 종이를 살살 들어 잉크를 말렸다. 다시 한 번 읽어보자 어쩐지 마지막엔 부끄러운 말을 써버린 것 같아서 혼자 얼굴이 붉어졌다 손부채질을 하였다. 글씨는 조금 나아졌을까? 나아졌다고 믿어야지. 뭔가 허전한 것 같아 고민하던 에슬리는 맨 마지막에 주저주저 하다가 몇 글자를 추가해 넣었다.
「당신의 친구 에슬리가」
편지는 곱게 접어 밀랍으로 봉인을 하고 가게에서 예쁘게 포장해준 선물과 함께 한 번 더 상자에 담아 리본을 묶는다. 여기에 안전 마법을 부탁해서 윈터가든 령까지 보내기만 하면 끝이다. 선물을 받을 때의 그의 표정을 직접 보지 못하는 건 조금 아쉽네. 그라면 분명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기뻐해 주겠지. 잠시 그리운 얼굴을 떠올린 에슬리는 하루라도 빨리 편지가 그에게 닿길 바라며 걸음을 서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