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좀 더 일찍 말해주지 않은 거야? 갑자기 아, 이번에 국군의 정식기사가 되었습니다. 하고 말하면 놀라잖아. 그 사이에도 몇 번이나 더 말할 시간 있었는데 이제 와서야 말해주다니 너무해. 나도 걱정이라든지 응원이라든지 할 수 있다고. 이런 말 하면 레타는 또 걱정할 거 없다든지 답해오려나. 쳇.
아무튼 축하할 일이네. 그래서 이건 레타 편지 받고 얼른 다녀온 거야. 멋지지! 내가 직접 사냥한 거니까. 레타의 말 듣자마자 곧장 서쪽 산에 올라서, 3일 걸려 잡아왔어. 히히. 황폐화가 심해진 건 정말 불편하네. 곰을 잡는 건 금방 끝났는데 그보다 국군이랑 용병 눈을 피해서 산에 들어가는 거랑, 곰 대신 몬스터랑 마주치느라 귀찮았어. 아, 다친 곳은 없으니까 걱정 마. 챠콜이잖아♪
옷을 만드는 아저씨에게 가져가서 망토로 해달라고 했더니 그 아저씨가 엄청 감탄하면서 말야. 겉에 상처를 내지 않고 잡은 덕에 최상급이 나올 거라고 칭찬해줬어. 조금 무겁긴 한데 그만큼 따뜻할 거래! 그리고 다른 상자는 러스크야. 이번엔 마늘맛 나는 거랑 훈제연어 가루를 뿌린 거랑 이것저것 넣었으니까. 매번 초콜릿이랑 과자를 보내주는 보답!
저번에 보내준 초콜릿도 잘 먹고 있어. 보내준 예법서도 음~, 열심히…… 읽고 있으니까. 로제가 준 책이랑 레타가 준 책이랑 같은 내용일 줄 알았는데 조금 다르더라. 귀족 사회란 건 뭐가 이렇게 귀찮은 걸까. 이런 거 다 허례허식-? 이란 거라고 배웠는데. 그래도 열심히 공부해서 나도 제국군에 들어갈 수 있도록 힘낼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제국군은 지낼 만 해? 괴롭히는 사람은 없고? 레타도 위험한 곳에 가거나 하는 거야? 뭐, 힐러는 어딜 가나 귀한 대접이고 레타는 알아서 잘 하겠지만, 그래도 전장은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법이니까 긴장 풀지 않기! 그럼 이제까지는 준기사면서 휴가 내고 놀러 나왔던 거야? 굉장하네~ 바쁜데 무리하는 건 아니지? 다음번엔 내가 또 아스파드로 놀러갈 테니까, 그 땐 새로운 곳 소개해줘.
그리고 음~…… 가문의 일은 잘 되어가고 있어? 요즘 그 얘기는 별로 안 해주는 것 같아서. 힘들면 언제든 불러달라고 한 말 잊지 말고. 항상 레타를 믿고 있어. 그럼 또 연락해~!」
급하게 편지를 보내느라 잊어버렸다. 편지 마지막에는 From. 누구라고 적어야 한다는 것을. 에슬리가 그 사실을 깨달은 건 돌아온 답장에 정중하게 적힌 「당신의 친구 레탈라 Re 세르벨리온으로부터.」 라는 문구를 보고 난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