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케 아트로포스
「하지만 가장 비싸고 안온한 새장 아닙니까.」
그 말을 내뱉으며 남자는 이죽거리고 웃고 있었다. 이를 감출 생각조차 하지 않는 그에게서 짜고 눅눅한 냄새가 났다. 비에모드가 기억하는 남자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는데. 닿지 않을 하늘을 향해 손 뻗던 어리석은 이상의 말로가 바로 이럴까. 그의 날개는 끝이 잘려 더 날지 못한다. 지독하게 어울리지 않는 색을 몸에 두르고 남자는 그랬다.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신이 그의 죽음까지 품고자 하였다.
흑도 백도 아니던 날의 기억을 떠올린다. 아직은 소년이라고 불러도 좋던 그 시절의 니케 아트로포스는 덜 익은 과일 같았다. 다른 말로는 풋내라고 하자. 까마귀도 쪼아 먹지 않을 떫은맛의 소년은 다음, 또 다음을 노리며 형형한 눈을 빛내며 위를 향했다. 향상심이 대단한 후배였다. 동시에 위태롭게도 느껴졌다 그가 진정 갈망하는 ‘위’란 어디일까. 거머쥐고자 하는 정상엔 무엇이 있을까. 그 끝을 모르는 채 달리기만 해선 어느 순간 더 다다르지 못할 높이에서, 추락하고 마는 것은 아닐까.
운명의 세 여신도 오직 자신의 운명만은 읽지 못한다고 하였더라. 그렇다면 운명의 이름을 단 너는 네 미래를 어디까지 읽고 있을지 궁금했다. 신에게 순종함을 미덕으로 삼던 여자에게 신의 대척점에 선 듯 검을 뒤집어 쓴 탕아가 흥미로울만도 했다.
흥미로움이 골칫거리로 바뀐 것은 그리 오래지 않은 일이었다.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을까. 기어코 다음이 없는 내기를 신과 치르고 온 것일까. 그리고 패배했을까. 어느 날, 결단코 오지 않으리라 생각한 후배가 제 신념과 검을 하얀 용에게 바쳤다. 성전 앞에 무릎꿇고 주의 성수에 머리를 내미는 그가 지독히 낯설었다.
그 날부터였다. 젖은 날개가 영영 마르지 않을 것처럼 남자에게서 물비린내가 풍겼다. 인베스의 새장 안에서 남자는 권태로웠고 무기력했으며 스스로를 아낄 줄 몰랐다. 만일 신이 있다면 나를 보호하고 아껴주실 것이 아닙니까. 혹은 신이 없다면 이대로 죽어도 좋지. 그렇게 말하고 싶은 양.
“니케 아트로포스 경, 거기까지 하세요.”
“아. 딱 좋은 타이밍에.”
예, 뭐 멈춥니다. 그렇게 말하며 탁 털어내는 날끝에서 피가 튄다. 흰 단복이 찢어지고 물들어도 그는 좀처럼 자제할 줄 몰랐다. 검은 신에게 바쳤을지언정 마음은 주지 않았다는 듯 공허히 하늘만 보았지. 어째서 아스칼론에 온 거죠? 당신이 바라는 하늘은 이곳에선 닿지 않을 텐데.
그 말에 남자는 무어라 답했더라. 더는 날지 않는다고 했던가. 성마른 시선이 이를 드러내듯 따갑게 찔러들었다. 흠 없는 보석에 스크래치를 더하려 든다. 무엇이 그를 이토록 절망케 했을까.
-하지만 가장 비싸고 안온한 새장 아닙니까.
날지 않는 새에게 필요한 것은 정말 새장이었을까.
'레딘테그로 : 혁명의 도화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21. 스포트라이트 (0) | 2021.10.31 |
---|---|
20. 재의 향 (0) | 2021.10.24 |
18. 작은 사자를 졸업하는 당신에게 (0) | 2021.10.24 |
~ 이 뒤로 엔딩 후 ~ (0) | 2021.10.24 |
17. 항복 문서 (0) | 2021.1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