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 : 디 이노센트 제로

29) 02.02. 얼음낚시를 해보자!

천가유 2022. 4. 27. 20:57

for.서리&말라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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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정말 이렇게 당장에 낚시를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요.”

낚시 의자와 낚싯대, 미끼 약간. 그리고 얼음을 깰 막대기. 자귀마을에서 얻은 장비들을 가지고 에셸은 지금 서리산맥의 어느 동굴호수 앞이었다. 서리의 친절한 설명을 따라서 통통, , . 적당히 얼음 한 곳에 구멍을 내자 처음에는 깨어진 얼음 위로 물이 보글보글 오르더니 금세 잠잠해졌다. 호기심에 구멍 앞에 고개를 길게 빼고 들여다보자 안은 그저 투명하고 맑았다.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동굴이다 보니 제법 캄캄하기까지 했는데 괜히 불을 키웠다간 천장이나 다른 곳의 야생 포켓몬을 자극할지도 모른다고 하여 조명은 최소한으로 하였다.

? 제가 앞서간 것입니까?”

아이, 그런 게 아니에요. 그냥 정말 뚝딱 되는구나 하고 신기해서요. ‘뭐든지 생각만 하고 있으니까 해내는 게 늦는 거야. 일단 해봐!’ 이런 말을 들었거든요.”

눈썹을 이렇게 치켜세우고. 서리에게 실감나는 설명을 해주는데 바로 옆에서 크흠! 불편해하는 기침소리가 났다. 이 자리에 얼결에 동행하게 된 말라카이였다. , 당사자가 바로 옆에 있는데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으르렁대는 그는 말 그대로 납치되듯 따라오게 되었는데, 기껏 좋은 호텔, 대도시에 도착해놓고 다시 또 동굴로 데려가기가 보통 미안한 것이 아니었지만 낚시를 하겠다는 말에 또 선뜻 따라 나와 준 착한 말라카이였다. 그가 동행하지 않았으면 큰일이었을 텐데 다행이지. 이 이야기를 하는데 어떻게 그를 빼놓을 수 있을까. 오늘의 이야기는 틀림없이 세 사람이 주인공이다.

동그랗게 뚫린 구멍 위로 낚싯대를 설치한다. 이 실이 미세하게 움직이는 순간을 놓치지 말고 당겨야 한다고 했다. 에셸은 민첩함에는 정말 자신이 없었지만 서리와 말라카이가 있으니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낙천적으로 굴었다. 사실 에셸은 낚시에 성공하든 하지 못하든 이 모든 과정이 신기하고 흥미롭기만 했다. 얼음을 깰 때의 미세한 힘조절사실 이 무력한 사람은 조절할 것도 없이 온 힘을 쏟아야 했다, 낚싯바늘에 떡밥을 끼우는 법, 삼각대 같은 낚싯대를 설치하고 마지막으로 의자를 펴 앉으면 이제 준비는 끝났다고 한다.

이제 기다리면 됩니다. 잡는 데 집착하지 말고 이 시간을 즐깁시다.”

낚시의 베테랑, 오늘의 초청강사 서리의 말을 따라 세 사람은 지그시 찌만 바라보았다. 그러나 늘 그렇지 않은가.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는 순간에는 수줍은 듯 꼼짝도 하지 않고 잠깐 시선을 옮기는 순간 번개처럼 흔들리고 사라진다. 동굴에서는 큰 소리 내면 안 된다고 알면서도 찌가 흔들릴 때마다 우당탕탕 소란을 피우길 몇 번, 이게 바로 집착해서는 안 된단 것이구나. 진리를 몸으로 터득하였다.

그런데 왜 하필 낚시야?”

낚시터에서 마시기로 고른 건 유자차다. 따뜻하고 달달해서 마시면 속이 좀 차는 것 같기도 하고. 옆에는 비스킷도 함께 놓아주었다. 그의 질문은 타당했고 주최자는 느긋하게 답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요. 뭐든 해보고 싶었을 뿐이에요. 얼음을 깨보고 찌가 흔들리면 낚싯대를 당겨보고 그러다 수확이 있기도 하고. 나중에 배낚시를 가게 되면 어쩌면 대어를 낚을지도 모르잖아요. 그 하나하나의 경험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재능을 발견하면 전직도 고민하고~”

달링 언니라면 환영입니다.”

후후, 고마워요.”

농담 하나에도 진지하게 답하는 서리에게 자연히 눈이 휜다. 옆에서 낚시꾼도 쉽지 않아.” 현실적으로 들어오는 태클에 그렇지요. 물 흐르듯 넘기기도 했다. 이렇게 깨진 얼음은 적어도 48시간 정도 다시 얼려야지만 주변 얼음들과 비슷해진다고 한다. 만약 눈꽃호수를 깨버렸다간 다시 얼기까지 요주의가 필요했다. 그런 이유로 이곳을 선택한 것인데, 과연── 앞으로 남은 시간은 약 45시간. 우리는 그 사이에 무어라도 수확을 얻어 갈 것인가. 식어가는 찻잔을 손으로 감싸며 에셸은 다시 낚싯대에 집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