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루미
누군가의 행복을 책임진다는 말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만큼의 슬픔을 책임진다는 말이 되기도 했다. 행복한 이는 정작 행복이란 단어를 알지 못한다. 오직 슬픈 이만이 행복을 찾는다. 행복을 운송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슬픔을 덜어올 줄도 알아야 했다.
지방과 지방을 오가는 커다란 배에는 때때로 행복만큼 슬픔을 싣기도 했다. 죽음이라는 것을 관에 담아 옮겼다. 운구는 에셸의 영역이 아니었으나 그 이야기가 들려올 때면 늘 저까지 씁쓸함을 삼켰다. 머나먼 타지에 와서 생에 마침표를 찍고 영혼은 하늘로 보내고 육신만 남아 고향으로 보내주고 나면 매번 생각했다. 이별이란 무엇일까. 죽음은 어느 길 위에서 이루어지는가. 그러나 끝내는 저에게 먼 이야기였다.
유별나게 작은 아이는 언제나 두 손 가득 행복을 쥐고 있었다. 강하게 쥐면 터져버리고 만다. 그렇다고 손의 힘을 풀었다간 풍선처럼 날아가 버린다. 놓치지 않도록, 잃지 않도록. 아이의 작은 두 손은 그 손 안에 겨우 다 들어올 만한 행복만을 쥐고 있었다. 그게, 어린아이치고는 퍽 익숙하다 생각했다. 당연한 것이란 본디 등잔 밑처럼 알아차리지 못하지 않던가. 그런데 어째서 아이에게는 행복이 당연한 게 아니었을까. 그 이유를 지금에서야 들었다.
아주 어릴 때란 언제쯤이었을까. 적어도 지금에 이르도록 부모님과의 이별을 이해 못할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아이는 말한다. 「그게 다야.」 그 이상의 선을 넘지 않았다.
행복이 부족했다. 그 손에 쥔 행복이 한참 부족해 슬픔을 넘지 못했다. 손때 묻은 몽나 인형을 품에 안고 저를 꼭 닮은 유니란의 성장을 막으며 언제까지고 어린아이 모습으로 남아 있고만 싶은 아이는, 넘실거리는 슬픔의 파도를 견디기엔 아직도 여전히 작고 여리기만 해 눈 감고 그 발을 뒤로 물리기만 할 뿐이었다.
어떻게 하면 이 아이가 행복 위에 우뚝 설 수 있을까. 슬픔을 버리고 나아갈까.
어느새 잠들어버린 아이는 고른 숨소리를 냈다. 아이의 꿈을 삼키기 위해 두 마리 몽나가 그 주위를 둥실둥실 떠 있었다. 아무리 먹어도 슬픔은 바닥나는 법이 없었다. 그 날의 두 몽나는 사위가 자욱해지도록 푸른 연기를 내뿜었다. 밤이 깊었다. 네버랜드를 지켜주고 싶은 어른의 고민도 깊었다.
이 아이는 지금 저희집에서 잘 먹이고 재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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