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 : 디 이노센트 제로

27) 01.31. 머무를 곳을 찾아서

천가유 2022. 4. 27. 20:52

의뢰:: 01.31. 새 포켓몬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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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새 포켓몬을 체험하고 싶어서 왔어?”

이것은 서리 산맥을 벗어나기 전의 일이다. 위키링과 후와링의 사이가 틀어지고, 에셸은 도통 후와링의 마음을 읽어내지 못했다. 본래 고스트 타입이란 이런 걸까? 아니면 이 흔들풍손이 독특한 걸까. 그도 아니면 흔들풍손과 에셸의 마음이 지독하게도 맞지 않는 걸까. 불러도 오질 않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도 알 수가 없다. 아주 단순하게 에셸과 있는 걸 좋아하는지조차 짐작이 가지 않아 고민하던 에셸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북새 마을의 레인저를 찾았다.

──이런 사정이 있는데, 비행 타입 포켓몬을 다루는 것도 처음이어서요. 혹시 새 포켓몬 브리딩 체험을 하다 보면 조금 더 비행 타입에 대해 알게 될까 하는 마음이 들어서 와봤답니다. 체험해볼 수 있을까요?”

솔직하게 방문 목적을 밝히자 레인저는 쾌활하게 웃었다. 흔들풍손을 위해서 새 포켓몬 체험을 오다니. 새 포켓몬과 풍선 포켓몬은 아무래도 같을 수야 없다. 하지만 분명 두 포켓몬 사이에는 바람과 비행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비행 타입이라고 해서 모두 온전히 자기 힘으로 하늘을 나는 게 아냐. 그랬다간 금세 지쳐서 장거리 비행을 못 하지. 자기 힘 조금, 자연적인 바람 조금, 거기에 무리를 지어 다니는 경우엔 무리가 함께 만들어내는 바람까지 이용해서 서로서로 힘을 나누게 돼. 다른 많은 포켓몬들도 비슷하겠지만 특히 새 포켓몬들은 무리 생활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어.”

레인저는 에셸의 팔에 새 포켓몬이 착지할 수 있도록 두툼한 토시를 감아주었다. 그리고 새를 부르는 신호와 타이밍, 포켓몬을 팔에 앉히는 법까지 상세히 일러주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비행 타입이라고 하루 종일 날 수 있진 않아. 그럴 때 트레이너가 생긴 포켓몬은 야생이나 무리 사이에서 쉬는 대신 트레이너에게 의지하게 되지. 네가 바로 새의 지지대가 되어주는 거야.”

레인저의 말을 하나하나 귀 담아 들으며 에셸은 그가 보내는 신호를 따랐다. 휘파람 소리가 들리고 하늘에서부터 큰 바람이 불었다. 바람을 타고 새 포켓몬이 그들이 있는 곳까지 활공한다. 날개가 펄럭이고 풀들이 쓸려나간다. 그 그림자 아래서 에셸은 멍하니 흔들풍손을 생각했다.

동료가 필요한지 아이에게 다가가곤 하는 흔들풍손. 저녁 무렵이면 큰 무리를 지어 날아다니는 둥실라이드.

인간에게 잡혀버리고 만 그에게 함께 날아가야만 하는 무리는, 함께 날고 싶은 동료는…… 트레이너이진 않을까.

아직 에셸의 부름에 내려놓지 않는 저 포켓몬은 에셸을 머물 자리로 받아들이지 못한 것일지도 몰랐다. 에셸은 겨우 조금이지만 후와링을 이해할 것 같았다.

여러 가지로 배우게 된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