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 : 디 이노센트 제로

53) 02.19. 페페링과 서머링

천가유 2022. 4. 30. 01:01

With. 미드서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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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는 인연이 있으세요?”

캠프 사람들 중에는 저마다 찾는 운명이나 인연이 분명한 사람들이 있었다. 에셸은 사실 포켓몬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해서 불켜미가 정말 영혼을 빨아들이는지도 알지 못하고, 흔들풍손의 손을 잡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사라졌는지 유의미한 통계를 내지도 못하고 타타륜의 본체가 사실 해초이며 그 닻은 해초가 엉긴 평범한 닻에 불과하다든지 하마돈이 거대코뿌리보다 무겁다는 것도 바로 얼마 전에야 알았다그보다, 그런 거대한 포켓몬들의 무게를 비교하고 기억하는 건 어떻게 하는 일일까?그에 비해 에셸이 포켓몬에 대해서 아는 건 위키링의 초에 닿아도 뜨겁지 않다든지 후와링은 사실 대단한 장난꾸러기라든지 저글링이 기차 멀미를 한다든지 냐미링이 저 몰래 꿈을 먹고 시치미를 떼기도 한다든지 바나링이 최근 손이 갖고 싶어서 근질거리는 이유 따위였다.

만나게 된 포켓몬이 인연이죠.”

특별히 만나고 싶은 친구는 이제껏 없었다. ──그런데 생겨버렸다. 해피너스. 행복 포켓몬. 이명을 안 순간 그 포켓몬이 저에게 생긴다면 다시 행복해질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런 이유로 포켓몬을 바라도 되는 걸까. 기분이 떳떳하지 못했다. 게다가 이곳에서 만나는 건 다 자란 해피너스도 아니고 어린 핑복이다. 그 조그만 아이에게 행복을 기대려 하다니. 나약한 생각이지.

딱 이번 주만. 한 주만 찾아보고 미련을 갖지 말기로 하자. 생각하며 기차를 돌아다녔다. 핑복을 찾아다니는 건 기차를 돌아다닐 좋은 핑계가 되어주기도 했다. 일요일에는 기차에 타야 하는데. 그 때 도망가선 안 되지 않던가. 그러나 작은 아이라 그런가.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그 사이 레파르다스는 세 번인가 네 번인가 마주쳐서 오히려 레파르다스를 인연으로 생각해 데려올까 고민하기도 했다. 인연을 가리키는 작대기란 참 짓궂어서 정작 저를 비롯해 핑복을 찾는 이들을 두고 동그란 알을 가진 그 분홍색 포켓몬은 미드서머의 앞에 나타났다. 바라는 분이 있느냔 미드서머의 말에 에셸은 나서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인연을 시험하기보다 스스로 만나고 싶었사실 안 될 것 같아 포기할 마음이 더 크기도 했다. 그래요. 안 되면 제 힘으로 행복을.

──그런데 만나버린 것이다.

그것도 이제 기차극복연습은 됐으니까 오늘을 끝으로 핑복 탐색은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한 순간에, 끝내 핑복이 아니라 모르페코를. 정말이지 인연은 알 수가 없다.

미드서머가 찾아다니던 모르페코는 아주 작은 전기쥐 포켓몬이었다. 분류는 양면 포켓몬이라고 한다던가. 평소에는 천사 같이 귀여운 얼굴을 하지만 배가 고프면 눈이 무섭게 변해 화를 낸다고 했다. 굉장히 ROCK한 친구네요. ‘미드서머 씨도 혹시 무대 위에선 얼굴이 변한다거나.처음 마주쳤을 때는 아주 조심스러운 성격이었는데 배틀이 시작되자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그래놓고 다시 배틀이 끝나고 포핀을 건네자 온순한 얼굴을 하고 조심조심, 낯을 가리듯 포핀만 가져가 오물오물 입에 넣었다.

미드서머 씨와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유심히 지켜볼수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평소 모자를 푹 눌러쓰고 고갤 잘 들지 않는 그는 표정을 읽기가 어려웠다. 목소리도 굉장히 조심스럽고 작게 나오고 대화 자체를 어려워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혹시 이런 상황 자체가 꺼려지는 걸까? 싶을 만큼. 막상 미드서머와 대화하면 전해오는 이미지가 달랐다. 속이 단단한 사람이었다. 조심스럽게 나오는 말은 뚜렷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고 분명하게 목소리를 전해 왔다. 언뜻 그늘진 모자 아래로 시선을 맞추면 수줍은 듯 하면서도 자신의 꿈을 이야기해주었다. 최근에는 모의전도 나서볼 정도로 의욕적이 되었지. 언젠가 케이스에서 기타를 꺼내주는 날도 올까?

미드서머 씨가 연주하면 제일 앞자리에 가서 들을게요.

미래에는 이 아이도 미드서머의 무대에 함께할지 모르겠다. 모르페코의 꼬르륵스위치를 보며 미드서머 안에 숨겨진 스위치를 상상해보았다. 역시, 한 번쯤 모자를 벗은 모습이 보고 싶다.

서로, 포켓몬에게 소개하는 시간도 가졌고…… 준비도, 얼추 끝나서.”

미드서머의 눈짓에 에셸도 모르페코가 간식을 다 먹을 즈음 볼에 되돌렸다. 짧은 인연이었지만 볼 안의 작은 아이에게 인사를 건넸다.

페페링, 미드서머 씨의 옆에서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분명 당신을 아껴줄 거예요.”

첫 교환이었다. 동시에 처음 하는 교환이 찾던 행복이라는 점은 여러모로 제 마음에 시사하는 바가 컸다. 이를테면 그렇다. 행복은 혼자 노력해 얻는 것이 아니라 저를 위해주는 누군가와 함께 이뤄내는 것이라거나, 아주 당연하지만 쑥스러운 사실들. 두 사람분의 행복을 안고 에셸은 볼이 든 손을 미드서머에게 건넸다. 행복을 나눌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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