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루미
「정말로, 루미랑 같이…… “집”에 가줄 거야?」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에게 여자는 도리어 웃었다. 제 웃는 얼굴이 아이의 눈물을 닦아내고 따라 웃게 만들길 바랐다.
「약속할게요. 같이 다녀오기로 해요.」
어린 마음에 비가 그칠 때까지 든든한 지붕이 되어주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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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라마을을 떠나 목새마을에 도착하고 다시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루미와 함께 소풍을 나서기로 하며 에셸은 아이의 손을 잡고 해루미 언덕 대신 시내의 상점가를 찾았다. 여기는 언덕 가는 길이 아닌데? 의아한 얼굴을 하는 아이에게 도착할 때까지 비밀이에요. 궁금해 하고 있을래요? 장난스럽게 웃으며 답을 해주지 않았다. 목새마을은 예부터 화석과 광물이 많이 나는 목새마을에는 액세서리 숍도 많았는데 그 중 한 곳을 들러 부탁한 물건을 찾으러 왔다고 하자 가게 주인이 미리 준비해둔 상자를 꺼내 주었다.
안에서 나온 건 포켓 목걸이였다. 하트 모양으로 되어 뚜껑을 열면 안에는 무언가 넣을 수 있고 위로는 귀여운 리본과 작은 열쇠 키링이 달린 형태로, 물건을 받은 에셸은 여기저기 확인하고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그렸다. 주문한 그대로다.
루미의 목에 길이가 적절하도록 줄을 조절하고 에셸은 여전히 얼떨떨한 눈을 한 아이의 손을 당겨 가게에서 준비한 테이블에 앉았다. 포켓 목걸이라면 안에 적어 넣을 게 있어야지.
“잊어버리지 않게 적어두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아이의 손에 펜을 쥐어주고 포켓 안에 들어갈 작은 크기의 종이를 내민다. 자, 여기에요. 당신의 이름과, 부모님의 이름과. 그리고 집주소도. 적을 줄 아나요? 잘 모르겠으면 같이 찾아볼까요?
시간이 주는 힘을 믿었다. 인간의 힘으로는 멈출 수도 되돌릴 수도 없는 필연적인 흐름은 여러 가지 괜찮지 않은 것들을 괜찮은 것으로 바꿔준다. 상실의 아픔, 사고의 고통, 기억하고 싶지 않은 여러 일들이 흘러가는 흐름 속에서 빛바래져 차츰, 차츰 무뎌졌다. 에셸은 그게 사람이 강해져가는 과정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기억하고 싶은 일들마저도 간직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야속하게도.
아이가 혜성시티에서 찍은 사진을 우연히 보았다. 일부러 비워둔 의자가 두 개. 사진을 찍으며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그 날 밤, 작은 아이를 품에 안고 다독이면서 어떻게도 채울 수 없는 외로움의 자리에 막막했던 기억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앞으로도 여자가 아이와 함께하는 동안 고민할 숙제가 되겠지. 목걸이는 고민 끝에 내놓은 방법의 하나였다. 의자를 채울 수 없다면 하다못해 의자에 앉았던 이들의 기억만이라도 남길 수 있도록.
펜을 들고 열심히 글자를 적어 넣는 아이를 지켜보았다. 루미에르 아카시아. 그렇구나, 그런 이름이었구나. 다 적고 나면 물어볼까? 혹시 불리고 싶은 이름이 있나요? 네 아버지와 어머니는 너를 뭐라 불렀을까. 조금이라도 더 기억이 남았으면 해서.
다 적은 종이를 포켓에 넣어 목걸이를 아이의 목에 걸어주었다. 추억이 형태로 남았다. 우리는 망각하지 않기 위해 글을 쓴다. 아주 옛날부터 오늘까지, 변함없이.
솔라랑 루미랑 거의 납치하듯 데려온 제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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