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주노

19) 햇살 아래에서

천가유 2022. 11. 4. 20:55

For.주노

D+222 기념

더보기

 

해가 짧아지는 계절이에요. 모든 것이 빠르게 저물고 금세 쓸쓸해지죠. 그래서 요즘은 점심을 먹고 꼬박꼬박 30분씩 산책을 하고 있어요. 이 시간이 아니면 햇볕을 쬐지 못하니까요. 그것도 곧 못하게 될 것 같지만요. 어느새 해가 떠 있어도 추운 거 있죠. 여름엔 더워서, 겨울엔 추워서 걷지 못하다니 걷는 일도 꽤 어렵네요. 당신은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살비는 둔치보다 아직 조금 더 따뜻하겠죠. 브리더 일은 역시 하루 종일 야외일까요. 여름엔 더위에 약한 당신이 걱정이었는데 이제는 이 추운 날씨에 바깥에 있어도 되는지가 걱정이에요. 그러고 보니 날이 추워지면 당신은 넥워머를 했죠. 다음에 멋진 걸로 선물해줄까요? 후후, 순 이런 생각만 하네요.

해가 짧아져서 그런가. 오늘은 당신의 꿈을 꾸었어요. 우리는 아직 햇살 따사로운 늦여름에 있었고, 찬란하게 감싸는 햇살보다 더 뜨겁게 새빨개진 당신은 제 눈앞에 있었어요. 무슨 말이 하고 싶어서 그렇게 긴장해 있던 걸까요. 근래의 당신은 여전히 조금 허둥대는 면이 있지만, 그처럼 굳게 긴장하는 일은 거의 없어졌는데.

당신의 얼굴이 제 위로 작은 그늘을 만들었어요. 덕분에 표정이 보이지 않았죠. 무엇인가 말하려고 입을 여는데, 꼭 무성영화처럼 소리가 들리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입술 모양에 집중하려 했는데 그조차도 잘 읽히지 않아서, 그때서야 , 꿈이구나.’ 눈치 챈 것 같아요.

꿈속의 당신을 앞에 두고 어서 보고 싶다고 생각해버린 것 같아요.

당신이 들려주려는 말이 궁금했어요. 표정이 보고 싶었죠. 하지만 당장에 느껴지는 것이라곤 현실에서 채우지 못한 빛을 채우듯 온화하게 내리쬐는 햇살의 온기뿐이어서, 그렇다면하고 손을 뻗었어요.

온기를 손에 거머쥐었어요. 당신의 뺨을 감싸고 속삭였죠. 좋아해요. 아주 좋아해요. 굉장히 많이요. 사랑해요.

늘 해주고 싶은 말인데 유난히 더 들려주고 싶었던 건 우습게도 질문 하나가 무의식에 남아버린 탓인가 봐요. 사실은 작은 가정 하나도 속상해서 이 말을 전하고 싶었던 거예요.

세상에서 당신을 미워할 사람은 없어요. 그래도 만약, 세상이 당신을 미워한다면 제가 그만큼 당신을 사랑할게요.

그랬더니 꿈속의 당신이 행복한 듯 웃어 보여서, , 더 많이, 어서 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누군가를 보고 싶다는 마음이 힘이 된다는 걸 당신 덕분에 알아요, 주노. 보고 싶다는 말이 좋아한다는 말과 똑같이 들린다는 것도요.

해가 짧아졌어요. 덕분에 온기가 조금 부족한 것도 같아요. 오늘은 만나자마자 꼭 안아줄래요? 그러면 저도 꼬옥 안아줄게요. 밤새도록 그렇게, 빈틈없이 따뜻하게.

 

'with.주노' 카테고리의 다른 글

21) Mayday, Darling Time!  (0) 2023.02.12
20) 적반하장에 대책 없음!  (0) 2022.11.30
18) 제 모든 이유가 되어주는 당신께  (0) 2022.10.02
17) 청춘의 카운트다운  (0) 2022.09.24
16) 수화기 너머의 밤  (0) 2022.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