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주노
D+222 기념
해가 짧아지는 계절이에요. 모든 것이 빠르게 저물고 금세 쓸쓸해지죠. 그래서 요즘은 점심을 먹고 꼬박꼬박 30분씩 산책을 하고 있어요. 이 시간이 아니면 햇볕을 쬐지 못하니까요. 그것도 곧 못하게 될 것 같지만요. 어느새 해가 떠 있어도 추운 거 있죠. 여름엔 더워서, 겨울엔 추워서 걷지 못하다니 걷는 일도 꽤 어렵네요. 당신은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살비는 둔치보다 아직 조금 더 따뜻하겠죠. 브리더 일은 역시 하루 종일 야외일까요. 여름엔 더위에 약한 당신이 걱정이었는데 이제는 이 추운 날씨에 바깥에 있어도 되는지가 걱정이에요. 그러고 보니 날이 추워지면 당신은 넥워머를 했죠. 다음에 멋진 걸로 선물해줄까요? 후후, 순 이런 생각만 하네요.
해가 짧아져서 그런가. 오늘은 당신의 꿈을 꾸었어요. 우리는 아직 햇살 따사로운 늦여름에 있었고, 찬란하게 감싸는 햇살보다 더 뜨겁게 새빨개진 당신은 제 눈앞에 있었어요. 무슨 말이 하고 싶어서 그렇게 긴장해 있던 걸까요. 근래의 당신은 여전히 조금 허둥대는 면이 있지만, 그처럼 굳게 긴장하는 일은 거의 없어졌는데.
당신의 얼굴이 제 위로 작은 그늘을 만들었어요. 덕분에 표정이 보이지 않았죠. 무엇인가 말하려고 입을 여는데, 꼭 무성영화처럼 소리가 들리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입술 모양에 집중하려 했는데 그조차도 잘 읽히지 않아서, 그때서야 ‘아, 꿈이구나.’ 눈치 챈 것 같아요.
꿈속의 당신을 앞에 두고 어서 보고 싶다고 생각해버린 것 같아요.
당신이 들려주려는 말이 궁금했어요. 표정이 보고 싶었죠. 하지만 당장에 느껴지는 것이라곤 현실에서 채우지 못한 빛을 채우듯 온화하게 내리쬐는 햇살의 온기뿐이어서, 그렇다면─하고 손을 뻗었어요.
온기를 손에 거머쥐었어요. 당신의 뺨을 감싸고 속삭였죠. 좋아해요. 아주 좋아해요. 굉장히 많이요. 사랑해요.
늘 해주고 싶은 말인데 유난히 더 들려주고 싶었던 건 우습게도 질문 하나가 무의식에 남아버린 탓인가 봐요. 사실은 작은 가정 하나도 속상해서 이 말을 전하고 싶었던 거예요.
「세상에서 당신을 미워할 사람은 없어요. 그래도 만약, 세상이 당신을 미워한다면 제가 그만큼 당신을 사랑할게요.」
그랬더니 꿈속의 당신이 행복한 듯 웃어 보여서─, 더, 더 많이, 어서 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누군가를 보고 싶다는 마음이 힘이 된다는 걸 당신 덕분에 알아요, 주노. 보고 싶다는 말이 좋아한다는 말과 똑같이 들린다는 것도요.
해가 짧아졌어요. 덕분에 온기가 조금 부족한 것도 같아요. 오늘은 만나자마자 꼭 안아줄래요? 그러면 저도 꼬옥 안아줄게요. 밤새도록 그렇게, 빈틈없이 따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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