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푸실마을 아르바이트
딩-동, 하고 벨을 누르자 문을 열고 나온 건 사람 대신 던지미였다. 익숙한 녀석에게 인사를 하며 주먹밥 하나를 끼워준다. 그 사이 연구소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던지미─, 손님은 누구지?”
그 말이 허락이라도 된 것처럼 능란은 태연하게 제 집처럼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요오, 수리 박사님. 연잎버터죽통밥 배달이라고.”
“어라, 이번엔 시킨 기억이 없는데…….”
그제야 집주인도 머리를 긁적이며 모습을 드러낸다. 오늘도 어딘지 허술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잘 보면 빈틈 하나 없는 자세인데도 불구하고 느슨한 저 표정 탓인가. 그의 직업이 ‘박사’라고만 생각하는 이들은 아무래도 꾸준히 나왔다. 아니아니, 저 펄럭이는 옷의 안쪽을 주목해보라니까. 역시 박사님도 저번의 정크 트레이너나 그 주변처럼 시원하게 한 번 까줘야 하는데. 사특한 생각이나 하며 그의 어질러진 책상 위를 한 손으로 적당히 정리하고 위에 요리를 내려놓았다. 죽통밥, 죽순조림에 된장국, 이건 엄마가 박사님 갖다 드리라고 한 다른 밑반찬에 할머니가 주신 왕만두 2개. 여전히 인기가 좋다니까~ 하나하나 코멘트를 붙인다.
“그러니까 정말 주문한 기억이…… 깜빡했나?”
“으핫, 아니이. 이번엔 내가 그냥 온 거 맞아. 죽통밥은 핑계고 으음, 박사님에게 부탁이 있어서.”
역시 그렇지? 다행이다. 안심은 안심대로 하며 젓가락을 뜯던 그가 부탁? 하고 이쪽을 본다. 능란은 멋쩍게 땋은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돌돌 말았다.
“그게 말이지. 기껏 박사님이 캠프에도 끼워줬는데 이 몸, 능란이 생각보다 더 약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겠어?”
짧은 치마 명수가 들었다면 억울해서 펄쩍 뛸 소리였다. 하지만 실제로 야생포켓몬과 마주쳤을 때의 승률은 영 나쁜 편으로, 능란 본인이 진지하게 임하지 않는 것도 아닌데 도통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분명 이 정도로 먹힐 거라고 생각했는데.
된장국을 후루룩 마시던 박사가 그 점을 젓가락으로 콕 꼬집었다.
“그 부분이 문제인 거지.”
“그 부분?”
“‘이 정도로 먹힐 거라고’, 그렇게 중간에 힘을 빼버리니까 네 계산으로는 80%만 들여서 이길 수 있는 시합을 70%나 60%로 져버리는 거야.”
“그런 거냐구…….”
누구는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가서 문제라지만 힘을 빼버리는 것도 문제였다. 물론 일정 경지 이상에 오르고 나서는 적당히 흘려보내는 기술도 중요하다고 하지만, 아직은 그럴 수준이 되지 않는데도 말이다.
능란은 포켓몬 승부 이전에 자신의 신체를 이용한 배틀에 익숙한 자였다. 그리고 육탄전에 있어서는 자신의 힘조절을 완벽하게 해냈다. 하지만 포켓몬은 본인의 신체가 아니었고 지시가 완벽하게 들어갈 정도로 마음이 통하는 상대도 아니다. 어쩌면 트레이너로서는 나쁜 버릇이 든 셈이다.
그가 힘을 빼고 배틀에 임하는 데는 아마, 저 문제만은 아닐 테지만. 생각이 깊어지려는 것을 애써 끊어내고 두 손을 딱 모아 붙였다.
“아무트은, 그래서 리서치나 친선전으로 배틀 경험을 늘리는 것도 좋지만 좀 더 지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도편달 부탁드리겠슴다. 박사님!”
그거, 수업료니까. 멋대로 줘놓고 청구하는 모습도 뻔뻔하기 그지없다. 고개 숙인 캠프원의 모습에 박사는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때마침 트레이닝 상대를 찾는 포켓몬이 있었다. 야생 포켓몬을 상대할 때의 버릇을 고쳐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녀석을 상대로라면 힘을 빼고 승부하진 못하겠지.
“그래, 그럼 나가 볼까?”
“오오, 좋아. 잘 부탁드린다구~”
선뜻 허락이 떨어지자 표정이 편다. 다행이지 뭐야, 과외는 안 된다고 하면 어쩌나 했다. 그저 강해지는 훈련이라면 좋다고 능란은 작은 빠모를 어깨에 올린 채 박사를 쫓아 나섰다. 그 결과가 얼마나 엉망진창이었는지는 다음 지면에서 마저 다루기로 한다.
여기서 키운 비조푸에게 메챠쿠챠 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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