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늘봄체육관
「Q. 능란 씨는 트레이너 캠프에 왜 왔어요?」
A1. 모모와 친해지고 싶어서~ 아직 이 녀석과 만난 지 얼마 안 됐거든.
A2. 그러는 김에 아마추어 배지라도 하나 따볼까. 배지 하나쯤 있어야 친해진 것 같잖아.
A3. 사실 예전에 도전했다가 번번이 지기만 해서~ 이번에야말로 따고 싶다는 거야.
A4. 그런데 정말은…… ……왜 온 걸까? 이럴 거면.
【마음을 좀 더 강하게 먹도록 하세요. 진달래 씨를 이기고 오시라구요.】
팟, 하고 체육관 사방으로 조명이 켜진다. 차롱숲을 등진 문이 열리자 안쪽에서 짐 리더인 진달래가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이번 도전자를 기억하고 있을까? 그야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겠지. 누가 2년이 넘도록 지긋지긋하게 아침밥 먹듯 도장 문턱을 넘나들었을까. 한편으론 기억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진달래에게 있어 능란은 도전을 포기하고 도망친 근성 없는 패배자에 불과할 테니까.
둥, 둥, 둥. 북소리가 울린다. 이 소리를 들을 때마다 심장이 북의 울림을 따라갔다. 기분을 고양시키고 용기를 안겨주는 신비로운 북소리이나 능란에게는 패배까지 남은 걸음 수를 헤아리는 박자에 지나지 않기도 했다.
호흡을 크게 삼키고 서자 당랑거철의 무술가가 씩 웃는다. 그의 앞에서 능란은 한낱 사마귀 앞의 지렁이였다. 긴장으로 뻣뻣해진 손가락이 꿈틀거린다.
출전표에 이름을 적고 꼬박 하루. 그동안 놀랍도록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이기기 위한 전략, 도전하는 이들을 통한 학습, 대비, 하다못해 마음의 준비마저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뇌가 멈춘 것만 같았다. 그런데 왜 도전하겠다고 나섰느냐고? 그래야만 할 것 같았으니까.
누가 시킨 건지도 모르는 채 관성에 빠져, ‘그래야만 했으니까’ 2년 전의 도돌이표다.
기껏 모모를 핑계로 내세워 트레이너 캠프에 와놓고 그라는 인간은 놀랍도록 달라진 게 없었다. 성장하지 않았다. 이룬 것도 없다. 한심하다. 한심하고 부끄러워서, 도통 정이 가지 않는 사람이다. ‘능란의 능은 무능의 능.’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실없는 웃음이 계속 나왔다. 할 말 없고 민망할 때의 특기였다. 과장하기, 허풍떨기, 실없이 웃기. 이럴 거라면 나도 차라리 둥실라이드나 될 것 그랬어. 그러면 하다못해 날기라도 하잖아.
“왔군. 당연히 각오는 된 거겠지?”
각오? 그럴 리가.
“근성을 보여라!”
그런 게 있을 리 없잖아.
자신의 마음 하나 알지 못했다. 뭘 하고 싶은 걸까. 왜 온 걸까. 이 자리에 서자 딱 하나 알았다. 나는 여기 서는 게 무서워. 때를 놓쳐도 너무 놓쳐버렸잖아. 하하, 힘 빠진 웃음소리와 함께 손가락의 힘조차 풀렸다. 쥐고 있던 볼이 툭, 하고 떨어져 구른다. 볼을 줍기 위해 허리를 굽히던 여자는 그대로 멈춰서, 비굴하다시피 몸을 숙인 채로 읊조렸다.
“기권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도전했다. 이름 한 줄쯤 남겼다. 자, 이 정도면 충분하지?
도전이 끝났다. 부끄러우나 후회 않는 선택이었다.
30분동안 탐라 혼자 쓰고 스진하던 아찔함
*총괄계와 사전에 조율한 내용입니다.
ㄴ이걸 붙였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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