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는개체육관 챌린저 클래스
몰입하는 것도, 노력하는 것도 재능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 그 점에서 캠프의 선두를 달리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몰입의 천재들이었다.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 뒤돌아보지 않고 나아가는 것, 그래. ‘필사적’이라고 말하는 찰나. 눈부셨다. 우러러보았다.
이 말에 나는 그렇지 않다고 찔린다면 상당수에 속하지 않는 소수 인원일 테니 걱정하지 말자. 전부라고는 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몰입을 볼 때마다 ‘나도 저렇게 뜨거워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에게는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었다. 어린 CEO의 눈도 같은 가치를 발견했던 것이겠지. 그가 후원하기로 한 인물들이 능란이 가리킨 상당수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이 말을 꺼낸 인물은 어떠한가.
“하고 싶다는 건 반대로 하지 못한다는 뜻이지.”
자, 얘들아. 다음은 는개 체육관이야. 다님길을 벗어나기 전에 배지를 따내고 오자. 네 아이를 모아놓고 능란은 차분히 상대 체육관의 전력을 브리핑하였다. 주의해야 할 건 독의 상태이상인데 그것만 걱정하기엔 골뱃의 유턴이나 교체 플레이도 성가시고…, 우리가 저번주에 방어의 덕을 본 것처럼 이번엔 이쪽이 방어를 써서 귀찮아질 수 있어. 오래 끌어 득이 될 게 없는데. 장기판 위의 말을 움직이듯 설명이 유창했다. 모두의 머릿속으로 판도의 그림이 그려진다.
그럴듯하게 떠들고 있지만 이번에도 이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애초에 확실히 이길 거란 보장을 갖고 임하는 시합이 있겠냐만은─.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이기고야 말겠어! 하고 뜨겁게 외칠 정도의 몰입도, 절박함도 갖고 있지 않았다.
늘봄에 임할 때와는 조금 다른 기분이었다. 그때는 노력했음에도 지는 게 두려워서, 몰입하였는데 타의로 깨질까 무서워서, 바깥의 시선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그 순간에 온전히 빠지지 못했다. 하지만 그 부담을 벗어던진 지금도 능란은 어딘지 모르게 ‘몰입’이라는 글자에서 한 발 빼놓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천성에 불과한 걸까. 조금 부럽기는 한데. 그 순간에 푹 빠진다는 건 어떤 기분인 걸까. 다른 자질구레한 감각과 감정을 모두 차단한 채 즐기는 건.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해.”
이름이 호명됨과 동시에 배틀 코트에 오르며 뚱딴지같은 첫마디를 꺼낸다. 응? 하고 가볍게 되묻는 마타리에게 능란은 비슷한 정도의 느슨함을 가지고 인사했다.
“마타리 씨도 열혈 타입은 아닌 것 같아서. 그보다는 힘 조절에 능숙한, 치고 빠지는 타입으로 보이던데~ 어때?”
상성적으로 맞는지 아닌지를 떠나 인간 대 인간으로 좋았다. 진달래였다면 코트 위에 올라와서까지 시답잖은 계산 하지 말고 정면으로 부딪치라고, 혼쭐이 났을 테니까.
“안녕, 마타리 관장님. 저번에도 인사했지만 나는 능란, 푸실에서 왔어. 저번에는 없던 배지도 하나 생기고… 으핫, 그야말로 루키 트레이너지.”
저번에는 내가 올 때까지 얌전히 기다려준다는 말 같은 거 해서, 괜히 더 빨리 가고 싶어 혼났다는 것 아니겠어. 본인은 거기 앉아서 움직이지 않으면서 사람을 끌어들이는 재주가 있네.
“이미 꽤 다양한 캠프 사람들이 마타리 씨에게 왔다 간 모양인데 그중에서 나는 어느 정도의 인상을 남길 수 있으려나~ 궁금하단 거야.”
──아, 지면 남길 인상도 없으니까 시합은 이기도록 할게. 개구진 미소가 귀에 걸렸다.
풋내기 트레이너는 아직 자기 포켓몬이 지닌 힘을 다 파악하고 있지 않았다. 저번 체육관에서 막 진화한 모모는 심지어 또 한 번 진화해버리는 바람에 더 허둥대기도 했다. 언제 이렇게 자라버린 거지. 아이의 성장이 조금 서운할 만큼 빠르다. 그럼에도 많은 모르는 것 가운데 분명히 아는 것이 있었다.
“내 전부를 배팅에 걸고 몰입한다는 거, 무섭지 않아? 그런데도 그게 가능한 사람들을 보면 나에게 없는 것을 가지고 유치하게 부럽기도 하던데…… 그래도 나, 좀 길게 방황한 끝에 한 가지는 확실히 알았거든.”
“이기는 걸 좋아한다는 거야.”
「란란 언니는 이 여행에서 어떤 배틀을 하고 싶은데요? 이기는 배틀?」
「포켓몬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은 많을 거야. 그중에서 체육관전을 고르기로 했다면 이왕이면 이기는 경험을 시켜주고 싶고 나도 이기고 싶어.」
오랜 시간을 헤맨 끝에 낸 결론, 지면 서운하고 분하다. 그래도 너무 속상해하지는 말자. 하지만? 이왕이면 이기자. 최선을 다해.
“그런고로, 60%의 에너지 효율 등급을 가지고도 이것이 이몸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말하며 도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부탁해.”
마타리 씨와는 스타일이 맞을 거라 생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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