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 : 피치럼블

030) 10.19. 첫째의 자리

천가유 2023. 12. 27. 20:43

ㅡ모모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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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건을 마친 형제는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해 질 녘이 가까운 시간, 능란은 형제를 배웅하기 위해 도시의 외곽으로 나왔다. 휘황찬란하던 건물의 조명을 벗어나자마자 응달진 거리는 적막이었다. 공중날기 택시를 부르는 형제를 지켜보던 능란은 작게 숨을 들이마셨다.

갑자기 불러냈는데 먼 길 와줘서 고맙단 거야.”

에이, 우리 사이에 뭘 그렇게 딱딱한 인사치레를 하고 그래.”

우리 사이에라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정말 바보같이 착하기만 한 녀석이다. 우리가 그런 표현을 하기에는 그간 조금 어색하지 않았던가. 아니면 그마저도 전부 능란 혼자 의식해서 어려워하던 것뿐으로 그에겐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던 걸까? 생각이 깊어지려는 찰나 형제가 이마를 손가락으로 튕겼다. ! 하는 경쾌한 소리와 동시에 악! 하는 비명이 난다. 이마에 푸쉬이~ 하고 연기가 피어올랐다.

뭐야. 해보자는 거야?”

네가 또 날 죽일 듯이 쳐다볼 것 같아서 미리 선제공격이다. 으핫.”

착한 척하지 말라니까.”

척이 아니라 진짜 착한데 어쩌냐니까.”

재수 없어. 투덜거리면서도 부정할 수 없었다. 또 괜한 질투나 스물스물 올라오려던 차, 덕분에 생각이 끊겼다. 그래, 이 녀석이랑 겨루는 건 그만해야지. 더는 겨룰 것도 없지 않은가. 가족이란, 혈연이란 것은 참 오묘했다. 고작해 지난번에 메시지 좀 주고받은 것으로 앙금이 사라진 듯한 착각이 들었다.

나린마을은 어때?”

좋아. 아직도 다 배우려면 끝이 없고. 하지만슬슬 더 넓은 곳으로 나가 봐야 하나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

더 넓은 곳이라면 어디로 가게?”

가라르라거나~이 녀석에게 어울리는 사탕공예는 역시 본토의 것으로 주고 싶어서.”

형제의 어깨 근처에는 녹아내릴 듯한 크림 형태의 포켓몬이 둥둥 떠 있었다. 형제의 포켓몬은 파이어로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낯설었지만 특히나 유독, 이 녀석은 마주친 적이 드물다. 능란은 또 뒤로 숨으려 하는 모모를 폭 껴안은 채 안녕~ 하고 마빌크에게 인사했다.

달콤한 향기를 풍기는 사랑스러운 포켓몬과 형제는 여전히 어울린다는 말이 바로 나오지 않았다. 능란과는 다른, 차라리 캠프의 르나르와 더 비슷한 복장을 한 형제가 낯설기도 했다. 하지만 능란이 아무리 부정한다 한들 그가 택한 길이었다. 부모님이 은근히 마빌크를 볼 때마다 저 녀석 때문에 수가 가버렸다고 하는 걸 아는 만큼 능란이라도 잘해줘야 싶었다.

능수능란이 둘 다 빠져버려서 가게가 바쁘겠어.”

, 거긴 원래도 할머니 할아버지만 있으면 어떻게든 됐잖아.”

──그러니까 란아, 너도 괜히 내 빈 자리까지 의식하지 말고 하고 싶은 거 해.

형제의 손이 어깨를 툭툭 두드려오자 능란은 투덜거리며 그 손을 쳐냈다. 먼저 가버린 주제에 잘난 척이야. 에이, 더 할 얘기 없어.

마침 공중날기 택시가 하늘에서 내려왔다. 택시 바로 옆에는 형제의 에이스 포켓몬인 파이어로가 함께 날고 있었다. 파이어로가 발톱을 펴자 능란의 품으로 상자가 떨어졌다. 이게 뭐야? 눈으로 묻자 형제가 웃었다.

내가 구운 과자. 정확히는 반죽만 넣어놓고 익히는 건 꼬꼬에게 맡겼는데, 잘 구워졌나 보네. 가져가서 먹어.”

그으래, 고맙다.”

택시에 올라타기 전 마지막으로, 형제가 내내 낯을 가리던 모모에게로 눈을 옮겼다. 이란성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얼굴이 꽤 닮았단 평이었는데 너는 정말 란이만 보는구나. 나는 쭉 남이야. 여자보다 푸른빛이 조금 더 짙은 청년이 샐쭉 웃었다.

모모, 란이 본격적으로 체육관 챌린지에 도전한다고 들었어. 그러면 네 역할이 중요해질 거야.”

애한테 왜 그런 이야기 하고 그래.”

나도 힘든 순간, 위기의 순간마다 꼬꼬가 잘 해내 준 덕분에 배지를 다 모을 수 있었거든. 그러니까 너도 잘 부탁한다.”

결국 자기자랑 하려는 거 아냐??”

능수가 주먹을 들어 모모에게 부딪치는 시늉을 했다. , 우리 같이 파이팅 해보자. 우물쭈물하던 모모는 능수의 말을 다 이해했는지 아닌지 따라서 앞발을 들어 꿍, 부딪혔다. 만족스럽게 웃은 능수는 파이어로의 등줄기를 쓰다듬으며 택시에 완전히 올라탔다.

다음에 볼 땐 배지 5개짜리 트레이너로 와.”

여차하면 뺏으러 가게 케이스 간수 잘해라.”

이것저것 잡스러운 일을 위해 불렀던 형제가 떠났다. 그는 갔지만 약속은 남아 모모를 계속해 맴돌았다. 형제의 에이스였다는 파이어로와의 늠름한 뒷모습이 모모의 눈에 박혀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형제 또한.

첫째의 자리란 무엇일까. 모모는 계속 생각했다.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형제는 처음부터 집안과 다른 길을 갈 거다~ 고 생각하긴 했었어요. 그것 때문에도 형제간에 갈등이 있었겠죠.

두 사람 사이는 현실인물 빗대자면 조금 악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