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섹터에서의 첫 구매 기록은 도넛이 되었다. 카르테는 오늘이 마침 이벤트라는 사장의 말에 넘어가 얼결에 6개들이 박스째 사버리고 만 도넛 상자의 안을 물끄러미 살폈다. 6개씩이나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 그녀에게 음식의 섭취란 불필요한 것이니까. 그럼 이걸 어떻게 할까….
볕이 좋은 곳에 적당히 앉은 카르테는 일단 초콜릿 코팅이 된 하나를 꺼내 입에 물고─좋은 재료를 써서 정성들여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훌륭한 맛이었다─, 하나는 잘게 쪼개 근처를 기웃거리고 있던 새들에게 나눠주었다. 그래도 여전히 남아 있는 4개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회사였다면 인간인 직원들에게 주었을 테지만……, 이 훌륭한 도넛을 카르테가 전부 먹어버리기엔 지나치게 사치스럽다. 좀 더 먹는 보람이 있는 사람에게 먹히는 쪽이 도넛에게도 좋지 않을까.
그러나 마땅한 해결책은 찾지 못한 채 어느새 시간은 자정을 넘겨버렸다. 습관처럼 인기척이 사라진 거리를 순찰하듯 걷던 카르테는 곧 큰 목소리와 마주하게 되었다.
“큰일 났다! 길 잃었고, 배고프고, 어두워!”
곤경에 처한 사람이 있다면 돕는다. 이는 전 안드로이드─적어도 에스티의 모델이라면─에게 태어나기 전부터 각인된 사명이다. 그 사명에 따라 카르테는 마루스 이바노프를 도왔다. 그리고 아마 그녀의 도움은 유효했던 것 같다. 그녀가 처리를 곤란해 하던 도넛은 보다 필요한 곳에 쓰였고 그의 배고픔 또한 해소되었다.
그걸로 끝일 일이었다. 그러나 마루스의 말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 이 보상으로 진짜 두 배 갚을 테니까. 뭐 필요한 거 있으면 꼭 말해줘요.」
보상, 남에게 진 빚이나 물건을 갚는 일. 카르테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말이다. 인간을 돕는 건 안드로이드의 존재 이유, 당연한 일을 했다. 그녀의 말에 마루스는 새로이 질문을 던졌다.
「있잖아, 그 사명이라는 건 말하자면 내가 “용병으로 고용되었으니 당연하다!” 하고 말하는 정도의 사명이야?」
그는 이해보다 납득을 필요로 하는 것 같았다.
「카르테가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옳다고 생각하거나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카르테 개인의 의견이 있을까요? 그렇다면 나는 아주 기쁠 텐데요.」
그리고 카르테는 그를 납득시키지도, 기쁘게 하지도 못할 것이다.
어째서 안드로이드의 생각 같은 것을 묻는 걸까. 왜 그걸 두고 너는 기뻐하거나 기뻐하지 않게 되는 걸까. 인간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건 안드로이드의 의의에 반하는 것이다. 그를 기쁘게 할 수 없다는 것은 카르테를 아주 조금 침울하게 만들었고, 약간의 불유쾌함을 주었다.
용병은 돈을 받고 의뢰 받은 일을 수행한다. 그러나 임무에 따라서는 거부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안드로이드는?
“나는 카르테가 인간을 돕고 싶어서 돕는다면 그걸로 좋아. 하지만, 안드로이드니까 당연히 그래야 해. 안드로이드는 사람을 도와야 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것도 내 이기심일지 모르지만…”
사명을 행함에 있어 그녀의 감정은, 그녀의 판단은, 그녀의 의지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Yes or No의 사고회로에서 그 시작부터 갈래를 달리 한다.
인간이 곤경에 처했는가? → Yes. 도와야 하는가? → Yes. 라는 외줄의 알고리즘에 다른 여지는 낄 수 없었다.
그게 안드로이드 카르테다. 안드로이드이기 때문에 안드로이드에 맞게 행동한다. 그리고 아마, 이것은 마루스가 말하는 ‘걱정’해버릴 일일 테지.
“그냥, 카르테가 여기서 모두와 함께 행복하고 싶다고 생각해준다면. 무척 기쁠 거 같아서.”
눈앞에는 표정이 풍부한 남자가 있었다. 웃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그녀와 달리 잘 웃고, 표정으로 감정을 전하고 자신의 목소리로 생각을, 의지를 또렷이 전해오는 남자가 있었다. 짧은 시간 동안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주는 그는 그녀에게 많은 데이터를 주었다. 관찰하고 공부하기에 좋은 상대다.
그렇기에 감정이라는 것 자체를 어려워하는 카르테라도 그녀의 이 생각이 그를 기쁘지 않게 하리란 것은 연산할 수 있었다.
그녀가 지금의 생각을 전하면 그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본 적 없는 표정을 보여줄까.
다음 행동에 제동이 걸린다. 인간을 기쁘게 해야 한다는 사명, 거짓을 말해선 안 된다는 제약, 머뭇거림은 그녀의 입을 굳게 다물리게 하였다.
───언젠가 나는 네 걱정처럼 위험을 알아도 남아버릴지 모른다.
다른 수많은 ‘나’가 그러했듯이.
그게 너를 슬프게 할까.
잠시간의 침묵이 지나고 곧 카르테는 결론을 도출했다. 감정에 무딘 눈동자가 빙그르르 회전하며 그의 표정을 세심하게 관찰한다.
“저는 마루스가 말하는 행복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이곳에서 배워나갈 것 중 하나로 두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눈을 한 번 깜빡인다. 다시 한 번 생각해도 안드로이드라는 이유로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달라는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 그녀의 답은 그녀가 안드로이드이기 때문에 나온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