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세트의 도넛을 부담스러워하는 카르테를 (겨우) 알아차려준 사장님은 대신 지나가다 카르테가 보이자 도넛 하나를 그냥 쥐어주었다. 이건 모양이 안 예뻐서, 이런 건 판매할 수 없거든. 이라는 이유가 붙었지만 카르테의 눈에 그 형태는 판매 중인 도넛과 크게 차이가 있지 않았다. 굳이 따지라면 5% 정도의 함몰. 하지만 그 정도라면 판매 중인 도넛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는 흠이었지만 굳이 떠안겨주는 사장님의 성의라는 것을 넘기지 못하고 카르테는 얌전히 도넛 하나를 받았다.
그러나 직접 먹을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애초에 안드로이드는 음식을 섭취할 필요가 없다. 카르테는 먹는 행위를 모방할 수 있었지만 음식물은 안쪽에서 인간처럼 ‘소화’되는 것이 아니라 ‘처리’ 과정을 거쳐 없애버려야 한다.
이 때문에 도넛의 처리를 놓고 고민하다가 새들에게 나눠주기로 결심하였지만,
“제대로 된 모이. 타당한 말입니다.”
한 번 튀긴 빵조각보다 모이 쪽이 새들에게 이로우리란 것은 굳이 분석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그 말을 건네고 사라지는 아이를 붙잡아 도넛을 대신 주고 카르테는 새 모이가 담긴 봉지를 사 왔다.
새를 좋아해? 라고 묻는다면 카르테 본인은 아니요. 라는 답을 할 것이다. 안드로이드에게 그런 질문은 무의미합니다. 라고 할지도 모른다. 본인은 여러 가지 근거를 대며 새의 관찰이 유익하기 때문이라 한다. 하지만 아마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은 새를 좋아하는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행동의 배경이야 어찌 됐든 카르테는 이제껏 기름진 빵 덩어리를 준 새들에게 사죄의 의미를 담아 영양소가 골고루 담긴 모이를 나눠주기로 결심했고, 그를 위해 봉지의 양쪽을 잡아당기다가──
펑!
실수로 새 모이를 뒤집어쓰고 말았다.
“……위험을 감지합니다.”
새들의 경쾌한 날갯짓소리가 들린다. 시동을 걸 듯 여기저기 나뭇가지들이 흔들리는 게 눈에 또렷이 보였다. 멀리서부터 바람이 불어온다. 저 바람을 타고 새들이 어디를 습격할지 예측하기란 계산기도 필요 없는 일이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나가야 할까. 새들의 장식장이 되어 꼼짝도 하지 못하게 된 카르테는 대책을 찾아 골몰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