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는 무엇 때문인지 많이 화가 난 것 같은 소년이 있었다. 그리고 카르테는 그의 말에 적절한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 정도 손해는 괜찮지 않습니까?
「저는 인류에 헌신하기 위해 만들어진 안드로이드입니다. 인류의 영광, 인류의 발전, 앞으로도 이 땅에서 살아나갈 인류의 번영에 기여하고 봉사하는 것이 저의 존재 의의이며 가치입니다.」
그 말에 거짓은 없었다. 눈을 뜬 순간부터 카르테는, 아니. ST-C-2908LZ는 새가 나는 법을 익히듯, 물고기가 헤엄치는 법을 익히듯 자연스럽게, 아니지, 이런 표현은 어울리지 않을까. 비디오를 재생하듯, 오븐의 타이머를 돌리듯 입력된 답에 따라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인식했다.
눈을 뜬 안드로이드는 하루의 시간을 두고 입력된 데이터를 처음부터 끝까지 로딩, 로딩한 데이터에 따라 실제로 몸을 움직이며 동기화 조정을 거친다. 그러면 바로 다음 날부터 전선에 투입이었다.
그 해는 네오 모델의 시장점유율이 93%를 넘은 시점이었다. 이미 상용화를 마친 네오 모델은 처음에는 그 제작 단가로 인해 뛰어난 성능에도 불구하고 상용화 되지 못하였지만 연구와 개량을 거듭하면서 점차 시장점유율을 높여나갔고 이에 따라 이미 그 전부터 ‘실패한 안드로이드’라는 평가를 받던 프로토 모델은 점점 감소하였다. 그럼에도 에스티에서 프로토 모델을 계속해서 만든 것은 오직 「경제성」으로, 인간과 조금 더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시끄럽게 구는 네오에 비해 벙어리 같은 프로토 쪽이 낫다고 하였다.
단순히 사장의 취향이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회사에서 경제성을 높이 사도 구매자가 없어서는 무용지물이다. 에스티는 C형 모델을 마지막으로 프로토 라인의 생산 중지를 결정하였다. 앞선 모델들에 비해 가뜩이나 적은 생산량을 보인 C형 모델은 그렇게 전선에 내던져졌다.
「그래도 전투용 안드로이드가 눈에 띄게 만들어졌다는 건… …전장의 붉은 머리 영웅 같은 건가?!」
부정. 그들의 역할은 미끼였다. 에스티의 군용 안드로이드는 모두 자폭 장치가 내장되어 있었다. 전장의 최전방에서 화려하게 싸우다가 적당한 때가 되면 폭발한다. 당시의 장군, 그들의 자폭 장치를 손에 쥐고 있던 인간은 그 장면을 보며 『전장에서 피고 지는 붉은 꽃』 따위로 표현하였다고 한다. 시라도 쓸 셈인가? 그의 제멋대로의 감상을 이해하는 안드로이드는 없었다.
프로토 안드로이드는 살해당하던 시기였다. 살해라는 표현은 과연 적절할까. 인간에 의해 만들어져 인간에 의해 파괴되었다. 인간은 프로토 타입을 불쾌하게 여겼다. 창조주의 불쾌는 피조물의 멸종으로 이어졌다. 전선에 서도 서지 않아도 동료, 형제는 다양한 방식으로 파괴되어갔다.
발 디딜 곳을 잃고 점점 구석으로 몰려가는 하루, 그 다음 날의 하루. 프로토의 자아는 분명 실패했다고 표현해도 좋을 미완성이었지만 그들에게도 자아와 인지는 존재했다. 불완전하게 만들어진 자아는 그늘에서 자라는 싹처럼 비통하게 성장하였다. 인간을 향한 분노, 공포, 프로그래밍 된 순응, 굴복, 그에 따른 체념.
‘그것’도 다르지 않았다. 입력된 말과 미약하게 싹 튼 자아 사이에서 괴리를 느꼈다. 버텨내기 위해서는 괴리의 원인을 삭제하는 것뿐이었다. 몇 번인가는 스스로 지웠고, 몇 번인가는 지워졌다.
「그럼 당신은 왜 매일 눈을 뜨지요. 뭐 하러?」
아직 움직이기 때문에.
《인권위는 당신들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고의로 프로토 타입의 소모를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그것은 조금 애석하기도 한 일.
───형제들의 잔해를 앞에 두고 카르테는 조금 고민하였다. 눈앞에 쓰러져 쌓여 있는 것은 그녀와 마찬가지인 C형 전투 모델. 관절부가 적나라한 팔다리는 아무렇게나 뻗어 있고 붉은 머리카락은 제각각의 길이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눈동자의 렌즈가 돌아간다. 일련번호를 들었을 때도 알아차렸지만 카르테가 기억하는 일련번호가 아니었다. 아마 이 연구소에서 독자적으로 만들었거나, 공장에서 가동하기 전에 빼돌려졌거나.
기본적으로 같은 모델은 모두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그러나 최종 가동을 하는 과정에서 얼굴의 접합선이 조금씩 달라지거나 하루 동안의 조정을 거치면서 머리 모양에 구분을 주는 등 차이를 보였다. 전자가 우연히 벌어지는 것이라면 후자는 단순히 인간의 기호였다. 이렇게 해서 구별을 주고 싶다는.
카르테는 형제의 얼굴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눈앞의 저와 같은 얼굴을 한, 그러나 아주 조금 다른 안드로이드는 본 적 없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문득 손을 뻗고 싶어지는 이 기분은, 애틋함이란 것일까.
“너는 먼저 쉬고 있군요.”
필요하다면 통째로 싣고 가는 일도 가능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카르테는 구태여 그러지 않았다. 에단의 지적이 맞다. 현재 프로토 타입의 부품들은 대부분 구하기 어려웠다. 작은 손상을 큰 손상을 야기할 수 있다. 그럼에도 스스로를 방치하는 것은……,
어딘가 톱니바퀴가 걸린 듯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기긱, 기기긱, 회전을 가로막은 것은 아주 작은 모래알 하나 정도. 그 부자연을 인식해버린다.
→1순위 명령과 어긋납니다. 괴리 발생.
→알고리즘의 재배열
→고의성 탐색
→오류를 일으킨 메모리의 삭제
→사고 회로를 재부팅합니다
눈동자가 빙그르르 돌아간다. 눈앞에는 여전히 어딘지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소년. 그에게 대답을 해주어야 했다. 대답, 가장 합리적인, 올바른, 적절한, 대답.
한 번 더 기긱, 끼익, 소리가 들린다. 몸의 안쪽에서 나는 소리다. 조금 빠르게 돌아가는 것 같던 눈동자가 서서히 속도를 늦춘다. 머리 위로 내리던 눈이 닿기도 전에 녹아 물방울이 된다.
아무래도 어딘가에 모래알이 박힌 모양이다. 그렇다면 점검을 해야지. 주위를 둘러본다. 어느새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 아까의 혼란스럽던 분위기도 지금은 눈송이에 덮여 침묵하고 있었다. 목표 완수. 데이터를 갱신한다.
“역할의 마무리를 확인합니다. 에단의 말을 수용하여 점검에 들어가겠습니다.”
에단의 말은 자주 카르테를 자극해서, 카르테가 혼자 별별 생각을 다 했습니다. 나 에단 사랑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