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나 무언가 찾고 있소, 라는 기색을 온몸으로 내뿜는 소년을 발견했을 때 카르테는 기시감을 느꼈다. 아니, 기시감이라는 표현은 틀렸다. 실제로 여러 번 겪은 일이다. 찾는 대상, 찾는 물건만 달라졌을 뿐이지.
최근 다들 뭘 자꾸 잃어버리는 걸까. 10섹터의 바람에는 깜빡하는 성분이 있는 걸까. 진지하게 의문을 품으며 카르테는 상대에게 다가갔다.
“카인.”
“응~?”
“찾는 것이 있다면 돕겠습니다.”
부름에 대답만 하며 여전히 바닥에 코가 닿을 듯 낮은 자세를 하고 두리번거리던 소년은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허리를 피고 놀란 표정을 보였다. 그와 대화할 때면 몇 번이나 생각한 점이지만 늘 생생한 표정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갑판 위에 떨어진 생선처럼 펄떡거리는. ……아, 좀 틀린 비유일까.
하늘이 태양을 품은 듯 독특한 눈동자에 담겨 있는 현재의 표정을 해석해보자면,
“어떻게 알았어??”
잃어버렸다고 말한 적 없는데. 정도이겠지. 카르테는 구태여 그의 행동에서 얻어낼 수 있는 추론을 설명하는 대신 무엇을 찾고 있습니까? 하고 물었다. 그는 마이를 찾고 있다고 하였다. 마이? 하고 카르테는 카인의 복장을 위아래로 훑었다. 겨울이라는 계절감이 없는 듯 와이셔츠에 넥타이, 넥타이를 고정하는 하네스가 얇은 차림새는 그녀가 언제나 보던 그의 옷차림이었다.
“마이, 갖고 있었습니까?”
“그야 당연하지!”
“입은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야 입고 다닌 적이 없으니까!”
“그럼 방에 있겠군요.”
그게 그럴 줄 알았는데 말이지……, 라며 뒷머리를 긁적인 카인은 방에 없어서 찾으러 나왔다고 하였다. 보통 방에 던져놓으면 안 입으니까 근데 오늘은 잠깐 필요해서 입고 나왔다가, 그대로 잊어버리셨군요. ……응.
어딘가에 벗어둔 모양인데 어딘지 모르겠어. 라고 말하는 그는 조금 초조해보였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나서는 것이 안드로이드의 본분. 카르테는 당연한 수순처럼 그를 돕기로 했다.
“오늘 당신이 방을 나와서부터 지나간 곳을 되짚어보죠.”
고마워! 하고 소년의 얼굴이 활짝 핀다. 카인은 방금 방을 나와서부터 아카데미 입구까지의 길을 찾아다녔다고 하였다. 오늘은 어디어디를 들렀습니까? 카르테의 물음에 그가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새며 목록을 읊는다. 일어나서 식당에서 밥을 먹고 마을로 내려갔다가─마을까지 탐색 범위를 넓혀야겠군요─점심 지나고 도서실에서 책을 찾았는데, 찾다가 머리에 쥐가 날 것 같아서 잠깐 휴게실에서 쉬었다가─얼마나 돌아다닌 거죠?─길게 이어지는 경로를 홀로그램 지도 위에 그리던 카르테는 카인이 마지막으로 방에 들어와서 마이가 없는 걸 알았어! 라고 말한 지점에서 경로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 범위를 함께 찾는 것은 비효율적입니다. 구역을 나누죠.”
그리하여 카르테는 아카데미 건물 안의 수색을, 카인은 마을을 다녀오기로 결정하였다. 마을에 가는 것은 카인이 지원하였다. 도와주기로 한 사람에게 멀리 보내는 수고를 끼칠 순 없어. 금방 다녀올 테니까! 달려가는 그를 배웅하며 카르테는 금방 다녀오지 않아도 괜찮으니 그가 꼼꼼히 살펴보고 오길 바랐다.
아카데미 안에서 카인의 흔적을 쫓는 건 생각보다 흥미로운 일이었다. 그가 방문했던 곳을 들러, ‘이런 사람이 오지 않았습니까?’ 하고 물으면 다들 그를 떠올리고 한 마디씩 해주었다. ‘그 잘 먹던 애’, ‘도서실에서 소란을 피우던 녀석’, ‘복도를 뛰어다니면 안 돼’, 그러나 다양한 이야기 중에 “그가 마이를 입고 있었습니까? 혹시 두고 간 건 없습니까?” 하고 물어보면 다들 고개를 저었다.
입고 있었나. 아니, 안 입고 있던 것 같기도 하고. 두고 간 건 없는데. 아, 다른 사람이 잃어버린 거라면……. 아뇨, 그것은 제 관할이 아닙니다. 또 다른 의뢰를 떠맡기 전에 자리를 빠져나온 카르테는 아카데미 분실물 중에 그의 것으로 보이는 마이는 접수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떨어진 마이 찾기로 돌아갔다.
그러나 생각보다 그의 마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의 마이를 찾는 동안 온갖 다양한 분실물들을 주워 로비에 가져다 두는 동안에도 발견되지 않았다. 결국 그의 방 앞까지 되돌아온 카르테는 그가 마을에서 흘리고 온 것일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높이며 마지막으로, 하고 세탁실로 향하였다. 떨어진 옷가지가 보이지 않는다면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은 그곳이다.
그리고 마침내 카르테는,
“──잠시만요.”
막 동그란 드럼통 안에 빠질 위기에 처했던 그의 마이를 수거할 수 있었다. 도서실에서 구겨진 채 발견되어, 세탁한 후 주인을 찾을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주머니에 넣어둔 것이 있다고 했지. 옷을 건네받은 카르테는 포켓 부분을 툭툭 두드려 안쪽이 불룩한 걸 확인하였다. 다행히 주머니에서 굴러 떨어졌다는 전개는 아닌 모양이다. 이대로 한 발만 더 늦었으면 마이와 함께 사이좋게 세탁될 운명이었지만.
“무사히 찾아서 다행입니다.”
무엇이 들어있는지는 듣지 못했다. 다만 주머니에 넣어둔 것은 잃어버려선 안 되는 거라고 그는 퍽 곤란한 얼굴을 하였다. 아직 앳된 티가 남은 매끈한 이마에 골을 깊이 새긴 채 보통이라면 정면에 두었을 시선을 바닥에 고정한 채 조급히 굴었지. 무엇이 들었길래? 이것 또한 그가 말하던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의 일종일까.
그와 나누던 대화를 문득 떠올린 카르테는 숙제를 앞에 둔 학생의 기분으로 그가 마을에서 돌아올 때까지 「카르테만의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