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덩, 누군가 호수에 빠지는 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누구? 에단? 왜 안 나오지, 저 녀석? 호수가 잔잔한데? 그 목소리들을 들으며 카르테는 호수 바로 앞까지 달려왔다. 에단이 호수에 빠지게 된 직접적인 경위는 들었다─체이서의 케이크를 피해서, 라고 했나─. 거기에 카르테의 책임은 없다. 그러나.
「아무리 팔을 이어붙이고 기계를 고쳐도 이후에 재활까지 신경 써야한다는 거 알아 몰라! 모르면 지금 알고!」
“에단의 입수 시발점으로서 책임을 느낍니다. 구조합니다.”
한 번 더 풍덩,호수에 물보라가 일어났다.
폭설이 내린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겨울이었다. 며칠 전에는 호수 가장자리가 얼 만큼 기온이 떨어지기도 했다. 이런 날씨는 호수에 들어가는 것만으로 쇼크사를 일으킬 수 있다. 카르테는 그를 구조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물속은 뼈가 시릴 온도였다. 안드로이드는 뼈가 없기에 시리지 않다. 다만 순간적으로 시스템이 9.8% 다운되었다. 1섹터에서 생활하면서 추위에는 강한 면역을 보였지만 물이 대상이라면 아무래도 달라진다. 팔다리가 무겁게 느껴지고 평소보다 행동에 필요한 에너지 출력을 높인다.
압박감, 그리고 불안, 껄끄러움, 감정이라면 아주 옅은 정도밖에 느끼지 못하는 그녀치고는 드물게 선명한 감각. 오래 머무는 것은 권장하지 않습니다. 에단을 수색합니다. 자율 판단과 함께 렌즈가 에단을 발견하자마자──
누군가 뒤에서 잡아당기는 힘에 의해 카르테의 몸은 육지로 올라와 있었다.
“겨울이다. 돌격부들아.”
“……웨일 선생님.”
몸을 압박하는 물속에서 벗어난 것만으로 부담이 조금 덜해진다. 잔디밭 위로는 뚝뚝 떨어지는 물기가 세 덩어리였다. 이럴 것 없었다고 말하는 에단과 한숨을 내쉬는 르네, 그 사이에 지켜보던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담요와 수건이 건네줬지만 카르테에겐 그보다 급히 할 일이 있었다. 기계과학부, 정비, 점검, 확인. 겨우 감사 인사만 건넨 채 카르테는 푸른 넥타이를 찾아 렌즈를 굴렸다.
“올가. 잠시 괜찮습니까?”
때마침 시야에 들어온 상대는 작게 하품을 하며 걸어 나오는 로넨 올가, 기계과학부의 한 사람이었다. 가능하다면 그녀가 아닌 X, 혹은 같은 안드로이드 쪽에 부탁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한시를 서둘렀다.
“어라~? 나? 아하학, 무슨 일~?”
느긋하게 두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있던 그녀는 아직 물기에 젖은 카르테를 보고 그제야 표정이 달라졌다. 뭐야 뭐야, 급한 일? 태도를 바꾸는 올가의 모습에 카르테는 짧게 끄덕였다.
“점검을 부탁드립니다.”
“나야 언제든 괜찮지! 물에 빠진 거야? 또 확인할 곳은?”
빠르게 내뱉은 말과 함께 올가는 제법 익숙한 손길로 카르테의 몸을 여기저기 확인하였다. 그 행동을 잠자코 지켜보다가 문득 떠오른 가능성에 안드로이드를 수리해본 적 있습니까? 하고 카르테는 질문을 던졌다. 질문에 올가는 눈을 휘 접어 보였다.
“응, 한 명 뿐이었지만~ 그 애도 프로토였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내 방으로 가자. 그 말과 함께 올가는 제 발치에 모인 로봇들을 이끌고 앞장섰다.
그녀의 뒤를 따르며 카르테는 카타르시스에게 연락을 취하였다. 점검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최소한의 대비가 필요했다. 귀의 연락선을 건드려 그에게 신호를 보내자 오래 걸리지 않아 익숙한 인공의 푸른 머리카락이 나타났다.
“친구 불렀어?”
“정정, 동료입니다. 카타르시스.”
카타르시스의 시선이 흘긋, 올가를 향했다가 뒤이어 카르테를 스캔하였다. 카르테보다도 표정 변화를 보이지 않는 그였지만 목소리에서 희미한 책망이 전해졌다.
“호출에 응하였습니다. ……카르테의 몸이 젖은 것을 확인. 안드로이드에게 부적절한 행동으로 보입니다. 덧붙여 양팔의 내부 파열 감지. 수중전이라도 벌였습니까?”
부정입니다, 카타르시스. 물에 뛰어들게 한 상대도, 양팔의 파열이 발생한 상대도 동일인입니다만.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고 카르테는 일련의 상황을 그에게 설명하였다.
“하여, 백업을 부탁합니다.”
“요청을 승낙합니다.”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올가는 흥미진진한 눈을 하고 지켜보고 있었다. 시선을 보내자 쾌활하게 웃으며 아, 나는 신경 쓰지 말고 둘이 할 거 해. 그 말과 함께 손을 내저었다. 카르테는 자신의 목 뒤에서부터 연결선을 당기는 카타르시스에게 덧붙였다.
“데이터 백업 이후 점검 동안 입회도 부탁합니다.”
“……받아들입니다.”
길게 뽑아낸 선을 들고 그녀의 목 뒤를 더듬는다. 목 뒤에는 전원 장치가 있었다. 누군가 닿는 것은, ……카르테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 중 하나였다. 그러나 상대가 그였기에 잠자코 눈을 뜬 채 기다린다. 달각, 하는 소리와 함께 선이 이어지고 그의 동공이 돌아간다. 카르테는 눈을 감고 그에게 지금까지의 데이터를 백업하여 전송하였다.
───언젠가 두 사람의 모습을 본 회사의 직원 중 한 명이 물어본 적이 있다. 「두 사람 친해 보이네. 그런 거 하면 뭔가 유대 같은 것도 생기고 그래?」 그 질문에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나란히 고개를 저었지. 생기지 않습니다. 느끼지 않습니다.
적어도 이런 것으로 생기지는 않는다. 그의 손이 다시 목덜미에 닿는다. 선을 되돌리며 카타르시스는 높지도 낮지도 않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입학한지 이제 겨우 초입입니다. 쓸모의 증명을 위해 좀 더 신중한 상황 판단을 요구합니다.”
“네 말에 동의합니다. ……다음번엔 조금 더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생긴다면 아마, 그에게서 떨어져 카르테는 올가를 돌아보았다.
“얘기 끝났어? 이제 점검한다?”
“부탁드립니다, 올가.”
“참관하겠습니다.”
“나야 뭐 상관없어. 나중에 그쪽 안드로이드도 조금 건드리게 해주면 더 좋고, 아하학.”
“거절합니다. 저는 점검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럼 나중에 필요하면 나한테 와줘! 흡사 스카우트라도 하는 듯한 올가의 외침에 카타르시스는 변함없이 부정의 답을 내놓았다.
너희 안드로이드는 남에게 몸 보여주길 꽤나 꺼리네. 그의 거절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흥얼흥얼 콧노래를 하며 올가는 머리 위의 고글을 당겼다. 고글은 특수한 코팅이 되어 있는지 밖에서는 그녀의 눈이 보이지 않았지만 무언가 바쁘게 돌아간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제부터 내 귀여운 아이들이 도와줄 거야.”
여기, 누워 볼래? 라는 말에 따라 침대 위에 눕는다. 얇은 한 겹의 옷만 남자 그녀에게서도 역시 인간과 다른 관절부가 눈에 띄었다. 어라, 카르테도 카타르시스랑 마찬가지였네? 들려오는 올가의 말에 네, 하고 긍정한다.
“인간과 흡사하도록 만들어졌지만 저희의 본 목적은 전투, 전투에 적합한 움직임을 내기 위해 고출력에도 견디는 팔다리를 위해 이렇게 제조되었습니다.”
“헤에, 그거 재밌네. 나중에 강도 실험 해봐도 돼?”
“점검만 부탁드립니다.”
체엣, 하고 혀를 차면서도 올가는 바쁘게 움직였다. 제일 먼저 점검할 곳은 몸 전반적으로 물에 의한 피해 여부였다. 방수 처리는 잘 되어 있지만 어쩔 수 없이 관절부는 조금 취약하다. 물이 어디까지 침투하였는지 확인하고 꼼꼼하게 말리며 상태를 파악한다. 응, 괜찮은 것 같은데? 아니 괜찮아!
누운 채로 카르테는 눈만 도르륵 굴려 카타르시스에게 확인을 요청했다. 그에게서 오케이 사인이 나오자 그제야 한숨을 내쉰다. 올가의 꼬리와 작은 로봇들은 제법 부산스럽고 바쁘게 움직였다. 프로토 모델을 다뤄본 적 있다는 말은 거짓이 아닌지 그녀는 카르테의 몸체를 제법 익숙하게 다루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역시 모델이 다르니까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그러니까 이 부분은……”
“35번 부품입니다.”
“오, 그렇구나. 그래. 그러면 이렇게……”
침수와 마모 여부는 전반적으로 가벼운 점검이었다. 뒤이어 팔 부분의 수리에 들어간다. 안쪽을 열자 약간의 찌그러짐과 함께 전선 여러 개가 파손되어 있었다. 역시나. 아까 물에 들어갈 때도 팔이 자유롭게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보고를 하자 카타르시스가 한 번 더 지적을 해왔다.
“대련으로 부품을 소모하는 건 부적절한 행동입니다, 카르테.”
“반성하고 있습니다, 카타르시스. 수리가 가능합니까, 올가?”
“으음, 내가 가진 부품이랑 조금 다르긴 한데 어떠려나. 일단 해보고 안 맞는다 싶으면 X에게 가자.”
“…….”
“걱정 마아~ 망가트리진 않을 테니까! ……망가트릴 리 없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올가가 이를 드러내며 히죽 웃는다. 아마 고글 너머의 눈은 초롱초롱하게 반짝이고 있지 않을까. 이미 여기까지 온 이상 이제 와서 X를 불러오기엔 늦었다. 카르테는 빠르게 체념한 뒤 올가에게 맡겼다.
다음은 조금 더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었다. 어느새 방 안은 열기로 후끈거려 올가의 고글 아래로도 땀이 맺히는 게 보였다. 언제부턴가 그녀에게서 말이 사라지고 대신 바쁜 손놀림만 이어졌다. 긴 꼬리가 몇 번이고 머리 위를 오가며 카르테의 신체 내부를 섬세하게 건드린다. 끝이 날카로운 침은 상당히 위협적이었지만 한 번도 허투루 그녀를 건드리는 일이 없었고 올가의 작은 전갈 로봇들도 그 침을 이용하여 카르테의 선을 끊거나 이었다.
올가의 작업은 카타르시스가 전부 지켜보았다. 작업 과정을 녹화해도 됩니까? 그 물음에 올가는 내 거 봐봤자 따라하진 못 할 텐데? 뭐 마음대로 해. 하고 선뜻 허락해주었다. 그리고 제법 장시간이 흐른 뒤에야 올가는 고글을 다시 위로 올리고 만세를 하였다.
“끝~!”
“감사합니다, 올가. 도움을 받았습니다.”
“아니 뭘, 덕분에 나도 안드로이드를 잔뜩 만질 수 있어서 즐거웠어. 또 와도 돼.”
“이런 일이 번복되지 않도록 주의하겠습니다.”
“또 와도 된다니까! ……뭐, 다치지 않는 게 제일 좋긴 하지만.”
뒤이은 목소리는 조금 다른 색이었다. 그 사이 세탁을 마친 옷을 꿰어 입으며 카르테는 올가를 응시하였다. 제 몸을 점검하는 동안, 올가는 굉장한 집중력을 보이다가도 종종 손을 멈출 때가 있었다. 그때마다 손에 잡고 있던 로봇 대신 맨손으로, 카르테의 몸체를 만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고글에 가려 그녀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행동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지금은 더는 그 때의 표정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인간의 것과 구별되는 옅은 색의 동공이 다시 초승달 모양으로 휜다. 왜애? 물어오는 그녀에 카르테는 그저 고개를 저었다.
“감사합니다. 그럼.”
“응, 바이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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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긴급 점검은 코어와 심장부까지 공개하는 종류가 아니었습니다만, 이후 전투에서 부상을 입을 경우 심장부의 공개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관해 상부의 허가를 필요로 합니다.
-동의합니다. 하지만 상부의 허가가 내릴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됩니다. 안드로이드 제작 기술의 유출을 허락하지 않을 것입니다.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상부에서는 프로토 타입의 존속에 관심이 없으니까. 도리어 망가져버렸으면 하고……, 카르테의 얼굴에 미묘한 일그러짐이 떠오르다 사라진다. 카타르시스의 렌즈는 그 일련의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