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가는 자주 부르던 노래였다. 특별히 좋아하던 곡이었는지를 물으면 스스로도 그런가요? 하고 애매한 답밖에 줄 수 없으나 듣기에 좋은 곡보다 부르기에 좋은 곡이라는 표현이 알맞을 것이었다. 자주 부르던 노래가 다른 사람을 통해 다른 음색으로 들리는 게 신선했다. 이렇게도 부를 수 있구나, 하며 눈을 감고 소리에 집중하였다.
고요한 밤이었다. 공기가 조금 차고 시린 것도 같았지만 그래서 더 맑고 깨끗하던 밤이었다. 새까맣고 차가운 밤 위로 그의 목소리가 퍼졌다. 차가운 색 위로 그의 목소리가 따스한 색을 덧칠하는 듯 했다. 잔잔하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는 원을 그리며 세이라에게도 분명히, 또 선명히 닿았다.
목소리는 꼭 그녀를 불러들이는 것 같았다. 조금 더 가까이, 한 발 더 그에게, 소리가 들리는 그의 곁까지 다가가도록, 거기에 머물도록. 그의 앨리스일까. 그녀의 안으로 스미려는 듯한 소리에 막연히 떠올린다. 자주 없는 일이었다. 그의 소리가 닿도록 앨리스를 사용하는 건, 불특정 다수 앞이 아니라 그녀에 한정해서.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실린 목소리가 그녀에게 마음을 전해온다. 감사, 애정, 그리고…… 바람.
목소리에서 색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의 색, 시나요리 아리사의 색, 그 자체로도 은은하게 빛을 발할 것 같은 소리가 그녀를 두드렸다.
──네가 불안하지 않길. 불안하다면 견뎌내 단단히 서길.
곧게 뻗어오는 목소리는 그 자체로 땅이었다. 이곳으로 올라와 서면 돼. 그렇게 말하며 끌어당기는 것만 같았다. 사람을 매료시키는 힘이란 이런 것일까, 귀를 기울이며 떠올렸다. 그래서 옅게 웃었다. 많이 강해졌어요, 아리사 군.
그는 강해졌지만, 그녀는 여전히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처럼 보일까. 그의 눈에 세이라는 위태로울까. 불안한 것 같을까. 그렇게 보이는 이유를 안다. 그가 그녀에게 바라는 것과 그녀가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바다를 등진 채 그를 보고 있었다. 시선은, 소리는 그에게로 향하였지만 등지고 있음에도 바다는 뭍보다 가까이에서 파도를 보내 그녀를 당겼다. 그대로 언제든 등진 곳을 향해 첨벙─, 하고 빠질 수 있을 듯.
고향, 어머니, 품어줄 곳, 그보다 큰 향수가 남은 곳. 큰 물결에 휩쓸려 작은 물결들을 잊게 해줄 곳, 돌아가기 위해 바쳐야 할 대가가 무엇이든 아쉬워 않고 내줄 수 있는 곳.
뭍의 소리는 다정하고 기쁜 것이지. 또한 지켜보고 싶은 것이기도 하다. 그의 소리가 얼마나 사람들을 매료할지, 또 위로할지, 그의 이상이 어디까지 퍼질 수 있을지 상상하면 제 꿈처럼 벅찼다. 상냥한 정원사의 손길에 피어날 장미들을 보고 싶었다.
그러니까…… 아직은, 이곳에. 뭍과 물의 애매한 경계를 밟고 그를 들어야지. 그녀에게 남은 작은 욕심 중 하나였다. 그녀의 불안이 그의 불안으로 번지길 바라지 않는다. 이 순간이 그에게도 그녀에게도 따스한 추억으로 남길 바랐다. 그래서 세이라는 가만 입을 다문 채 귀만을 기울였다. 그의 소리가 전해주는 애정을 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