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
토옥, 톡.
뚝.
아득한 의식 너머로 물소리가 들린다. 고이면 떨어지고, 떨어지면 다시 고이는 순환.
떨어지는 물방울은 검은 굴속을 채워나간다. 울퉁불퉁하고 차가운, 그러면서도 습한 굴의 안을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수위가 높아질수록 세이라는 오싹해진다.
───아.
그렇구나. 이것은 꿈이다. 나쁜 꿈이다.
깨달음과 동시에 빠지지 않기 위해 허우적거렸다. 신기하게도 꿈속의 세이라는 팔다리가 아주 무겁다. 물속은 그녀의 고향과 같은 곳인데 마치 누군가 잡아당기듯, 밑으로… 또 밑으로…… 가라앉을 것만 같았다.
검은 손들이 팔을, 또 다리를 옭아매는 것 같았다. 언젠가 본 동화 속의 바다마녀를 떠올렸을까. 이리 오렴. 착하지. 마녀는 차갑고 축축한 목소리로 세이라의 몸을 휘감았다. 허리를, 발을, 다음은 목을.
숨이 막혀. 조여. 콜록, 콜록콜록. 기침을 하고 싶지만 그조차도 뜻대로 안 된다. 목을, 다시 입을. 옭아맨다. 휘감는다. 붙잡혀 가로막힌다.
새까맣고 어두운 곳으로, 바다 밑바닥의 춥고 외로운 곳으로 그렇게 당겨지고 또 당겨지면 새까만 굴 너머로 누군가와 눈을 마주치고 만다.
갖고 싶은 게 있지?
바라는 게 있어.
내가 너에게 그걸 쥐어줄게. 그러니 너는 내게───
어느 오래된 동화처럼 속살거리는 목소리에 세이라는 입을 뻐끔, ……그리고 또 뻐끔. 그렇지. 이미.
까만 동굴 너머로 소리가 먹혀든다.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마녀의 웃음을 닮은 바람 소리, 어디에도 세이라의 소리는 없었다.
・
・
・
───아.
눈을 뜨고 목을 더듬는다.
소리는 내지 않았다.
내지 않았다.
바다마녀에게 붙잡혀 목소리를 내주는 꿈.
바다로 돌아오고 싶다면 내게 목소리를 바쳐. 넌 기꺼이 주겠지?
인어공주와 상황이 반대인 게 조금 즐거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