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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하면 바늘 천 개 삼키기───, 어린아이들이 손가락을 걸고 하는 약속.
그 말이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건 몇 살까지일까.
바늘 천 개쯤이야. 아무렇지 않은 아이로 자라고 말았는데.
두려워하는 게 있다면 그녀를 상처 입히는 것. 그럼에도 상처 입힐 걸 알면서도…… 그만두지 않는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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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터 자꾸 앨리스는 왜 쓰는 건데?」
[……미안해요.]
이상하게도 그 날은 유독 평소처럼 얼버무리질 못했다.
「미안하다는 말은 이제 정말 그만. …듣기 싫어」
어쩌면 정곡을 찔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멀리 두고 온 줄로만 알았던 마음이 콕콕 쑤시는 걸 느꼈다. 고개를 떨구고 마는 그녀를 곁에 두고 세이라는 한참을 입술만 달싹거렸다. 유이를 슬프게 하고 싶지 않아요. 속상하게 만들고 싶은 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하지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해야 할 말이 무엇인지 스스로도 갈피를 잡지 못했다. 어쩌면 너무 많은 것을 삼켜버린 탓에 찾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입을 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열지 않는 것에 익숙해져버렸기 때문이다. 소리를 가둔 건 다름 아닌 그녀 자신이다.
・이유 하나, 호흡하는 것과 다르지 않아서
・이유 둘, 소리를 내고 싶지 않아서
・이유 셋, 소리를 내고 싶어서
・이유 넷, 그렇게 언젠가─── 소리를 잃어버리고 싶어서
「그리고 매일 아침 지금처럼 인사하는 거야. 약속.」
지키지 못할 줄 알면서 한 약속이었다. 이렇게 터무니없는 거짓말쟁이다.
그녀의 손에 두 손을 잡힌 채 꾹, 힘을 주었다. 주먹 쥔 손끝이 손바닥을 찌른다. 통증은 마음이 대신해주었다. 할 말이 아주 많으면서도 하나도 없었다.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저는 정말, ……유이를 불안하게 하고 싶지 않은데. 걱정, 끼치고 싶지도 않은데. ……그러니까, 괜찮다는 말을 믿어주었으면 좋겠는데.”
바닥을 뚫을 듯 시선은 땅에 고정된 채였다. 늘 맑게 울리던 목소리가 유난히 탁하게 흘러나왔다.
“물어보는 거, …나쁘지 않아요. 욕심이 아니에요. ……설사 욕심이라도 괜찮아요. 그냥, 단지……”
그러다 기어코 소리가 목울대를 넘기지 못한다. 그 끝자락에 걸리다 다시 새까맣고 깊은 동굴 속으로 떨어지고 만다. 약한 자신, 약한 세이라. 결국 그녀의 걱정을 핑계로 이 평온을 깨트리고 싶지 않을 뿐이다. 눈 가리고 아웅 할 뿐인 얄팍한 평온을.
“유이, 전……──, …….”
아, ───소리가, 또 먹혀든다. 잠겨든다. 가라앉아 고요해진다. 황망하게 입을 뻥끗거리다 황급히 들었던 시선을 떨어트렸다.
이번에도 끝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마지막 문장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말을 할 수 없던 것입니다.
그런데 유이는 또 내겐 말해주지 않는구나 하고, 전 정말 미쳐버리는 줄 알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