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의 페어는 내 기억에 제법 오래 남을 거란다. 네 덕에 나도 조금은 반성을 했거든, 잉그렘. 응시해오는 시선과 시선을 맞추며 은빛으로 반짝이던 가루가 휘감기던, 잠시나마 제가 서 있던 자리가 전장임을 잊고 꿈속에 잠기던 그 순간을 더듬는다.
가이드로서의 그녀와 인간인 그녀를 분리했다. 격리라 해도 좋았다. 네 가이드 능력을 내게 쓰지 마. 그 말이 상대에게 얼마나 모멸이 될지 모르지 않았다.
이제껏 함께 움직인 임시 페어의 모두가 내 말에 인상을 찌푸렸고 불쾌를 표하며 거부하거나 마지못해 승낙했다. 그리고 어떤 이도 마지막까지 제 능력을 억누른 채 나를 지켜보지 못했다. 바로 그게 가이드와 센티넬의 관계가 아닐까 나는 늘 생각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의존하고 붙잡을 수밖에 없는. 온전한 신뢰 대신 필요와 쓰임으로 묶이는.
최근에서야 생각하게 되었다. 센티넬이 가이드에게 의존하는 만큼 가이드 또한 센티넬에게 의존한다는 것을.
「미안해요. 당신을 못 믿는 건 아니에요. 내가 나약해서 그런가봐요.」
그리고 자신의 능력에 의존한다. 그 무자각의 의존이 실로 얼마나 오만한지 너라면 깨달을 수 있을까? 총명한 잉그렘.
처음부터 우리는 불완전할 수밖에 없었다. 같은 극인 우리가 서로 붙어봐야 부딪치고 튕길 수밖에 없던 것이다. 나는 내게 온전히 전부를 줄 가이드가 아니면 되지 않았고, 너는 내게 전부를 줄 수 없었다. 그 부족한 전부 안에 신뢰가 있었다. 단지 그 뿐이다.
그 뿐이었지만 아무래도 네겐 짙은 상처로 남은 모양이었다.
“센티넬에게 가이드란, 가이드에게 센티넬이란. …그렇구나.”
고운 입술이 짓이겨져 피가 맺힌 것을 보고 손가락을 뻗어 문질러주었다. 애석하게도 나는 널 치유시킬 능력 같은 게 없었다. 그래도 널 도울 순 있지. 바로 그런, 나는 지나치게 이상을 꿈꿨던 것이다. 네 해피엔딩이 좌절되었고 내 이상이 무너졌다. 우리가 함께한 짧은 시간이 우리에게 많은 깨달음을 안겨주었지만, 어쩌면 몰라도 되었을 깨달음이었다.
“네가 내게서 답을 듣고 싶다면 나는 답을 줄 수 있단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네가 온전히 나의 것이 되어야 해. 왜냐면 센티넬에게 가이드란, 가이드에게 센티넬이란 어떤 것인지 그건 오직 서로만이 정의내릴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지.”
네가 나의 가이드가 된다면 나는 네게 내 정의를, 답을 줄 거란다.
“온전히 네 전부를 내게 줄 각오가 서면 물어보렴. 그렇지 않다면, 반대로 너의 것이 되어줄 공주님, 왕자님을 찾아 답을 맞춰보거나.”
역시 나는 네 공주님은 되지 못할 것 같거든. 그 윗자리가 나를 기다리고 있단다.
애쉬랑 2차 페어였고 애쉬에게 날 한 번만 믿으라고 말함과 동시에 애쉬가 내가 나약해서 미안해요 하면서 서로 엇갈려서 행동한 거 너무 짜릿했고요
이 즈음 3차 페어 찌름 받으면서 여러 가이드에게 입털었네요 네 모든 걸 나에게 줄 각오가 선다면 내 가이드를 해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