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스트 아스테반이 피격 당했다.
목숨에 지장이 올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하필 어깨의 신경을 건드리고 지나가는 바람에 이후 재활을 하더라도 오른팔을 자유롭게 쓰긴 어려울 거란 말을 들었다.
어차피 재선에 실패한 상태였다. 이대로 일선에서 물러나란 게 그를 둘러싼 진보당의 의견이었다. 이미 끝난 줄이라 했다.
딸을 사랑하는 자애로운 아버지. 모든 센티넬을 제 자식처럼 여기는 너그러운 에스테반.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모두를 굽어 살피려 하는 시대의 참 지도자.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할 뿐인 겸손한 참정자.
수많은 수식어와 이미지가 순식간에 비겁자, 사기꾼, 딸만 아끼는 이기적인 기만자가 되었다. 제대 비리가 터지면서 예고된 몰락이었다.
러스트 에스테반은 피격을 이유로 정계 은퇴를 선언했고 그가 총에 맞은 사건은 정의로운 응징처럼 포장되어 사람들의 입을 오르내렸다.
그 모든 이야기를 아인델은 ‘전해 들었다.’
그리고 침묵했다.
에인헤리 안을 걷을 때면 무수히 많은 시선이 쏟아졌다. 한 때는 존경이었고 선망이었고 호의로 가득했던 시선이 지금은 조롱과 비난, 실망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기만자의 딸, 아니 너도 기만자다. 거짓말쟁이(A liar)의 A.
무수한 말 앞에서 아인델은 침묵했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담담히 모든 말들을 들어 삼켰다.
낙엽들이 쌓여 갔다. 빛바랜 잎들이 나무를 떠나 쌓이고 부서졌다. 겨울을 버텨내기 위해 쓸쓸해지는 계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