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로만 듣던 에인헤리인가?」
부츠 굽이 부드럽게 바닥을 딛고 아무도 밟은 적 없는 길의 가장 앞을 선다.
「에인헤리는 괴물인 센티넬을 군인으로 만든 곳이라지?」
은색의 휘장이 바람에 펄럭였다. 따라 백은발 또한 실타래처럼 살랑거렸다.
「군인은 무슨, 정확히는 무기가 아니겠어?」
희고 작은 몸이 선두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하긴, 저렇게라도 관리를 해줘야 안심할 수 있지.」
시선이 꽂혔다. 말이 꽂혔다. 그럴수록 가슴을 폈다.
「날뛰지 않게 잡아주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네.」
그리하여 제 어깨 너머로는 누구도 상처 입지 않도록.
「──차라리 전부 죽이고 해체하는 게 낫지 않나?」
또 하나, 무형의 거미줄을 펼쳤다.
레이피어를 뽑아들고 바닥에 하나의 선을 그었다. 경계선을 넘어 그 선에 검을 꽂아 넣고 섰다. 여기까지가 나의 영역. 내가 지켜야 할 것. 그런 선언과 같았다.
녹이 슨 왕관을 깨끗이 닦아 머리 위에 올린다. 겉은 티 없는 은, 진주와 꽃을 장식하고 안으론 철이 견고하다. 다음에는 정말 예수에게 후광을 만들어달라고 해야지. 불나방을 끌어 모으는 빛이라 해도 좋았다. 아인델은 쏟아지는 그 모든 것을 자신에게 모으고 싶었다.
실로 오만이었다. 나는 괜찮아.
“아인델은 화 안 나던가요?”
“상처를 받지 않을 수가 없어.”
“허락되지 않은 말이라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크리쳐와 다르지 않다고……”
“정말로 같은 인간일까요.”
우리는 모두 같은 인간이야. 너희는 자신을 의심하지 말아.
만일 자신을 믿지 못하겠으면 대신에 나를 믿으렴.
순교자 행세를 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스스로를 희생할 생각은 없었다. 그녀가 약해지는 경계선과 강해지는 경계선은 명확하다. 어떨 때 휘청거리고 어떨 때 견고해지는지 잘 알고 있었다. 나를 약하게 만드는 건 그리 많지 않아.
그러니 너희는 좀 더 나를 믿어. 내 말에 귀를 기울이고 너희를 상처주려는 말에 휘둘리지 마렴.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약자를 돌보고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 모두를 공평히 한다. 신에게 대적하던 아라크네의 하늘을 찌르는 이상理想이자 깊은 욕망慾望.
제 이상이 가장 빛나는 순간에 아인델은 결코 쓰러지거나 무너지지 않았다.
그치만 이것도 좋아하는 로그예요.
어쩌다보니 에인헤리에선 최단신이 되었는데 최단신의 이델이 부대의 최전방에 서서 모든 시선을 자기에게 쏠리도록 해서 걸어가는 거.
네 오만이 너를 고꾸라트릴 거야.
그 서막 같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