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부름에 반사적으로 움츠러들었다. 저질렀다. 저질렀어. 저질러버렸어. 화를 내겠지. 똑같이 손이 날아올까. 질끈 눈을 감고 거북이처럼 목을 넣는다. 뚝뚝 떨어지는 눈물은 멎을 줄 몰랐다. 어째서 우느냐 묻는다면 억울하고 분하고 화가 나고, ……그만큼 슬퍼서였다.
망치고 싶지 않았는데. 또 망치고 싶지 않았는데. 당신과 엉망이 되고 싶은 게 아니었는데. 역시 저는 무리예요. 이상할 수밖에 없어. 평범, 보편, 정상, 당연, 어느 것과도 거리가 멀어.
붉고 뜨거운 것을 각오했다. 푸르고 찬 것을 예상했다. 그러나 당신은 전혀 다른 색, 다른 온도의 것을 주었다.
아, 마치 제 빛과 같지. 제 능력임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제 것이라 생각한 적 없는 그 빛. 그 샛노란 빛.
“차라리 화를 내고 욕을 해. ……울지는 말고.”
손이 잡혔다. 감싸인 온기에 눈물을 흘리다 말고 멍청히 고개를 들었다. 입술을 우물거리고 달싹이다 결국 내뱉은 건 가시가 뾰족한 새까만 악의에 찬 말뿐이다.
“기만자. 위선자. 그렇게 착한 척 굴어도, 나는, 사과, 안 할 거예요.”
그렇게 말하는 법밖에 몰랐다. 독기 서린 말 사이사이로 훌쩍거림이 샜다. 딸꾹질도 섞였다. 한심하고 바보 같고 우스꽝스러웠다.
“화내고, 욕하는 건, 앙헬 씨, 가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뺨 맞았다고요. 안경 쓴 사람 뺨을 때렸는데, 어, 얼른 화내라구요.”
잘난 입과 달리 붙잡은 손은 마치 구명줄이라도 되는 것처럼 힘껏 쥐고 놓지 않는 것까지 완벽하게 촌극이었다.
당신의 그것이 동정이라도 좋았고 위선이라도 좋았다. 제 손이 처참하게 뭉개버린 케이크를 당신이라면 그마저도 잘라 나눠 조각을 주고받을 것 같았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그것을 두 손으로 간절하게 감싸 쥐고 이대로 놓지 말아달라고 욕심을 부린다. 호의를 담는 법을 모르는 찌그러진 그릇의 필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