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북새마을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어요. 새 목도리를 사려고 했는데 감기와 아르바이트로 바빠서 잊어버렸지 뭐예요. 그것도 있고…… 시타라 씨에게 혜성시티의 엄청 멋진 옷가게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이왕이면 저도 제일 인기 많다는 그곳에서 사보고 싶더라고요. 이걸로 나도, 라이지방의 최신유행을? 라거나~
어제의 체육관전이요? 에이, 그거야 뭐 벌써 훌훌 털어버리고 잊었죠. 한 번의 패배로 굽힐소냐. 저는 씩씩하다고습큭흑, 테리. 손수건 좀 줘…….
짐을 싸다 말고 침대 위에 엎드린 채 다시 발을 동동 굴렸어요. 우씨, 우웃, 으앙. 분해! 속상해! 전혀 어른스럽지 못해요. 쿨하지 못해요. 그치만요. 정말 부끄러운 거예요. 그 때 저는 진짜 의미로 최선을 다하지 않았으니까요.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부딪쳐서도 졌으면 “우와~, 머스타 씨 최고로 강하잖아.” 하고 시원하게 일어났을지도 모르는데 저는 시합에 나가기 직전까지도 여력을 남겨뒀어요. 조금 더 힘낼 수 있었는데.
“알아, 테리. 말 안 해도.”
제 말에 테리는 ‘저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디모넵?’하고 쳐다보더라고요. 미안해. 그냥 내 마음의 소리였어.
많은 분들이 위로를 해주고 기운을 북돋아주고 달래주고 했어요. 그게 무지무지 고마웠는데 한편으론 엄청 부끄럽더라고요. 그거 알아요? 어린애 같단 말에 ‘하하, 맞아요. 저는 어린애죠.’ 하고 답하는 거 사실 다 쿨한 척인 거. 거기에 ‘저 어린애 아닌데요!’하고 발끈하는 게 더 애 같잖아요. 그런데 그게 안 된 거예요. 우우, 우우우, 이 철없는 어린애야!
다른 무엇보다도 미안한 건 테토예요. 충격받았지 뭐예요. 테토에게는 단 한 번도 이기는 시합을 시켜준 적이 없다는 거에. 우리 테토, 나랑 똑같이 어린애에 아가구나 완전히.
저는 침대에 누운 채 테토를 꼬옥 끌어안았어요. 다음에는 테토 너를 위해서 꼭 이기는 시합을 해줄게. 우리의 배틀은 즐겁고 뿌듯한 게 될 거야.
옆에서 테리가 ‘저는요, 디모넵.’ 하고 쳐다봤어요. 그야 테리도 당연히 이기게 해주지! 걱정 마, 나 좀 더 멋진 트레이너가 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