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또 올게요! 하고 인사했더니 직원분이 제일 먼저 꺼낸 말이 저거였어요. 너무하지 않나요. 체리꼬 옷 제법 귀여운데, 귀엽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테리? 제 말에 테리는 이번만큼은 편을 들어주겠다면서 잎사귀를 끄덕여주었어요. 어라, 왜 엎드려 절 받은 기분이지.
하지만 점원분은 진심인 것 같았어요. 오르소의 명예가 걸린 문제라고 아주 심각하게 말이죠. 그래서 오늘은 평범하게 사복을 입고 갔어요. 그랬더니 하루만에 점장님이 유니폼을 수선해주셨지 뭐예요. 덕분에 이번에는 옷핀의 신세를 지지 않고 제 몸에 맞춰 입을 수 있었어요. 앗, 이거 제법 세일즈 포인트가 될지도?
일할 땐 당연히 모자는 안 되니까 머리핀으로 눌린 머릴 잘 다듬어 고정하고 일일점원이라도 제대로 명찰도 달고 준비를 마치고 손님이 들어오면 밝게 인사했어요.
“어서 오세요. 당신의 몸에 꼭 맞는 옷을 찾으신다면 바로 이곳, 오르소 분점. 맞춤복 같은 놀라운 기성복을 구매해보세요.”
그 두 번째, 트리미앙 산책
“오늘도 오셨군요, 손님!”
“오늘도 왔답니다! 후후, 어제의 산책 담당. 매우 très bien이에요~! 내 사랑스런 트리미앙들이 대만족을 한 게 아니겠어요?”
“가, 감사합니다. 어… 영광이에요.”
영광일까요? 영광이 맞을까요? 오늘도 찾아온 이 손님은 변함없이 6개의 목줄을 들고 있고 트리미앙들은 자연스럽게 자기 목줄을 입에 물고 다가와 제게 건네주고 있는데, 이게 정말 영광이 맞는 걸까요?
덜덜 떠는 손으로 트리미앙들의 목줄을 하나하나 받아 가는데 어라, 하나가 없었어요. 하나는 테비가 입에 물고 하늘로 떠오르는 게 아니겠어요?
“테비. 괜찮겠어?”
테비는 구, 구구. 하고 목줄을 문 채 지저귀더니 제 옆에서 보조를 맞추며 펄럭펄럭 날았어요. 테비 너, 갈지자의 텝댄스도 아주 훌륭하더니 트리미앙을 산책시킬 정도의 퍼덕임도 완벽한걸. 우리 테비는 사실 천재가 아닐까요? 박자와 스텝의 천재!
다만 불운했던 점은 목줄이 5개로 줄어도 제 몸은 결국 하나라는 거예요. 오늘도, 정기가 아주 쏙 빨렸다. 트리비앙…….
그 세 번째, 다친 포켓몬 구조
거의 일주일 만이던가요. 포켓몬 센터의 직원복을 다시 입는 건. 저번보다는 조금 익숙해진 것도 같지만 여전히 어색하고 서먹하네요. 게다가 제가 정말 아르바이트라고는 해도 이런 옷을 입어도 되는 걸까 하는 작은 의구심도 있어요. 저는 포켓몬이 다칠 걸 알고도 배틀에 내보내는 트레이너인데, 그런 제가 간호복을 입고 상처입은 포켓몬을 찾아다니는 일이 뭐라고 해야 할까.
“큐웃, 큣.”
테리가 저를 툭, 툭 밀어요. 괜한 생각은 그만 하고 몸을 움직이라고 말하고 싶은 걸까요? 이 작은 포켓몬들은 대체 저의 뭘 믿고 제 지시를 따르고 상처입길 주저하지 않는 걸까요. 저는 이 아이들에게 경외심마저도 느껴버릴 것 같아요.
이곳 자귀마을은 곧 펼쳐질 험준한 서리산맥으로 떠나기 직전에 들르는 마을이에요. 그 덕분인지 마을은 숙박시설이 발달해서 서리산맥으로 떠나려는 사람들, 서리산맥에서 나온 사람들, 중간에 포기하고 돌아온 사람들이 북적거리는데요. 사람들만큼이나 수많은 포켓몬들이 마을 주위에 머문다는 모양이에요. 산맥은 춥고 험준하고 척박하기 때문에 포켓몬들도 살기 힘든 거죠.
개중에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치료하지 못할 상처를 입은 포켓몬들도 있기 때문에 자귀마을의 포켓몬 센터는 센터 안에 머물기만 하지 않고 직접 발로 움직여 포켓몬을 구조하기도 하는 모양이에요. 정말 멋진 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