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으로 들어오자마자 찰푸닥, 침대에 엎어졌어요. 침대 위에는 호구마가 동그랗게 저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모자랑 이불이랑 사이에 둔 핫팩이랑 주섬주섬 헤쳐보니 핫팩이 다 식었더라고요. 그치만 여전히 알은 따뜻했어요. 껴안고 있으니 힐링이 되지 뭐예요.
아침부터 낮까지는 아르바이트로 바빴고, 조금 쉬었다가 저녁에는 체육관에 도전하고 왔거든요. 하루가 어떻게 돌아갔는지 모르겠어요. 그 사이 호구마를 너무 쓸쓸하게 한 건 아닌지 몰라요.
“미안해, 호구마. 오늘은 중요한 날이라 널 데리고 나갔다간 위험할 것 같았거든.”
게다가 아직 어떤 아이일지도 모르는 호구마에게 배틀을 구경시키기도, 아이 정서적으로 말이죠.
체육관전이 끝나자마자 허둥지둥 포켓몬센터로 달려가 회복한 아이들도 지금은 모두 볼에 들어가 쉬고 있어요. 테리도 피곤했는지 나올 생각이 없어 보여요. 이런데도 기운이 넘치는 건 테토뿐이네요. 시합에선 졌지만 승부에선 이겼다! 라고 해야 할까요? 볼 안에서 첫 승리를 자축하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애잔해져서 테토를 볼에서 꺼내주었어요.
“우왓, 테토. 이제 그렇게 올라타면 무거워.”
폴작폴작 안겨오면서 테토는 어서 자기에게 꿀을 달라고 하지 뭐예요. 이 녀석, 볼에서 나오려는 목적은 이거였나? 저는 호구마가 눌리지 않게 조심조심 몸을 피했어요.
“안 돼. 이건 이기고 나서 먹기로 한 거니까.”
제 말에 테토는 ‘난 시합에서 이겼는데? 레파르다스를 이겼는데?’ 하고 올망졸망하게 쳐다보았어요. 우웃, 그건 그래. ……테토는 이게 첫 승리거든요. 루리리부터 시작해서 저와 여행하는 내내, 배틀에서 지기만 해서.
하는 수 없이 저는 길다란 막대과자를 꺼내서 아빠가 보내준 꿀을 휘저어 돌돌 굳혀 주었어요. 다행히 숙소분에게 드라이아이스를 얻어서요. 이런 식으로 막대과자에 꿀을 찍어서 드라이아이스로 휘휘 굳혀주면 꿀이 주르륵 흘러내리지 않고 말랑말랑하게 굳어 젤리처럼 먹을 수 있거든요.
막대 꿀을 2개 더 만들어놨어요. 이건 프림과 닉스 씨 몫이에요. 아까 시합 중에 프림이 제게 초롱초롱한 눈동자로 공격해오지 뭐예요! 물론 저도 프림에게 꿀을 나눠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이지만요.
닉스 씨가 돌아오면 같이 꿀과자를 먹으며 내일의 관장전에 대비해 전략을 짜볼 거예요. 어느새 꿀이 반 정도 남아버렸네요. 남은 건 체육관전에서 승리한 뒤에 파티를 위해 쓰기로 할까요?
“참, 네가 태어나면 줄 몫도 남겨놔야겠다.”
아빠에게 꿀 리필을 부탁해야겠어요. 다음은 혜성시티에서! ……그 전에 저는 이 아이를 만날 테니까요. 네게도 승리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힘낼게. 배지 하나 달고 있는 멋진 트레이너가 돼서 널 맞이하러 올게. 네게 부끄럽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