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늦은 시간에 저는 어째서 체육관에 방문해서 세이지 씨의 앞에 정좌를 하고 앉아 있는 걸까요. 저는 그저 이미 컴컴한 시간인데도 체육관 불이 켜져 있길래 혹시 아직도 뒷정리가 덜 끝난 걸까. 그렇다면 뭔가 도와주는 편이 좋을까 하는 아주 선량한 마음으로 방문했을 뿐인데요.
시간은 어느덧 1시간 30분을 지나고 있어요. 저는 마음속으로 호연지방의 원시의 힘과 지각변동이 라이지방의 지각변동과 어떻게 다르고 비슷한지를 비교하는 표를 그리고 O, X를 그리며 놀았어요. 세이지 씨는 자신의 아름다움의 기준은 무엇인지 어떻게 평가하고 점수를 매기는지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사람은 어떻게 해야 아름다워질 수 있는지 포켓몬에게 있어 미란 얼마나 중요한지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움과 내면에 존재하는 아름다움의 균형은 어떻게 이루어야 하는지 아마 정리해서 논문으로 하면 149페이지쯤 나올 것 같은 이야기를 했는데요. 물론 저는 전부 들었어요. 그야 귀는 2개고 뇌는 좌와 우로 나뉘어져 있잖아요.
“그래서, ……방금 내가 뭐라고 했을까요?”
“세이지 씨의 씨카이저가 가진 미의식의 77가지 중 막 56번째를 지나고 있었어요.”
디모넵 라지엘, 접객 경험 3년입니다!
그 두 번째, 예술 극장 소품 정리
혜성 예술극장의 아르바이트는 2종류가 있었는데요. 하나는 출연진을 경호하는 경비팀이고 하나는 극장 뒤편에서 소품을 정리하고 무대를 정비하는 일이었어요.
그리고 저는 깨달았죠. 앞에 건 절대 무리라는 걸요. 이건, 포켓몬을 써도 되는 거라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제 몸으로는 무리예요. 절대 휩쓸리고 말 거예요.
아까 보니까 올리브 씨나 니켈 씨, 케이 씨 다들 검은 경호원 정장을 쫙 빼입고 움직이던데 얼마나 멋지던지. 저도 조금 더 자라지 않으면 안 되겠어요. 그렇지, 테리? ……아 맞다. 테리는 또 방에 있지.
하는 수 없이 터덜터덜 다른 애들이랑 같이 극장 뒤편으로 향했어요. 나란히 일렬로 줄을 서서 물건을 하나 옮기고 둘 옮기고 셋 옮기고, 손에 손을 잡으며 포켓몬들과 협동해서 일을 마치가 소품 관리인 분이 웃으며 말해주셨어요.
부지런히 일을 마치고 마지막은 봉사활동이에요. 순수한 마음으로 봉사활동을 하기에는 보수가 좋아서 간 거지만. ……그나저나 혜성시티. 생각보다 물가가 비싸네요. 사람은 많고 물건은 적어서 그런 걸까요. 아르바이트 비용은 자귀마을보다 낮은 것 같은데ー노동 강도를 생각해보세요!ー그에 비해 포케센의 물건은 너무 비싸요.
스위티 씨에게 조금 투덜대고 싶은 마음이에요. 물건 가격을 정하는 건 스위티 씨가 아니지만요.
아무튼 저는 마지막으로 눈꽃호수를 청소하러 왔어요. 그리고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어요.
“여기 정말, 관광지가 맞나요? 아 잠깐, 스톱, 테토, 들어가지 마.”
이렇게 더러워서야, 세이지 씨가 이걸 잘도 방치하고 있네요. 아니면 혹시 오늘만 좀 특별히 더 더러운 걸까요? 그런 걸까요?? 그런 거겠죠? 차라리 호수를 얼려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을 만큼 안쓰러운 광경이었어요.
저는 집게를 들고 힘내서 부지런히 쓰레기를 주우러 움직였어요. 눈꽃호수는 이름처럼 호수 위로 눈꽃이 피어 있을 줄 알았는데. 조금 실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