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리는 오늘도 의욕이 가득 넘치다 못해 화가 치밀어 오르고 있어요. 저는 그런 테마리를 보고 가방 안의 화풀이를 곁눈질 했어요. 이거…… 테마리도 충분히 쓸 수 있지 않을까? 아니, 테마리보다 더 어울리는 상대가 없을 것 같은데.
헉. 제 시선을 어떻게 눈치 챘는지. 테마리는 아르릉, 크릉, 캭. 쳐다보는 게 아니겠어요? 이글이글한 눈빛은 테마리가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전해주었어요.
‘너, 다음엔 꼭 나로 이겨라. 나를 써라.’
“아, 알았어. 잘 알고 있어.”
성장하는 테마리를 지켜보고 있으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요. 책임감을 느끼기도 하고 부담을 느끼기도 하고. 내가 테마리를 데려오기로 한 게 잘 한 일일까 하고 말이죠. 격투 타입의 포켓몬을 가져본 적 없다는 단순한 이유로 오기로 똘똘 뭉친 테마리를 억지로 몬스터볼에 붙들어놓고 화가 치미는 테마리를 제대로 이해해주거나 받아들여주지 못했던 것 같아요.
“테마리. 싸우는 게 좋아?”
제 말에 테마리는 무슨 당연한 말을 하냐는 듯 턱을 쳐들었어요. 더 강해지는 것, 강함을 증명하는 것, 자신의 안에서 이글이글 마그마처럼 타오르는 화를 배틀로 푸는 것.
“……알았어. 네가 그렇다면 나도 각오를 다질게.”
오늘 밤은 꼬박 너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게.
“우선은 눈앞의 적부터 싸워보자. 테마리, 식스테일을 향해 크로스촙이야!”
그리고 내일은 함께 세이지 씨를 만나러 가기야. 성장한 너의 모습으로.
그 두 번째, 포켓몬 피팅모델
테토는 주목을 사는 것도, 이기는 것도, 귀여움 받는 것도 모두 너무너무 좋아하는 마릴리예요. 어쩌다 이렇게 자의식이 비대하게 자란 걸까요. 나는 너를 이런 아이로 키운 기억이 없는데.
“먕!”
그래. 넌 알아서 컸지. 내 손을 안 타고 말야. 제 손을 타지 않고 자란 테토는 이번에도 제 손을 벗어나 혜성시티의 오르소 본점으로 뛰어 들어갔어요. 분명 아까 잠깐 들렀을 때 본 포켓몬용 의상에 눈독을 들이고 있던 거겠죠. 테토 너도 꼬리가 잡히는 건 싫지 않아? 나도 네 꼬리에 매달려 끌려가는 건 사양하고 싶은데…! 저는 이 천하장사 마릴리에게─우리 테토의 특성은 두꺼운 지방이지만─질질 끌려 오르소에 입성했어요.
“아, 안녕하세요. 실례합니다. 저기, 혹시 진주 장식의 액세서리나 의상 같은 것도 있을까요?”
그리고 할 수 있으면 이 진주를 써서 테토의 꼬리장식을 해주고 싶은데. 하고 저는 주저주저 고운 씨에게 질문을 건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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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프로는 굉장해요! 아무래도 테토는 성공적인 피팅모델 역할을 수행한 것 같아요. ……이번 모델 일로 테토의 자의식이 더 커진 건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지만요.
“테토. 거울 그만 보고 가자.”
테토는 ‘여기야말로 내 적성이 아닐까? 나를 여기 고용해줘!’ 라며 고운 씨에게 폴짝폴짝 어필을 했어요. 아아, 저는 정말 이마를 짚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