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제법 공부를 열심히 했어요. 매번 새로운 체육관에 도전할 때마다 공부양이 늘어나는 것 같은데, 이런 게 아는 만큼 보이게 된다는 걸까요? 빼곡하게 혜성시티 관장님의 엔트리와 기술, 상성 같은 걸 준비하고 제 순서는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저는 조금 정신없고 더럽혀진 노트를 들고 아무 씨 방에 찾아갔어요.
아무 씨는 라이지방의 생태계 변화로 인해서 많이 바빠 보였는데…… 그래도 여긴 바깥이 아니라 마을 안이니까 조금은 쉬고 있겠죠?
“아무 씨, 혹시 바빠요?”
맨날 이런 일로만 아무 씨를 찾으러 가서 조금 아쉽기도 해요. 라이지방 출신인 아무 씨에게 이곳의 이야기도 많이 듣고 싶고 같이 놀러가자고 제안해보고 싶기도 한데 말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제가 체육관을 얼른 이기는 게 좋겠죠? 제가 쉬는 만큼 아무 씨에게도 여유가 생길 테니까요.
“그래서 이번 엔트리는 말이죠.”
에스퍼 기술이 있는 나인테일에게는 테루테루를, 그 전까지는 테마리와 테토를 주력으로 해서 나서 볼까 생각 중이었어요. 주섬주섬 낙서와 지저분한 글씨로 가득한 노트를 꺼내서 아무 씨에게 알아보기 어려운 부분을 짚어가며 설명해보아요. 베테랑 트레이너 아무 씨에게 프레젠테이션 하려니까 엄청 부끄럽기도 한데…….
“그리고 처음에는 어…… 테비를 내보내서요. 물론 테비는 얼음타입에 약하지만 그래도 전광석화로 상대의 힘을 먼저 조금 빼볼까 해요. 어떨까요?”
거기까지 설명하고 마지막으로, 볼에서 쉬고만 있는 테리를 살짝 들어 올렸어요.
“……테리는 이번에도, 눈 깜짝할 새 기절해버리고 말 것 같아요. 그런데도 테리를 배틀에 세워도 될까요?”
테리가 바라는 건 강해지는 건지, 배틀에서 이기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저에게 쓰이고 싶은 건지 아직 테리의 마음을 잘 모르겠어요.
테리랑 소통이 안 돼서 힘들었던 때
사실 이 때 섣불리 진화를 시키면 안 됐을까 싶기도 한데 멋모르고 진화시켜버리는 서툶까지 포함해서 이야기였던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