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충이의 이름이 테논이 되었다. 진화하고 나면 투구뿌논이라고 하는 멋들어진 부유 특성의 포켓몬이 되는 것을 예견해 지어준 이름이었다. 테논은 자신의 이름이 맘에 드는지 개폐장치를 닮은 입을 철컹, 철컹거리며 어서 날아오를 꿈에 부풀었다.
……그런데 이 트레이너는 자기를 데려오고 나서부터 내내 쿠션 대용으로 품에서 놓지 않으며 ‘정말 진화하고 싶어? 진화하지 않아도 나랑 여행은 갈 수 있는데. 날고 싶으면 내가 이렇게 가끔 비행기 태워줄게. 어때?’ 같은 소리나 하는 게 아닌가.
이건 사기 계약이다. 나는 어서 하늘을 날아오를 날만을 기대했는데. 테논은 심란해져서 바닥을 툭툭 두드리며 자기 전류를 이용해 포켓몬 권리 센터를 찾아보았다. 마침 옆에 로토무가 날아와 검색을 도와주었다. 로토무는 어느 집 친구인지 모르겠으나 까르륵 키득키득, 낄낄 웃으며 테논의 권리 찾기를 전력으로 도와주었다.
[포켓몬 권리 센터, 근무 시간 10:00-18:00]
현재 시각. Over 18:00.
로토무는 다시 키르륵, 켁켁, 웃으며 내일 해봐. 내일. 하고 두드려주었지만 테논은 여기서 만족할 수 없었다. 이건 계약서에 사인한 트레이너와 상담을 해야만 한다.
그 때였다. 헐레벌떡 달려온 트레이너가 울먹울먹하게 외친 것은.
“1.5m로 자라버리는 거야, 테논?!”
아무래도 쌍방 사기 계약이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손에는 잊지 않고 천둥의 솔을 사온 것 같지만 꼭 쥐고 있는 폼이 놓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1.5m로 자라는 게 뭐가 문제지? 진화하고 나면 테논은, 트레이너를 품에 안은 채 날아오를 생각 만만이었는데.
‘네가 보여주겠다고 했잖아. 하늘을, 자유를.’
‘그렇다면 나도 네게 보여주려고 했는데. 내가 갈망하던 풍경을.’
우우, 정말 진화할 거야? 우리 며칠만 더 고민해보는 건 어떨까? 미련이 뚝뚝 흘러넘치는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테논은 배운 적 없는 탁쳐서 떨구기로 트레이너의 손에 들린 천둥의 돌을 떨어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