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에밀 씨와 프랴리크를 앞에 두고 우와아, 와아앙, 감탄하기 바빴어요. 아무래도 신오 출신은 신오의 포켓몬에게 애착이 가기 마련이잖아요? 토대부기라거나 초염몽이라거나 엠페르트라거나, 정말정말 좋아하는 친구들이거든요.
특히 엠페르트의 투구 같기도 하고 왕관 같기도 한 저 아름다운 강철의 삼지창은 정말, 환상적이죠. 고고한 황제펭귄. 강철과 물의 환상의 콜라보! 너무너무 강하고 아름다운 거예요. 우웃, 날개… 만져보고 싶다. 뺨도…….
제가 손가락을 꼼질꼼질하며 눈치를 보자 에밀 씨는 안 된다고 고개를 저었어요. 그보다 여기 빨리 온 목적을 끝내라고요. 프랴리크는 괜찮은 것 같았는데…….
“좋아요. 그럼 저는 테리를 내보낼 테니까 부탁드려요.”
에밀 씨는 우리 체리꼬를 한 번 힐끔 보다가 아무리 풀타입이라지만 괜찮을까 하는 눈을 한 것 같았어요. 테리는 그 시선을 받고 ‘어디 한 번 쏴보기나 하시라고요.’하고 웃더라고요.
───테리는 무척 상쾌하고 시원해 보였어요. 쌩쌩하네. ‘거 젊은 친구가 안마 한 번 잘하는구만.’ 그런 뉘앙스의 목소리가 들린 기분인데 제 착각일까요?
우리는 프랴리크의 상대를 마치고 에밀 씨에게 프랴리크와 놀아도 되는지 물어봤어요. 이왕이면 집 구경도 시켜주면 좋겠는데, 욕심일까요?
그 두 번째, 도시락 판매점
야식으로 모두와 숙소에서 피자를 시켜먹었어요. 이래봬도 저 고향마을에서는 바른 생활이었는데. 삼시세끼 건강식을 챙겨먹고 11시면 자러 들어가고 아침부터 일어나서 화원을 가꾸고 말이죠. 캠프에 온 뒤로 완전 새벽을 사는 사람이 되고 말았지 뭐예요.
삼시세끼는 맛있는 나머지 과식을 하게 되고 그곳도 모자라 야식도 챙겨먹고 말이죠. 고열량으로. 나중에 되돌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으응 그치만, 꽃가게 일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요. 여행은 정말 많은 체력을 소모하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잘 먹고 쑥쑥 힘을 내지 않으면 안 되는 거예요.
게다가 캠프 요리는 맛있고요!
저나 아빠나 피차 요리에 맛을 내는 재주는 없는 편이었거든요.
그런 저에게 도시락 신메뉴 아이디어라니. 조금 난감하긴 했어요. 말했지만 맛을 내는 재주도 없고 그만큼 맛을 잘 보는 재주도 없어서 맛이 좋으면 물론 좋지만 없으면 없는 대로 잘 먹거든요.
“으응~ 테리. 원래 여기서 팔던 도시락 메뉴가 어땠더라?”
제 물음에 테리는 메뉴판을 가져와주었어요. 가져오면서 ‘그러게 오는 길에 같이 도시락을 나눠먹어봤으면 좋았잖아요, 디모넵. 기분이 안 좋아도 식사를 거르는 건 안 된다고 제가……’ 하고 왕창 잔소리를 해왔어요. 우웃, 그러게. 열차에서 도시락을 먹어봤으면 좀 더 생각이 났을 텐데.
우리는 모두 함께 머리를 맞대고 끙끙 고민을 했어요. 한참 이 메뉴, 저 메뉴, 뭐가 맛있더라 저게 좋다더라 고민을 했지만 어느 것 하나 ‘그래 이거야!’ 하고 좋은 것 같지 않았어요.
그 때예요. 문득 포켓리스트의 화면 하나가 눈에 들어온 건.
“아, 이런 건 어떨까?”
저는 모두와 쑥덕쑥덕한 끝에 테리의 ok 허가를 맡고 아이디어 계획서를 제출했어요.
이름하야, 「플라워 도시락」
《플라워 도시락 : 디모넵의 야심작. 열차여행이라는 테마와 종단열차가 북부 설원을 지난다는 점에서 착안하여 따뜻한 기차 안에서만이라도 봄을 즐기라는 컨셉으로 제작되었다. 안쪽에는 꽃잎처럼 말린 연어롤, 아보카도롤, 베이컨롤의 3종 롤과 다양한 봄채소, 열매들로 채워져 산뜻하고 칼로리도 낮은 것이 특징!》
어때요. 제법 괜찮죠?
그 세 번째, 다라역의 아기씨
앞서 다들 아기씨를 위해 차력쇼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까 테마리가 자극을 받았나 봐요. 제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알아서 달려가 문을 벌컥! 열어주지 뭐예요. 테마리는 아주 쬐끔 힘들어보였어요. 머리에 빠직 마크가 문을 잡는 동안 하나 더 늘어난 게 보였거든요.
저는 그보다 다른 게 걱정이었지만요. 열차에서 만난 레이디가 “엄맛, 성원숭이야!!” 하고 너무 놀라고 무서워하는 거예요. 아니우리애가뭐가어때서생각하니까또울컥하네. 휴, 진정해야지. 물론 야생의 성원숭을 만나면 무서울 수도 있고 몸을 사릴 수도 있어요. 그치만 우리 테마리는 예쁜 리본도 달고 있고 평소에는 화도 덜 내려고 자기 수련도 하고 쿵쾅쿵쾅 성급하게 걷지 않고 터벅, 터벅하고 느리게 걸을 줄도 아는 멋진 성원숭인데 너무하지 않아요? 편견이란.
정작 테마리는 그 때 레이디의 비명에 별로 상처받은 것 같지 않았어요. 오히려 더 열 내는 저를 툭툭 치면서 그런 거 일일이 신경 쓰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그래도요. 저는 신경이 쓰인다구요. 아무튼 그래서 혹시 아기씨가 문을 잡고 있는 테마리를 보고 놀라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아기씨는 테마리를 보고 어머나, 하고 빙그레 웃으며 감사 인사를 해주지 뭐예요.
우아하기도 해라. 아기씨의 나긋나긋하고 예쁜 움직임을 보면서 저는 조금 보고 배울 필요가 있겠다 느꼈어요.
그리고 의뢰가 끝난 뒤에는 모두 함께 문 열어보기 시도를 해보았는데 결과적으로 저도 테리도 테비도 테이까지도 꽝이었어요. 테논이요? 가뿐하게 해내더라고요. 저보다 커다란 이유가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