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마을에 도착하고 나서 곧장 쇼핑부터 하고 이것저것 볼일을 마치고 나서야 미적미적 포켓리스트를 열었어요. 아빠랑 마지막으로 대화한 건 어젯밤이었는데요. 곧 다음 마을에 도착하지? 도착하면 또 목소리 들려주겠니? 하는 아주 평범한 내용이었어요.
그야 전화는 매일 안 해도 메신저로 대화를 주고받으니까요. 어제는 곧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있어서 예약이 너무 많아 정신없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네가 없으니까 얼마나 꼬이던지. 테리도 없고 말이다. 테리는 우리집 챙기기 대장이거든요. 맨날 제 뒤를 졸졸 쫓아다니면서 제가 잃어버리거나 깜빡 흘린 걸 주워주었는데 꽃집에서 일할 때는 아빠 몫도 해줬어요.
떠올리고 있으려니 조금 그리운 기분도 들어요. 저는 혼자 실실 웃으며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아빠? 이제 다라마을 도착했어요. 여기요, 바로 앞에 챔피언 로드도 있는데 계단이 엄청엄청 높아서요. 그 앞에서 챔피언님도 만났는데 생각보다 후래해서, 앗. 이게 아니라 챔피언님의 파트너 포켓몬이 찌르호크래요. 랄크는 잘 지내죠? 참, 이번에 열차에서 새 포켓몬을 잡았는데요. 방금 막 투구뿌논으로 진화했는데, 얘 덩치가 저만한 거예요. 이렇게 커다란 벌레 포켓몬은 처음 봤어요.”
테논이라고 하는데요. 저를 들어 올려 날아오르려고 해서 깜짝 놀라서 테루테루랑 테이가 양쪽에서 제 다리를 붙잡고 말리는데, 한참 별 거 아닌 수다를 떠는 동안 아빠는 응, 응. 그랬구나. 그래. 느긋하게 이야기를 다 들어줬어요.
그걸로 끝이었어요.
뭔가 물어보는 게 아닌가 했는데, 한 번도 안 물어보더라고요. 나한테 겨루마을에 엄마가 있다고 알려준 건 아빠면서. 이미 엄마에게 이야기를 들은 걸까요? 그렇다고는 해도 말이죠.
매번 이런 식이었던 것 같아요. 아빠도 나도, 서로 상처가 될 만한 이야기는 꾹 참고 물어보지 않고. ……어쩌면 아빠도 물어보기 무서운 걸지도 모르겠어요. 내가 무서워서 물어보지 못한 것처럼.
“사랑해요, 아빠.”
「……그래. 나도 사랑한단다. 늘 응원하고 있어.」
“응. 아빠도 혼자 쓸쓸하게 있지 말고요.”
아빠는 걱정 말라고 허허 웃어줬어요. 결국 우리는 그 화제에는 조금도 닿지 않은 채 통화를 마쳤어요. 겁쟁이 부자였어요.
부모가 자식에게 끼치는 영향에 관한 것이나, 그 부모도 결국 미숙한 인간이란 점이나 여러 가지로 가족서사를 좋아하는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