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밸런타인데이예요. 성 밸런타인이 이러쿵저러쿵 포켓몬과 저러쿵그러쿵 한 날이라고 하는데 잘은 모르겠고요. 꽃가게 4년 차, 밸런타인이라고 하면 꽃다발이 잘 팔리는 대목인 날이었어요.
초콜릿은 안 줬냐고요? 그야 늘 줬죠. 아빠한테. 옆집 칠리랑 다른 꼬마들에게도 나눠주고요. 하지만 거의 습관처럼 주곤 했어요. 테리는 그래서 필요 없다고도 했어요.
‘오늘 초콜릿을 주고받지 않아도 디모넵의 마음은 알고 있어요.’
였는지
‘마음이 담기지 않은 걸 굳이 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성의 없이 주었다는 뜻은 아니에요. 다만 초콜릿을 주는 행위에 의미를 부여한다거나 마음을 담는다거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와이가 이런 날도 나쁘지 않구나 했을 때도 고개를 갸웃거렸어요. 서로의 마음을 주는 날이라. 저는 나스카랑 같이 와이의 마음을 반 나눠먹은 걸까요? 평소에도 와이의 마음은 아주 잘 받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까 조금 더 받고 싶어지는 기분이었어요. 마음이 부르도록요.
그랬더니 와이가 만들어서 준다고 하는 거예요. 습관처럼 입에 걸린 것처럼 웃는 얼굴이 아니라 드물게도 환하게 웃는 표정을 보니까 안 받겠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어요. 언젠가의 니켈 씨가 쓰러지던 모습이 잠시 눈앞을 스쳐 지났지만…… 꽃집 생활 14년차, 풀타입과 벌레타입이 주는 여러 독소에는 제법 익숙해졌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이건 만용인 동시에 애정의 시험이에요.
“응, 그럼요. 와이가 만들어주는 건데요.”
환하게 웃는 표정을 본 것만으로 이미 저는 무언가 받은 기분이었지만요. 와이의 초콜릿을 기대하면서 저도 초코 만들기에 도전하기로 했어요.
“그러니까, 얘들아. 잘 부탁해!”
귀여운 앞치마를 꼭 조이고 모자 대신 앞머리를 잘 모아 핀을 꽂고 나무주걱과 볼, 초콜릿, 중탕을 할 물까지 준비 완료예요. 저는 테이블 한가운데에 초콜릿 만드는 법 영상을 틀어놓고 흥얼흥얼 콧노래와 함께 초콜릿을 녹이고 굳히는 작업에 들어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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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과정이 결과를 증명해주지는 않는 게 문제이지만요. 그래도 애정이 담겼으니 괜찮지 않을까요? 완성된 초콜릿은, 하지만 오늘도 테리에겐 거절당하고 말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