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다라마을, 여정의 반을 왔어요. 챔피언 로드도 코앞에서 보았고 어느새 챔피언도 만나고요. 저는 이제 엘리트 트레이너가 되었어요. 포켓리스트에 제 트레이너 프로필을 검색하면 짠, 하고 보이는 거예요. 더 이상 초짜 트레이너가 아니라고요.
그런데, ……그런데 말이죠. 저는 왜 아직도 초짜 새내기 어설픈 모자라는 트레이너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분일까요.
“테비.”
“구루룩.”
“테비야.”
“구르르륵.”
“테비이이이.”
“구르르륵, 퓌이!”
옛날 아직 철없던 어린 시절에─물론 저는 지금도 어리지만─아빠한테 저도 동생이 갖고 싶다고 조른 적이 있어요. 외롭기도 했고 동생이 생겨서 의젓하고 멋진 형을 해보고 싶었거든요. 그 때 아빠가 제 머리를 꾹꾹 누르면서 너 하나로도 힘든데 동생까지? 감당 못한다고 했었던 기억이 나요. 옆집 칠리네는 대가족인데요. 아주머니가 만날 바람 잘 날 없다고 한탄을 하시곤 했어요.
그 땐 그게 다 무슨 이야기인가 했는데, 이제 알겠더라고요.
제 엔트리는 누림마을에서 테비랑 테마리, 테루테루를 사귄 뒤로 거기서 큰 변동이 없었어요. 특별히 원하는 친구가 없거나 있어도 만나지 못하거나, 테이가 알에서 태어난 뒤로도 한 달 2주간 쭉 여섯이서 함께였어요. 체육관에 도전할 땐 당연히 아가 테이까지 포함해 모두 함께였죠.
그런데 종단열차에서 테논을 사귄 뒤로 엔트리가 일곱이 된 거예요. 그러고 나니 무슨 문제가 생겼냐 하면,
의자 뺏기 싸움이 일어난 거죠. 테토와 테리의 사이가 안 좋은 것도 늘 절 골머리 썩혔는데 이번에 테논이 들어와 버린 걸로 모두의 사이에 긴장감이 서린 거예요.
다행히 테리는 배틀 욕심이 크지 않아서 나가지 않아도 좋다고 했지만 메이든 씨와의 시합에서 테리는 중요한 역할이었고, 빼놓을 수 없었어요. 그랬더니 테비랑 테이랑 테논이랑 셋이서 신경전이 벌어진 거예요.
이럴 때 자기들은 빠질 걱정 없다고 강 건너 불 구경을 하던 다른 셋도 셋대로 걱정이었지만…… 결론적으로 여차저차한 전략적 이유로 테비가 엔트리에서 빠지게 되었어요.
……테비는 그게 충격이었나 봐요. 늘 좋아하던 탭댄스도 추지 않고 멍하니 가지에 앉아 하늘만 올려다보거나, 지붕에 앉아 별만 세거나 하늘을 나는 다른 새 포켓몬들을 아련하게 쳐다보거나 저는 얼마 전 북새마을을 다녀온 일도 떠올라서 심각해졌어요.
그리하여 결국 테리에게 다른 애들을 부탁하고 영차영차 조심조심 숙소 지붕에 올라 테비와 함께 종단열차 도시락을 먹기로 한 거예요.
“테비. 내 얘기 좀 들어줘. 나는 정말 네가 소중한데.”
테비에게 구질거리는 제 모습을 테리는 안쓰럽다는 듯 보고만 있었어요. 그 날 저는 테비와 따뜻한 차 한 잔을 나눠마시고 도시락까지 깨끗이 비웠지만 테비의 마음이 풀렸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모두에게 똑같이 애정을 주기란 정말 어려운 일 같아요.
사실 구구는 처음에 언젠가 풀어주려고 했는데, 니켈이 먼저 풀어주는 걸 보고 타이밍을 놓쳤다가 뒤로 갈수록 친해지고 서사를 쌓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