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기분을 모른다고 했다가는 거짓말이 되고 만다. 도리어 지나치게 잘 알기에 외면할 수 없었다. 시선을 돌리길 포기하고 기탄없이 향해오는 눈을 마주했다. 모르던 것들이 보였다. 이를 테면 당신은 왜 나를 알고 싶어 하는가 따위.
그러니까 단적으로 말하자면 ‘호의’였다. 혹은 ‘호감’이라고 해도 좋았다. 좀 더 직설적으로 부끄럼도 없이 말하자면 아무래도 당신은 나를 꽤나, 그것도 퍽, 좋아해주는 모양이었다.
내가 당신에게 뭘 했다고 그러는 걸까.
이곳 캠프 사람들은 참 유난스럽다. 사소한 것 한 가지를 허투루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어제오늘 인사를 했으면 친구인 거고 친구 사이에 실수할 수도 있고 사과할 수도 있지. 그깟 돌이킬 수 있는 쉬운 일 하나를 어찌나 생경하게 보는지. 뭐 그렇게 특별한 것이라도 되는 양, 보는 쪽이 낯간지러울 정도다.
그 중에서도 당신은 유독 그랬다. 어쩌면 상대가 나여서 더 그랬을 수 있다. 당신에게 나는 니테오와 다를 것 없이 작고 무르고 부서지기 쉬운 것 같았겠지. 유난히도.
머리 위로 테리를 올려야 간신히 꼭지가 당신의 정수리와 닿는다. 그런 상대에게 늘 달려가 인사를 했다. 어설프게 인사를 받아주면 손닿는 곳의 등을 두드리며 크게 웃었다. 커다란 손이 얼굴을 덮쳐와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그걸로 끝이다.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어디 납치를 당해본 경험이라도 있어야지. 당신이 처음이었고 그 경험은 내게 유달리 무서울 것 없는 일로 지나갔다. 일일이 놀라고 겁을 먹기에는 당신보다 무섭고 커다란 포켓몬이 얼마나 많은데. 당신이야말로 겁먹을 것 없었다.
가시에 익숙했다. 장미의 감촉을 알았다. 데여 본 적도 있고 베여 본 적도 있다. 한 동안 무서워서 칼을 쓰지 못했다. 지금도 사실 칼을 쓰는 일은 매우 조심스럽다. 그러나 그 경험들이 모두 헛되지 않았다. ‘앎’이란 그랬다. ‘필요’를 동반했고 ‘기쁨’을 이끌었다. 그 지식욕은 엄마를 닮았을지도 모른다.
상대에게 다가가고 접하고 이해해가는 과정이 무척 당연했다. 나 역시 타인을 ‘알기를’ 즐겼다. 그 중에서 당신은 내게 그렇게까지 낯설지 않았고 당신이 가진 생소한 부분을 익혀나가기란 어렵지 않았다.
-봐요, 포르티스 씨. 잡아 봐요. 익숙해지려면 자꾸 해봐야잖아요. 응, 이렇게.
반대로 허둥대며 모든 것을 어렵게 익혀나가는 당신에게 대단한 선배라도 되는 것처럼 으스대고 베풀기도 해보았지.
그 하잘 것 없고 사소했던 많은 것들이 저도 모르는 사이 당신 발치의 풀처럼 자라 그 발을 묶은 모양이다.
답답하게도.
무얼 원하느냐 물었다.
알고 싶고, 듣고 싶다. 답이 돌아왔다. 그걸로는 답이 되지 않는다.
당신도 당신을 아직 구하지 못했는데. 그 다음에는요? 다 듣고 아 그렇구나, 돌아가려고요? 그렇게 돌아갈 것이라면 내가 구태여 당신에게 설명을 이을 필요가 없었고 듣고도 돌아가지 않는다면 나는 재차 물어봐야 할 것이다. 그걸로 무얼 얻었어요? 그래서?
전부 심술이다. 나는 딱히 당신이 나를 구해주길 기다리는 게 아니다.
그런데도 목석처럼 선 커다란 사내를, 사내라 칭하기엔 우스울 만큼 어린 당신을, 소년을, 아이를 그 자리에 자꾸만 묶어두는 게 내가 심어둔 씨 때문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