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사철 따스한 기온에 휘감긴 마을은 사람이 환경을 따라가듯 모두 친절하고 온화하였으며 단란한 웃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었다. 그런 마을에서 나고 자란 디모넵은 만나면 친구가 되고 함께 어울려 놀고 그렇게 시간을 쌓는 일을 단 한 번도 어렵게 느껴본 적 없었다.
친구요? 마을의 모두가 친구예요.
누군가 묻는다면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답할 수 있었다. 그것이 당연한 곳이었다.
그런 디모넵에게 올리브는 처음으로 진지하게 교류의 방식을 고민하게 만든 상대였다.
어째서 그렇게 겁을 내요? 무엇을 믿지 못하는 거예요? 왜 의지해주지 않지. 기대주면 좋을 텐데. 혼자서 속앓이 하지 말고 좀 더 말해주세요.
제가 가진 얕고 서툰 방식의 교류. 상대가 가진 상처의 깊이를 채 가늠하지 못한 채 야트막한 삽을 쥐고 마구 파헤쳐 닿은 꼴이다. 여기서 한 번쯤 브레이크를 밟았더라면 어땠을까.
내가 조금만 더 어른이었다면 깊고 깊은 상처 위로 생채기를 내는 대신 그 전부를 보듬어 안고 끌어올릴 수 있었을까. 조금은 상대를 덜 다치게 했을까. 괴롭고 숨이 막힐 것만 같은 표정을 짓지 않게 할 수 있었을까.
고민하고 반성하고 더 조심해야지. 생각을 하면서도 번번이 비슷한 일을 반복했다. 여기서 멈추었다가는 듣지 못할 것만 같았다. 꼭 들어야만 할까? 하고 누군가 묻는다면── “내가, 듣고 싶어요.” 할 수 있는 말은 하나뿐이었다.
“올리브 씨를 좋아하고 그만큼 올리브 씨를 더 알고 싶어서요.”
그리고 더는 그런 괴로운 얼굴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안대가 약점이 아니었음 좋겠어요.」
무언가 대단한 계산이나 거창한 꿈이 있던 건 아니다. 어린아이의 오기가 없었느냐면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다만 몇 번이고 얼굴 한쪽을 차지하고 가린 그것이 입에 오르내리고 시선이 닿을 때, 괴롭지 않기를. 당신은 이런 걸로 위축되기엔 너무나 멋진 사람이라서.
바라기는 쉽다. 이루기는 어렵다. 바람은 명확했으나 방법을 몰랐다. 참 서툴렀다. 자신할 것이라곤 망설임 없이 외칠 수 있는 애정 하나뿐이었고 그 외에는 아주 많은 것들이 모자라고 부족하며 미흡하기만 했다.
올리브는 디모넵이 상대와 어떻게 교류해야 좋을지 고민하게 만든 첫 상대였다. 그리고 여전히 고민하게 만드는 상대였다. 난 정말 잘하고 있을까. 올리브 씨에게 괜히 무리하게 하는 건 아닐까. 강요하는 건 아닐까.
짜증난다는 농담 한 마디에 시무룩해지고 당당히 뒤를 따라가다가도 정말 옆에서 재워주면 놀라고 애정이 돌아올 때면 오히려 덜걱, 불안하기도 하던 것은 확신이 뒤따르지 못했던 탓이다.
───그랬는데,
“그래서 이제부터 실천해보려고.”
들려온 말에 눈이 커졌다. 커다랗게 뜨인 눈으로 들이치는 빛이 눈부셨다. 한 번에 많은 양이 쏟아져 부산히 깜빡였다. 그 반복 동안에도 눈앞의 상대는 그대로였다.
그제야 바위처럼 단단한 확신이 들었다. 묵직하게 짓누르던 무게가 불안에서 믿음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말로는 온전히 다 표현할 수 없는 벅차오름에, 디모넵은 기어코 또 두 팔을 벌리고 뛰어 안겼다.
“응. 올리브라면 괜찮을 거라고 믿어요.”